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이냐 vs 진실이냐… 폭풍전야
국익이냐 vs 진실이냐… 폭풍전야
  • 이수향 
  • 입력 2005-12-06 09:00
  • 승인 2005.12.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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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MBC PD수첩과 황우석 교수의 진실게임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애초에 논란이 됐던 연구의 윤리성 문제를 넘어 MBC가 아예 줄기세포 연구 자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2일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대해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한 PD수첩팀이 조만간 2탄으로 후속방송을 내보내기로 함에 따라 또 한번의 격렬한 격돌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MBC의 간판 보도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뉴스데스크’마저 ‘PD수첩’이 제기한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결과의 진위 논란에 대해 보도함에 따라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MBC 적극 공세로 전환

지난 12월 1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논란에 MBC 뉴스데스크가 가세했다. ‘PD수첩’이 ‘황우석의 신화’에 메스를 들이댄지 약 열흘만이다.1일 밤 뉴스데스크는 황교수 연구 논란과 관련된 뉴스를 ‘진위 논란 본격화’, ‘DNA검사는 어떻게’, ‘황우석 교수‥은둔’, ‘박기영 보좌관 ‥침묵’ 등 무려 4꼭지에 걸쳐 보도했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황 교수의 바람과는 달리 문제는 윤리차원에서 끝나지 않았다” 며 황교수 연구를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윤리문제를 넘어 연구 자체의 진위여부에 맞춰지고 있음을 보도했다. 갈등의 초점이 연구 자체의 진위로 옮겨갔다는 것은 양측의 갈등이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이날 방송은 “줄기세포 5개를 민간기관에서 검사한 결과, 두 개의 유전자 형질이 논문에 나온 것과 달랐고, 나머지 세 개는 ‘판독 불가’였다”고 보도했다.

또 “PD수첩이 제기하는 문제는 사이언스에 발표된 맞춤형 줄기세포가 실제 환자의 DNA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으로, 검사 결과가 확실하다면 세계 최초 배양했다는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며 황우석 신화가 한번에 무너질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줄기세포 DNA분석결과에 대해 PD수첩과 황우석 교수팀의 해석이 다른 것에 대해서 뉴스데스크는 “황 교수 측은 검사가 잘못됐다고 판단될 경우 2차 검사를 실시하기로 계약서까지 작성했다”는 PD수첩의 입장을 반복, 황교수측에 재검증을 요구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DNA 검사는 반나절 정도면 결과가 나올만큼 어렵지 않다. 황교수가 재검증에 나선다면 하루만에 끝날일”이라고 보도, 재검증을 종용했던 것.

뉴스데스크는 또 황교수의 은둔 및 그의 후원자인 청와대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의 침묵,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의 미국출국 등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논란에 더욱 불을 지핀 것은 2일 오후 MBC 경영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 이 자리에서 PD수첩측은 황교수측에 2차검증에 응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DNA확인 작업에 따른 의혹을 제기, 또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특히 사이언스의 검증이 미비했다는 주장은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한학수 PD는 “지난 10월 사이언스 도널드 케네디 편집장에게 황 교수의 논문검증 방법을 문의한 결과, 환자의 세포와 배아줄기세포를 대조해 가면서 실제로 검증한 것이 아니라 황 교수팀이 보낸 사진과 데이터 자료만으로 검증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2차격돌 ‘선전포고’

MBC의 적극적인 입장과 관련해 각계의 의견도 분분하다. 이미 알려졌듯이 황교수 연구논란에 대한 방송을 내보낸 후 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맞은 PD수첩은 광고까지 전면 중단되는 등 프로그램 개설이래 최대의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MBC 사장단의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모든 프로그램의 시청을 거부하는 운동을 벌이겠다는 강경대응 움직임을 표명하기도 했다. 1일 뉴스데스크의 보도 이후 네티즌 사이에서는 또한번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는 상태다.

2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간사인 박재완 의원은 “PD수첩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격은 잘못된 포퓰리즘”이라고 질타하며 신중한 자세를 요구했지만 당분간 이를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일각에서는 방송사의 존폐까지 위협받고 있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황교수의 연구를 둘러싼 논란에 간판 뉴스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MBC측으로서는 방송국의 생사를 건 일종의 승부수이자 황교수팀을 향한 ‘2차 대격돌’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즉 줄기세포 논란의 ‘진실’을 밝힘으로써 정면 돌파하겠다는 MBC측의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현재는 PD수첩과 황교수측 모두에게 ‘폭풍전야’다. PD수첩의 의혹제기로 불거진 이번 논란은 한마디로 ‘국익이냐, 진실이냐’의 문제로 집약된다. 이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입장 역시 국익에 엄청나게 기여한 ‘황교수 구하기’와 ‘언론의 진실보도 책임’을 둘러싸고 양측으로 갈려있는 실정이다.

재검증통한 진위검증 불가피

MBC의 적극적 공세에 대해 황우석 교수팀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이병천 서울대 의대교수는 “사이언스에서 몇 번에 걸쳐서 검증을 했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논문을 비전문가가 의혹을 제기한다는 것이 과학자로서 마음이 아프다”며 재검증 불가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사이언스’의 편집장인 도널드 케네디 박사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환자 줄기세포 복제가 가짜일 가능성은 없다”며 황교수의 논문 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황교수와 PD수첩측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법의학자는 “양측이 이제 갈데까지 간 상황으로 더 이상 무너진 신뢰를 극복하기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현재로서는 공신력 있는 검사기관을 통해 DNA재검사를 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난자채취 논란에 이어 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에 휩싸인 황우석 교수는 어쩔 수 없이 진위공방의 심판대에 서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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