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83) 전 한보그룹 회장이 또다시 교도소 신세를 질 위기에 놓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지난 3일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강릉 영동대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씨는 이사장 지위를 이용해 교비를 횡령하고 돈을 은닉한 데다 60여억원의 횡령액 중 28억원이 아직 변제되지 않았고 사면 된지 10개월도 안 돼 또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등 죄질이 좋지 않아 실형선고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씨를 법정구속 하지는 않았다. 건강상의 문제 때문이다. 정씨가 형사법정에 선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 1991년 2월 수서비리 사건으로 구속됐으나 그 해 7월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95년에는 김영삼 대통령의 8·15 특별사면자 명단에 포함됐다. 사면된 지 3개월 만인 95년 11월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수서사건과 관련해 100억원을 노 전대통령에게 준 사실이 밝혀져 정씨는 다시 구속된다. 그는 재판부에 건강상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하고 구속된 지 16일 만에 석방됐다. 정씨는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면서도 한보철강과 관련해 정치권에 무차별 로비를 벌였다. 이 때문에 97년 1월 네 번째 구속된다. 하지만 2002년 6월 대장암 판정을 이유로 서울지검에서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석방됐고, 같은 해 12월 31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특별사면을 통해 정 전회장에 대한 잔형 집행을 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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