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경쟁력 ‘상승중’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학연과 지연 등을 매개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남성중심의 정치문화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이를 청산하는 것도 여성 정치인의 몫”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남성중심의 문화는 사회 전반적인 분야까지 침투해 있으며, 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국민도 희생양이 돼 왔다는 것. 그러하기에 김 의원은 시대가 유연하고 자유롭게 나가는데 있어 지금의 여풍이 반드시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김 의원이 처음 원내에 입성한 15대 국회 여성의원은 열 손가락이면 족했다. 16대 국회엔 11명, 17대 국회에선 40여명의 여성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299명 중 13.5%를 차지한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전문성을 발휘해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김 의원은 “오는 5·31 지방선거야말로 광역단체장으로서 여성이 기대되는 시기”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단지 여성성(女性性)만으로 부각돼선 안 된다는 게 김 의원의 경기도지사 출마 지론이다. 전문성과 능력이 반드시 요구된다는 것. 본선 경쟁력도 최근 우리당에 입당해 경기도 표심을 공략하고 있는 진대제 전정보통신부 장관에서 찾고 있다.
김 의원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을 통과한다면, 진 전장관과의 한판 대결을 피할 수 없다. 삼성 반도체를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CEO, 참여정부 초대 정보통신부 수장으로서 ‘최장수 장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진 전장관이다. “오히려 진 전장관이 나를 도와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시원스런 대답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경쟁력을 차근차근 풀어 나간다. 3선이다. 그것도 여성의원으로서 드물게 지역구(경기 고양 일산을) 의원. 지난해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선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이미 고양시 ‘한류우드’를 이끌었던 만큼 지도자로서의 능력도 검증받았다. 10여년의 의정활동도 ‘땀’으로 얼룩졌다. 각종 세미나 및 정책간담회를 통해 공부했다는 김 의원. 정무위 및 과기정위에선 정책 중심의 상임위 활동에 전념했다, 그가 낸 책도 ‘R&D 첨단 한국으로 가는 행진곡’, ‘IT 미래 한국의 블루오션’이다. 이는 변호사 출신임에도 ‘과학기술 전문가’라고 자신하는 이유. 틈만 나면 “IT, BT, NT로 경기도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고 외치는 이유이다.
국감 때 진대제와 격돌 화제
게다가 경기도 31개 시군구를 발로 뛰어다니며, 저마다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다. 이를 엮고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첨단과학기술을 재배치하는 등의 패러다임 디자이너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실감했다. 그 어느 때보다 여성적 자질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진 전장관은 구체적인 반도체 기술과 제품 개발자로서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행정의 원리라 할 수 있는 공공성의 원칙, 의사결정의 합리성이라는 지도자로서의 조건에서 접근할 때 그는 준비되지 않은 후보일 뿐이다.” 진 전장관과 과기정위에서 부딪쳤던 기억도 생생하다. 김 의원은 ‘송곳’같은 질문을 쏟아냈으며, 진 전장관은 이를 받아치곤 했다. 김 의원은 “휴대폰 도·감청 문제를 비롯해 경제원칙을 무시하는 발언 등에서 진 전장관의 진정한 실체를 파악했다”고 전한다. 진 전장관을 향한 김 의원의 공격은 ‘징발장관’으로 압축된다. “참여정부와 우리당은 원내정당화와 국민참여경선을 얘기하면서도 결국 징발장관으로 승부하고 있다.
갑작스런 ‘진대제 전략공천’은 어불성설이다. 진 전장관은 삼성을 버리고 국가산업구조에 기여하기 위해 정부로 들어갔다. 결국 현정권은 진 전장관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진 전장관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든지 안 되든지 마찬가지 결과다.”때문에 진 전장관이 확실한 실천력을 갖고 있는 김 의원 자신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행정 경제 법률 과학기술 등 복합적인 영역의 축소판이자, 한국의 미래상을 담고 있다는 것.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정당의 힘과 국민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넓은 영역이며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영역이다. 고사 끝에 전격 출마한 진 전장관은 1회용 카드일 뿐이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진 전장관이 상징하는 메시지가 ‘한국의 나아갈 길’이라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진 전장관의 경기도지사 출마선언 직후 모 언론사가 주최한 행사장에서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한 적이 있었다. 길게 얘기할 시간은 없었지만 “정치 안 한다고 할 때는 언제고, 왜 나왔느냐”고 김 의원이 물었다고 한다. 진 전장관은 웃음으로 대신했다고.
당내 경쟁자 제칠 카드 ‘마련중’
그러나 김 의원에겐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가 남아 있다. 이규택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불출마를 선언, 4파(김문수 김영선 전재희 이범관)전으로 압축되긴 했으나 김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의원에 크게 뒤처져 있다. 본선 경쟁력을 말하기에 앞서, 노동운동가 출신의 김문수 의원을 따라 잡을 ‘역전’의 복안(腹案)은 갖고 있을까. “시작 단계에선 꼴찌였다.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의원은 ‘새로운 가능성’을 말한다. 가정과 일자리, 생활과 사회참여 등 여성의 시각으로 새로운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안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를 여성적인 감각에서 풀어낸다는 것. 김 의원은 변호사 시절부터, 그리고 정치입문 후에도 소비자 보호 및 공정거래 등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여성의원으로서 소비시장과 생활경제에 가치를 두고 의정활동을 펼쳐왔던 것이다.
“정치인이 시대를 이끌어간다는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상은 국민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국민 스스로 산업구조, 사회편견, 패러다임 등의 시스템적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전체를 하나로 묶는 통합 디자이너의 역할이다.”때문에 김 의원 스스로 여성도지사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여성의 무기는 창의성과 상상력, 문화 다양성이라는 것. 기존의 패거리정치, 언론쇠뇌정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정치가 남성정치문화의 답습이었다면, 여성의 열린 자세와 유연성, 당당함과 솔직함은 페어플레이 원리를 고착시킨다는 논리다. 이를 바탕으로 김 의원은 ‘상쾌·유쾌·흔쾌’라는 미래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치 입문 후 그가 보여준 실천력과 전문성, 헌신하는 자세는 여성도지사 후보에 도전장을 내미는 데 있어 밑거름이다. 지금까지 열심히 봉사해온 사람이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기도 하다.
경기도에 한국의 미래 담겨 있어
‘확신’은 경기도지사 출마를 위해 지난 몇 달간 크고 작은 정책간담회를 진행해 오면서 더욱 굳어졌다. 경기도가, 한국이 미래의 문화대국으로 가는데 있어 그 가능성을 실생활 면에서 접근했다는 것. 보육시설을 교통요지에 배치한다는 아이디어는 여성의 일자리 창출과 보육정책을 하나로 묶는 나름대로 창의성을 발휘한 결과물이다. 정치권 핫이슈로 떠오른 한명숙 총리 인준청문회에 대한 그의 생각은 무엇일까. 한나라당은 당적을 이유로 청문회를 보이콧할 태세다. 김 의원은 야당 의원으로서 한 내정자의 총리 임명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한 총리 내정자는 유연성을 보여줌으로써 기존의 정치 패러다임을 바꿀 분이라고 믿기에, 당적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당적을 넘어 과감하고 열린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므로 그 현실 속에서 여러 가지 갈등을 겪게 된다. 한나라당의 요구는 최소한의 장치로서, 그것에 응하는 것 역시 작은 성의라고 생각한다.”
# 강금실 전 장관 출마선언 ‘대환영’
김영선 의원과의 만남은 지난 4월5일 오후 1시에 이뤄졌다. 이날 2시엔 강금실 전법무부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이 있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광역단체장 후보로서 정계 첫발을 내딛는 강 전장관에게 선배 정치인으로서 ‘한 말씀’ 요구했다. 일단, “여성의 침착함과 유연함, 감성과 이성이 아우러지는 지도력으로 사회 변화를 촉진해야 하기에 광역단체장 여성 후보 강 전장관의 정치권 입문을 환영한다”는 김 의원. 하지만 정치적 해석에 있어선 거침없는 발언이 이어졌다. “안 나간다, 안 나간다 하면서 지금에 와서 출마한다는 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도무지 알 수 없다. 결국 열린우리당의 ‘정치 들러리’를 하겠다는 것인가.” 한 마디로 ‘정치 비극’이라는 김 의원의 결론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입장에선 또 다른 평가가 이어진다.
강 전장관은 법무부 수장 시절 여성 특유의 유연성과 당당함, 솔직함을 잃지 않고 추진력을 발휘했다는 것. ‘멋’을 아는 유능한 법률가로 활동했던 만큼, 앞으로도 법률가로서 능력을 발휘하기 바란다는 것이다. 강 전장관에 대한 김 의원의 평가는 복잡하다. 물론, 김 의원과 강 전장관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서울대 법학과 선후배 사이이며, 탈춤반 동아리로 묶여 있다. 또 사법고시에 합격해 정치 입문 전 법률가로서 명성을 쌓았다. 김 의원은 “정치 입문 이전에는 ‘친하다’고 할 만큼 일년에 서너 번은 만나는 사이였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예전 같지 않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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