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74)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다고 로마 교황청이 22일 공식발표했다. 이로써 김수환 추기경 이후 37년만에 정 대주교(서울 대교구장)가 추기경으로 추가 임명돼 한국인 추기경의 수가 2명으로 늘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도 이날 저녁 8시 서울 중곡동 천주교 중앙 협의회에서 교황청의 추기경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정진석 신임 추기경 임명을 공식 발표했다. 정 추기경은 1931년 서울에서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아들이 주교가 되는’ 태몽을 꿨을 정도. 중학교 2학년때 사제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으나 홀로 남은 어머니께 이 말을 하기 어려워 50년 서울대 화공과로 입학했다. 그러나 6·25 와중에 다시 믿음을 얻어 성신대학(지금의 가톨릭 대학)에 입학했다. 이어 61년에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서울 중림동 성당 보좌신부로 첫발을 내디뎠고 65년 서울대 윤공희 대주교 비서실장을 지냈다. 70년에는 로마 우르바노 대학에서 교회법 석사학위를 받은 뒤 주교로 수품됐다. 당시 나이 39세로 최연소 주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주교 서품을 받은 정 추기경은 청주 교구장 주교에 임명돼 98년 서울 대교구장 대주교로 착좌할 때까지 사목활동을 했다. 이와 관련, 교황의 최고 자문관이자 선거권자인 추기경은 교황을 선거하는 소임이 있는 특수한 단체, 곧 추기경단의 구성원으로 임명된 주교이며, 중대한 문제를 다루기 위하여 함께 소집되는 때에는 합의체적으로 행동하여 교황을 보필한다. 정 추기경은 로마 유학, 교회법 전문가로 좌우명‘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라’가 말해 주듯 너그럽고 덕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천주교계에서는 ‘교회법 전문가’로도 통한다. 70년 청주교구장 취임 이후 ‘교회법 해설’ 11권을 포함, 번역서와 저서 수십권을 냈다. 정년은 80세지만 일단 추기경으로 임명되면, 추기경으로서 신분상의 지위는 종신직이다. 그러나 80세가 되면 법률상 자동적으로 교황 선거권을 비롯한 모든 직무가 끝난다.
구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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