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열린 ‘2019 자주통일대회’에서 청소년들이 ‘자유한국당 해체’를 요구하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주권방송 유튜브 캡처]](/news/photo/201908/329902_246930_353.jpg)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초등‧중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자유한국당 해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자유한국당을 모욕‧비판하는 노랫말 영상이 확산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뭐하는 짓이냐’, ‘정치 선전 도구 이용하지 말라’면서 분개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해당 영상의 댓글 서비스가 막혔다. 자유한국당은 청소년을 정치선전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며 행사 주최 측에 대한 고소‧고발을 예고했다.
초등‧중학생 20여 명이 율동‧메들리···“매국노 자유한국당” 발언까지
‘뽀로로’, ‘둘리’ 등 유명 만화가 주제가‧‘솜사탕’, ‘토마토’ 등 동요도 개사
지난 16일 유튜브에 ‘자유한국당 해체 동요-만화 주제가 메들리’라는 제목으로 3분 가량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초등‧중학생 연령대로 추정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유한국당 해체를 요구하는 내용의 노래를 합창하는 모습을 담겨 있으며, 현재 여러 경로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논란 거세지자
‘댓글 달 수 없는 동영상’
해당 영상은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9 자주통일대회’ 행사에서 촬영된 것으로, 이 행사는 민주노총‧국민주권연대‧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등 52개 단체의 연합체인 ‘민중공동행동’이 개최했다. 연합체는 지난 2016년 촛불집회를 주도한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의 후신으로 알려졌다.
‘남북공동선언 이행’, ‘한미동맹 해체’, ‘미군 없는 한반도 실현’, ‘아베 규탄’ 등이 이날 행사의 주제였다. 행사 순서 중에는 청소년 공연이 포함됐는데 이 내용이 논란이 된 것이다.
‘청소년 통일선봉대’라는 학생들은 순서가 다가오자 무대에 올라, ‘자유한국당이 미국‧일본을 추종하고 매국을 일삼는다’는 가사를 담은 노래를 합창했다.
또 다른 노랫말 중에는 만화 ‘아기공룡 둘리’ 가사에서 차용해 “요리보고, 조리보고, 음음, 자유한국당은 토착왜구”라는 가사도 포함됐다.
‘멋쟁이 토마토’에서는 “반일을 이용하지마(황교안). 일본에 뭐라 하지마(나경원). 반일은 감정팔이야(김무성). 친일파 자유한국당 해체해” 등의 가사가 포함됐다.
‘뽀로로’, ‘달려라 하니’, ‘로보트 태권브이’, ‘날아라 슈퍼보드’ 등 유명 만화가 주제가와 ‘솜사탕’ 등 동요도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개사됐다. 20여 명의 청소년들은 율동과 함께 메들리를 불렀다.
‘총선은 한일전, 자유한국당 해체’, ‘일본 손잡고 미국 섬기는 매국노 자유한국당’이라는 가사까지 있었다.
공연 영상은 지난 16일 인터넷언론사 ‘주권방송’이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매체는 “청소년 통일선봉대가 동요와 만화주제가를 재치 있게 바꿔불렀다”며 해당 영상을 소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대다수가 ‘아이들을 동원해서 뭐하는 것이냐’, ‘아이들을 정치 선전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 ‘부끄러운 줄 알아라’, ‘아이들이 불쌍하다’, ‘무슨 뜻인지는 알고 부를까?’라는 견해를 보였다. 심지어는 ‘아동학대로 신고했다’는 댓글도 달렸다.
영상 조회수는 지나 22일 오전 기준 25만 회를 넘어섰다. 논란이 거세지자 해당 영상의 댓글 서비스가 막혔다. 유튜브 정책에 따라 ‘댓글을 달 수 없는 동영상’으로 전환된 상태다. 기존 댓글을 볼 수도, 추가로 댓글을 올릴 수도 없게 조치된 것이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를 통해 “청소년에게 장군님 업적을 칭송하고 미제 때려잡는 혁명가요를 부르게 하는 휴전선 위쪽의 모습과 비슷하다”면서 “이 정도면 학대라고 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도 자신의 SNS에 “이 노래를 어린이들에게 가르친 선생과 부모들에게 묻고 싶다. 이 아이들의 인생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고나 있느냐”면서 “이 나쁜 사람들아”라고 일갈했다.
한국당, 고소‧고발 예고
“금도를 넘은 것”
결국 자유한국당은 지난 19일 “어린이까지 정치선전도구로 이용하는 친북좌파단체를 규탄하고, 명예훼손 및 선거법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친북좌파 단체가 제1야당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 행위를 서슴지 않는 것은 물론 아직 뚜렷한 정치관, 정체성이 정립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어린이, 청소년들까지 무분별하게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어린이들이 정치 행사와 외화벌이에 강제로 동원되는 나라가 바로 북한”이라며 “북한에서도 시급히 사라져야 할 아동의 정치 동원 행위가 바로 이곳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소년들이 자유한국당을 모욕하고 비난하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저는 정말 마음이 쓰라리고 아팠다”면서 “어른들 싸움에 아이들까지 동원하는 것, 정말 우리가 넘어서는 안 되는 금도를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