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팀에서 보여준 그의 활약도 대단했다. 그는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경기 연속골로 한국의 6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마지막 화려한 느낌표를 찍었다. 박주영은 올해로 성인임을 알리는 스무살이 됐다. 그리고 그는 올시즌 K리그 개막을 앞두고 서울에 전격적으로 입단했다. 사실 입단 당시 그의 성인무대 성공 가능성은 반반이었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청소년과 성인무대, 아마와 프로간 격차를 극복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거라고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같은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처음부터 펄펄 날았다. 올시즌 첫 대회인 컵대회에서 6골을 터뜨리며 득점 2위에 오른 것이다.
그의 상승세는 정규리그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4경기 연속골·프로 최연소 해트트릭 등 골에 관한 온갖 기록들을 잇달아 갈아치우면서 무려 12골를 넣었다. 정규리그 또한 당당한 득점 2위였다. 올해 첫 성인대표에 뽑힌 그의 활약은 더욱 알토란같았다. 박주영은 지난 6월3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경기종료직전 1-1 무승부를 만든 천금같은 동점골을 뽑았다. 자신의 A매치 데뷔전에서 터뜨린 A매치 데뷔골이었다. 불과 닷새 뒤인 6월8일에는 쿠웨이트를 상대로 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4-0 승리를 견인하며 6회 연속 본선진출에 화룡점정했다. 당시 본프레레 감독의 무능력과 맞물려 한국의 월드컵 진출이 가물가물했던 상황이기에 그의 연속골은 팬들을 또다시 열광시키며 ‘박주영 신드롬‘을 이어가기에 충분했다.
K리그 역사상 관중몰이 최고
프로는 관중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법. 올시즌 K리그 관중은 총 275만여명이었다. 프로축구 출범 23년만의 한시즌 최다관중 신기록이 세워진 것이다. 신기록의 견인차는 역시 박주영이다. 그가 출전한 경기수는 30경기. 그리고 그가 뛴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무려 72만여명으로 경기당 평균 2만4천여명 꼴이다. K리그 1경기 평균관중이 1만명 안팎이니 박주영은 평균의 두배 이상 관중을 흡입한 셈이다. 물론 서울 구단은 홈경기마다 약 2억원 안팎의 쏠쏠한 입장수익을 챙겼다. 박주영의 효과를 맛본 것은 서울 구단뿐만이 아니었다. 박주영이 가는 원정 경기장 또한 그를 보기 위한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올시즌 서울 구단을 제외한 12개팀 중에서 한경기 최다관중을 끌어모은 경기는 모두 서울을 상대한 경기였다. 그만큼 박주영은 원정팬들에게도 환대를 받았다. 박주영이 공을 잡거나 그가 골을 터뜨리면 상대팀 팬들가지 그에게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으니 말이다. 그는 이미 전국구 스타였던 셈이다.
많은 골 넣을 수 있었던 비결은?
그의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역시 순도높은 골결정력이다. 문전에서 깔끔하게 골을 넣는 슈팅은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가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한국축구의 차세대 킬러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가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원동력은 크게 2가지. 동료의 패스를 자신이 움직일 방향으로 미리 정확하게 논스톱으로 돌려놓는 탁월한 퍼스트 볼 터치가 첫번째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소위 `골냄새를 잘 맡는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위치 선정이 좋다는 것이다. 이런 동물적인 골감각이 전부가 아니다. 스무살 나이라고 도저히 믿기 어려운 폭넓은 시야, 평소 때는 느린 것 같지만 볼을 잡으면 엄청 빨라지는 순간 스피드, IQ 150의 명석한 두뇌 플레이까지…. 그의 파괴력이 배가될 수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체격이 작은 데다 파워가 떨어져 상대 수비수를 완벽히 제압하지 못한다는 점, 적극적이고 공격적이기보다 공을 기다리는 소극적 플레이를 한다는 점, 공격에 비해 수비력이 떨어진다는 점 등은 앞으로 더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 반드시 보완해야할 부분이다.
술·담배 전혀 안해
그는 독실한 크리스찬이다. 매일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의 골세리머니 또한 매경기 변함없는 기도 세리머니다. 그리고 그는 매번 “하나님에게 감사드린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한다. 술 담배는 물론 전혀 하지 않는다. 신앙을 통해 자기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은 일약 대스타로 떠오른 그가 옛 선배들과는 달리 술과 향략에 빠지지 않고 훈련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아마 수많은 젊은 선수들의 부침을 목격한 팬들이 “박주영은 다를 거야”라는 남다른 기대를 거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경상도 출신인 그는 아니나 다를까 상당히 무뚝뚝하다. 말을 시켜도 좀체 시원하게 대답하지도 않는 데다 좀처럼 환하게 웃지도 않는다. 한 때는 골을 넣고도 인터뷰를 기피하자 기자들 사이에서 “이제 좀 떴다 이거야”라는 오해가 생기기까지 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애써 피하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동료애 때문이다. 그는 항상 “모든 관심이 나에게만 쏠리는 것이 싫다. 모든 선수들이 나와 똑같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되뇐다. 경기에 이기든 지든, 골을 넣든 못넣든, 항상 본인만 인터뷰를 하니까 똑같이 고생한 동료들에게 미안했던 까닭이다. 그는 지금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2학년이다. 화려한 한시즌을 끝낸 지금 그는 고등학교 시절 꿈꿔온 낭만적인 대학생활을 하지 못한 것이 올해 가장 아쉬웠다고 말한다.
프로축구 MVP까지 뽑힐까
박주영은 최근 온갖 시상식에 참여하느라 너무 바쁘다. 푸마 베스트 11(스포츠투데이), 한국축구대상(스포츠조선), 프로축구대상(스포츠서울), 골드볼 시상식(일간 스포츠·한국방송) 등 연말이면 열리는 언론사별 축구 시상식에서 그는 항상 맨 마지막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얼마전 스포츠지들의 1면이 트로피와 상패를 든 그의 사진으로 도배됐을 정도였다. 올시즌 프로축구의 최고스타를 의미하는 K리그 MVP 후보는 박주영과 이천수(24·울산 현대)로 압축됐다. 박주영은 골과 관련 온갖 기록을 경신하며 K리그 사상 한시즌 최다관중의 견인차였다. 반면 지난 8월 스페인에서 K리그로 유턴한 이천수는 후반기에서만 7골 5어시스트로 울산이 9년만에 우승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즉, 관중·인기·K리그 기여도 면에서는 박주영이, 팀 성적에서는 이천수가 우세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MVP 판도는 예측불허다. 그러나 만일 박주영의 소속팀인 서울이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거나, 그가 득점왕에 올랐다면 MVP는 무조건 박주영의 몫이었을 것이다. K리그 MVP는 기자단 투표로 결정된다. 따라서 서울과 울산 구단은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언론사에 ‘MVP 만들기 로비’를 하고 있다. K리그 사상 우승팀에서 MVP가 나오지 않은 경우는 1999시즌 안정환(당시 소속은 부산 대우·당시 우승팀은 수원 삼성)이 유일했다. 박주영이 우승팀에서 MVP가 나온다는 K리그 불문율을 두번째로 깨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MVP는 오는 28일 발표된다.
내년 소망은 월드컵 출전·해외진출
박주영의 내년시즌 희망은 크게 두가지다. 일단 선수라면 누구나 뛰고 싶은 월드컵 출전이 최대목표다. 독일월드컵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 정도. 박주영으로서는 내년 1·2월 전지훈련에서 딕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좀더 확실한 인상을 심어줘야만 월드컵에 출전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지금 상황으로는 그의 월드컵 출전 가능성은 반반이다. 그가 출중한 기량을 가진 것만은 주지의 사실. 그러나 그는 아드보카트 감독 앞에서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설기현·이천수 등 자신의 포지션에서 이겨내야할 경쟁자까지 너무 많다. 하지만 그의 월드컵 출전쪽에 조금씩 무게감이 실리는 이유는 그가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관심 속에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핌 베어벡 대표팀 코치는 그를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지금처럼 하면 유럽에서 통할 수 없다”는 것이 발언의 요지였다. 그를 향한 경고성 메시지는 결국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만일 기대하지 않는 선수라면 굳이 쓴소리를 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박주영은 가능한한 빠른 해외리그진출을 원한다. 지난달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전 전날 기자는 박주영와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당시 기자는 해외 진출에 대한 그의 강한 의지를 느꼈다. “조금이라도 빨리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 것이 그의 뚜렷한 소신이었다. 이유는 단 한가지. 해외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임으로써 자기 자신을 빨리 세계 정상급 수준의 선수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가 뛰고 싶은 리그는 박지성과 같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물론 당장에는 오라는 프리미어리그 구단이 없지만 월드컵에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준다면 월드컵 이후에는 그가 해외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박주영의 경제적 효과 ‘1,700억원+α’
최근 올시즌을 마친 ‘축구천재’ 박주영(20·FC서울)의 값어치를 돈으로 환산한 결과가 나와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일 스포츠마케팅 전문조사기관 SMS가 발표한 ‘박주영의 올해 경제적 파급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박주영은 올해 한해 동안 서울 소속 프로선수로 뛰면서 ▲직접적인 경제효과 126억원 ▲파급효과 613억원 ▲FC 서울 광고효과 1,016억원 등 모두 1,755억원의 효과를 유발했다. 프로에 첫발을 내디딘 신인으로서는 엄청난 수치임에 틀림없다. 우선 서울 구단의 홈관중이 지난해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21만명이던 관중이 올해는 무려 45만명으로 증가한 것이다. 관중이 증가하면 입장 수익만 느는 것이 아니다. 구단 캐릭터 상품 및 각종 음식 판매 수익 등 각종 부가수입이 동반 상승하게 된다.
이를 모두 합하면 약 126억원. 지갑으로 직접 들어오는 직접적인 소득이외에 부가가치, 간접세 등 간접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를 따지면 약 613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TV·신문·인터넷 등 박주영의 언론노출을 통한 구단 이미지·지명도 제고 등의 광고 효과는 무려 1,016억원으로 산출됐다. 서울이 지난 3월 박주영과 입단 계약을 체결할 때 발표한 연봉은 불과 5,000만원. 단순 계산으로만 따져도 서울은 박주영 1명으로만 원금의 3,500배가 넘는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인 그의 가치 중 절반에도 못미친다는 평가다. 이유는 이번 조사가 박주영을 서울 구단의 프로선수만으로 보고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가 다른 구단과 K리그 전체에 미친 영향력, 또 청소년·성인국가대표로 뛰면서 아시아와 전세계에 한국의 이름을 알린 태극전사로서의 가치가 추가됐다면 박주영의 경제적 효과는 1,700억원보다 최소 몇배는 더 됐을 것이다.
김세훈 경향신문 체육부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