현직 최고위급 거물도 포함됐다
현직 최고위급 거물도 포함됐다
  • 홍성철 
  • 입력 2005-12-07 09:00
  • 승인 2005.12.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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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가와 관계가 폭풍전야에 휩싸여 있다. 거물브로커 윤상림(53·구속)씨가 전현직 정권 핵심실세, 검·경·군의 전·현직 고위 간부 등 수백명과 친분을 맺어온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윤씨가 운용했던 200억원대의 ‘괴자금’이 정·관계 및 수사기관 로비용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윤씨가 강원랜드에서 바꾼 1,000만원권 수표 83억원을 포함한 200여억원의 출처와 최종 사용처가 어디인지 여부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윤상림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특히 이 리스트에는 현직 최고위직 인사를 비롯해 전현직 정권 실세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검찰 수사 추이에 따라 초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윤씨 구속이후 정치권과 관가의 시선이 온통 검찰로 향하고 있다. 검찰이 윤씨가 접촉해온 것으로 보이는 정·관계 인사 수백명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이 적힌 수첩과 장부를 압수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윤씨 주변에서 200억원대의 ‘괴자금’을 포착하고 이중 상당액이 정·관계 및 수사기관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현 정권 실세 리스트 거론

검찰 관계자는 윤씨가 접촉한 인물들 면면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초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실제로 검찰은 압수한 수첩에서 현정부 최고위직 인사인 A씨와 B씨를 비롯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C씨 등 현정권 핵심 인사 수십명의 명단이 포함돼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또 전직 법무장관·검찰총장·검사장 등 전·현직 검찰 인사 100여명, 전직 경찰청장과 전·현직 경찰 인사 100여명 등 수사기관 고위 간부들과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특히 자신의 고향(전남 보성)을 담보로 DJ(김대중 전대통령) 정부 시절 실세들과도 자주 접촉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검찰은 수첩에 적힌 정·관계 인사들과 윤씨가 실제로 접촉했는지 여부를 추적하는 등 고위 인사들의 연루 의혹을 파헤치는데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검찰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윤상림 리스트’가 서서히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윤 리스트에는 현직 최고위직 인사를 비롯해 전현직 정권 실세그룹,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 전현직 고위 인사 등이 총망라돼 있다. 특히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는 A B C씨가 실제로 윤씨와 접촉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는 이 사건의 또다른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세 사람은 현직 최고위직 인사이자 노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윤씨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청탁 및 금품 수수 여부를 떠나 당사자는 물론 노 대통령과 현정부의 도덕성에도 치명타를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현직 최고위직 인사인 A씨는 윤씨와 골프회동을 가졌을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고, B씨는 대법원 고위간부 시절 윤씨와 접촉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C씨는 경찰 고위간부 시절부터 윤씨와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전현직 정치권 인사중에는 호남권 인사들이 리스트에 대거 오르내리고 있다. DJ정부 시절 핵심 실세였던 K P C씨 등 거물급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J의원, 민주당 고위당직자 P씨 등이 윤씨와 직간접적으로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수사기관 고위인사 연루 의혹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 전현직 고위인사들도 대거 리스트에 올라 있다.특히 경찰 전현직 고위간부중 5∼6명은 윤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경찰청장 L씨, 경찰청 고위간부 C씨, 서울지방경찰청 고위간부 J씨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윤씨가 돈을 받고 경무관급 이상 경찰 고위간부에게 수사를 청탁한 정황을 잡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 4월 기획부동산업체 S사를 운영하는 박모씨 부부로부터 채무변제를 요구하며 행패를 부린 김모씨를 처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여러 차례에 걸쳐 5,000만원을 차명계좌로 전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윤씨가 당시 박씨 부부의 부탁을 받고 평소 알고 지내던 경찰청 고위 간부에게 청탁수사를 의뢰했고 이 간부는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수사지시를 내렸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조만간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관들을 소환해 김씨를 수사하게 된 배경과 윗선의 부당한 수사지시를 받았는지 여부 등을 조사해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관련자를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윤씨는 지난 2003년 3월께 당시 최기문 경찰청장 내정자에게 거액의 돈을 전달하려고 시도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씨는 최근 일부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경찰대학장 시절에 윤씨가 내 험담을 하고 다녀 그 이유를 알아보려고 만난 적이 있다”며 “청장 내정자로 발표되던 날 (윤씨가) 선물상자를 줘 확인해보니 돈이어서 비서실을 통해 즉시 돌려준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전현직 검찰 고위인사들도 윤씨와 접촉했던 리스트에 올라있다. K 전법무장관을 비롯해 검사장 출신 변호사 S씨, P검사장, L지검장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S씨는 윤씨로부터 거액의 조의금(1,000만원 상당)을 받은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다. 이들 전현직 고위간부들이 윤씨와 접촉을 했는지, 수사 청탁을 받았는지 여부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황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윤씨가 검사장급 고위간부나 고위 법관들과 가끔 식사를 하는 등 법조계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웠다는 소리가 법조계 주변에서 꽤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어 이들의 연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용두사미 수사 우려

이처럼 윤씨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윤 리스트’와 관련한 갖가지 억측도 난무하고 있다. 정치권과 관가는 검찰의 수사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그 후폭풍을 경계하고 있는 분위기다.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만큼 거악 척결을 위해 자리를 걸고 수사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검찰은 윤씨가 건설사의 비리를 제보한 뒤 추가 비리제보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9억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난 사실에 비춰볼 때 83억원 중 상당액을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따라서 검찰은 조만간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윤씨 본인 명의의 계좌와 차명계좌에서 거액의 자금이 로비 명목으로 흘러나갔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더불어 윤씨에게 돈이 들어온 계좌와 윤씨 명의의 계좌, 차명계좌 등 모두 40~50여개 계좌의 자금 흐름도 추적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용두사미식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현직 정권 실세와 검찰 수뇌부 등이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경찰 인사들과 군 인사들만 타깃이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초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 일고 있는 ‘윤 리스트’. 검찰이 ‘거악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국민적 의혹을 해소시켜 줄지 아니면 용두사미식 수사로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다시 받게 될지 향후 검찰 수사 추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anderi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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