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차별화 벤치마킹…“노무현도 밟고 간다”
DJ 차별화 벤치마킹…“노무현도 밟고 간다”
  • 이금미 
  • 입력 2005-12-06 09:00
  • 승인 2005.12.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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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복귀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정동영-김근태 장관의 움직임에 정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세 확보는 물론 대선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권 일각에선 이들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시나리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상, 대선주자로서의 첫 출발이 현대통령과의 차별화전략이라는 정치권의 오랜 관행상, 당 복귀 및 내년 2월 전당대회와 맞물려 이들과 노무현 대통령의 본격적인 세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들이 노 대통령과 각을 세운다는 것은 곧 레임덕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이같은 시나리오가 등장한 이유에는 다양한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는 정치권의 분석이다. 여권 및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 역시 차기주자에 어느 정도 정국주도권을 넘겨주면서 동시에 국면전환을 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여권의 대선주자가 중심에 선 구체적인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한나라당에서 먼저 쏘아 올렸다. 맹형규 의원은 지난 1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열린우리당에 복귀한 뒤 노무현 대통령과 그 직계세력을 축출하는 안이 가장 유력하다”고 주장했다.

맹형규의 단계별 시나리오

맹 의원의 주장엔 논리적인 뒷받침이 따른다. ▲대연정 및 소연정 등 노 대통령발(發) 정계개편 구상이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라는 것 ▲지방선거 전에 열린우리당의 필패구도인 ‘열린우리당 대 한나라당’ 대결 구도의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맹 의원은 단계별로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사전 조율을 통해, 노 대통령과 직계세력 대 정동영-김근태 대선주자 그룹, 테크노크라트, 호남세력으로 분당해 다당구도를 만들 것이라는 일련의 플랜이다. 여기에 민주당과의 정책연합을 꾀하면서 선거공조까지 이뤄내 지방선거에 대비할 것이라는 구상도 덧붙였다. 요약하자면,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이라는 구도로 지방선거를 정면 돌파한다는 시나리오다.

맹 의원의 주장에 열린우리당은 “허구성 시나리오”, “‘맹’한 소리”라는 반응이지만, 이미 정가는 술렁이고 있다. 정·김 장관의 당 복귀가 기정사실로 굳어진 후 여권 내부에서조차 지방선거 및 대선 전략 시나리오가 공공연히 흘러나왔던 터다. 최근엔 정·김 장관이 복귀한 이후 노 대통령에게 ‘칼’을 들이댈 시점이 언제인가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었다. 차기 대선주자의 현대통령과의 차별화는 한국 정치사에서 국면전환을 위해 자주 이용됐던 카드이기 때문이다. 같은 5공 세력임에도 노태우 전대통령은 전두환 전대통령을 유배시켰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도 전임자의 전철을 밟았다. 노 대통령 역시 전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현정권에 대한 지지기반의 결집을 도모했던 게 사실이다.

분당 전 민주당과 닮은 꼴?

정치권의 이목이 여권 대선주자발(發) 정계개편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 여권의 처지가 지난 2002년 대선이 치러지기 전 민주당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 결과 집권민주당은 사상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당시 정치분석 전문가들은 김대중 전대통령의 아들들에 대한 비리와 맞물려, 국민의 정부 실정이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았다는 것을 지적했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했으며, 수백조 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둘러싼 각종 이권과 부정도 극에 달했다. 경제학자들은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으나 신자유주의정책을 무찰별적으로 수용, 결국 부작용만 남았다”고 혹평했다.

그리고 이는 김대중 정권 핵심부의 부패와 비리로 직결됐던 게 사실이다. 야권 한 관계자는 “당시 정권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높은 당 지지율, ‘이회창 대세론’을 거둬들였던 한나라당의 모습에 비춰 봐도, 현재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여권발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전혀 불가능한 게 아니다”라고 확신했다. 그는 이어 “대선을 코앞에 두고도 민주당 내부에서는 개혁과 보수가 대결하는 양상을 보이며 ‘불안’을 그대로 노출시키곤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국민참여경선을 통과한 노무현 후보와 민주당의 마지막 선택은 ‘DJ와의 차별화’와 ‘정당개혁’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것이었다. 사실상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국면전환의 돌파구를 차기주자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인 것이다. 특히 ‘여권에 대한 낮은 지지도가 노 대통령 때문’이라는 최근 열린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 보고서는 이같은 시나리오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시나리오의 계산엔 정·김 두 장관의 대국민 지지도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고건-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삼강구도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자릿수 지지도에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 국정주도권을 일부 넘겨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그동안 대권수업이라는 명목으로 붙잡아두었던 이들에게 강력한 여권의 차기주자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줌과 동시에 정국반전의 기회를 노릴 것이라는 결론이다. 여기엔 정·김 장관의 당 복귀 후 노 대통령의 탈당이 이어질 것이라는 수순도 포함돼 있다. 당 복귀를 서두르고 있는 이들의 최근 행보도 심상치 않다. 대권수업을 명목으로 입각한 이후 대선주자로서 활동반경이 제한적이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청와대 눈치보기’가 끝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먼저 정동영 통일부 장관측은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전열 정비에 나선 모습이다. 향후 정 장관의 정책연구소로 발전할 것으로 보이는 ‘나라비전연구소’는 최근 워크숍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는 정 장관의 사람들로 통하는 김한길 김현미 의원을 비롯해 300여명의 당원이 참석했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이 자리는 2002년 대통령선거와 2004년 총선 등에서 조직활동을 벌였던 인사들이 상당수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정 장관은 자문교수들과의 접촉 빈도도 높이고 있다. 리영희 교수를 비롯해 함세웅 신부, 신영복 교수 등과의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장관의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재야 민주세력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일반당원을 중심으로 세 확산 및 대중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달 26일, 김 장관을 지지하는 일반당원 350여 명을 중심으로 구성된 ‘국민정치연대’도 정치권의 관심 대상이다. 김 장관과 가까운 원내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내년 전당대회 및 대권 경쟁을 위한 공식적인 지원 그룹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에 의한 ‘제2정당개혁’, 다시 말해 ‘분당’은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여권 한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주로 정책분야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현정권의 실정을 지적하며, 대권수업을 받은 전문분야를 중심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여권의 한 중진의원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여당을 떠받치고 있는 당내 최대 두 계파가 당을 깨고 나가는 데 있어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지만, “이를 찾는 주자가 범여권의 대선후보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 정동영 vs 김근태 “미니경선 치렀다”

정동영-김근태 장관이 최근 한 강단에서 강연을 펼친 이후 뒷말이 무성하다. 마치 대선후보 ‘미니경선’을 방불케 했다는 것. 정·김 장관은 지난달 26일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여성위원회가 마련한 ‘2006년 지방선거 전략 및 비전’이라는 제목의 특별강연의 강사로 동시에 초청됐다. 두 장관이 한 자리에서 강연하는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연초 당 복귀와 맞물려 대권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강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를 입증하듯 일요일임에도 300여명이 넘는 여성당원들과 서울지역 당원협의회장이 참석했으며, 김덕규 국회 부의장을 비롯해 유재건 채수찬 정청래 김형주 조배숙 이은영 이계안 의원 등의 모습도 보였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두 장관이 그동안 대권수업의 전공과목인 ‘통일’과 ‘복지’. 한편, 앞서 강연한 정 장관의 강연이 끝난 직후 김 장관이 단상에 함께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건의 발단은 그때부터다. 강연장을 빠져나가는 정 장관에게 참석자들이 대거 몰려 악수를 신청했으며,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함께 사진을 찍자는 참석자들도 있어 장내는 소란스럽기까지 했다. 정 장관의 강연이 끝남과 동시에 자리를 뜬 참석자도 있었다. 강연을 시작해야 하는 김 장관의 입장에서 난처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당 복귀 이후 본격적인 대권경쟁을 앞둔 미묘한 시점, 순간 김 장관과 가까운 참석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 장관이 빨리 나가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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