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대선 없다” 빅 카드
“차기대선 없다” 빅 카드
  • 이금미 
  • 입력 2005-11-08 09:00
  • 승인 2005.11.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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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내년 초에 밝히겠다는 ‘새 구상’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0월26일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당 내에서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져 나온 상황을 감안한다며, 난국을 타개할 ‘노무현식 해법’이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미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이라는 카드를 내놓은 바 있다. 또 최근엔 예상을 깨고 집권 후반기까지 이해찬 국무총리와 함께 간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렇다면 ‘승부사’ 노 대통령이 내 놓을 새 구상은 무엇일까.

지난 10월30일 노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북악산 등반을 하면서 “내년 초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국민에게 진지하게 제안할 몇 가지를 정리해서 제출하겠다. 미래 과제와 그 과제를 잘 해결해 갈 수 있는 우리들의 사회적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내년 초’라는 시기까지 밝히며 ‘구상’을 내놓겠다고 한 노 대통령의 심중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다양한 시나리오가 양산되고 있으며,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하기까지 하다.

‘청와대’ 안중 없는 잠룡계파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치권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면, 어떤 구상이든 ‘빅 카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2002년 민주당 경선을 통과하고 대선 후보에 선출된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빅 카드를 정치권에 던져왔던 게 사실이다. 정몽준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17대 총선을 앞두고선 ‘재신임’, 비록 불발했으나 최근엔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했다. 내년 초라면 2007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다. 때문에 노 대통령이 내 놓을 새 구상 역시 앞서 열거한 수준의 메가톤급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정치권을 나돌고 시나리오 중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구상’은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단계이다. 지난 17대 총선 이후 ‘전략통’으로 알려진 여권 인사들의 입을 통해 정치권에 전달된 분권형 대통령제 및 내각제로의 개편을 위한 정치적 수순을 밟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현재 여권의 상황을 압축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4대0으로 참패한 재·보선 직후 여권의 분위기는 마치 레임덕을 연상시켰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노 대통령 및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10%를 맴돌고 있으며, 차기 대선을 향한 잠룡등과 그 계파들의 난립에 있어선 ‘청와대’는 안중에도 없다.

재보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노 대통령은 여당에 “동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음에도 말이다. 정세균 당의장을 중심으로 한 임시 집행기구가 꾸려질 때가지 여권 주변에선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요동친다면, 그 시작은 여당 ‘해체’일 것”이라는 위기론까지 번지고 있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큰 그림은 현 여권의 상황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노 대통령이 당장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것이라는 분석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앞서 노 대통령이 제안한 ‘대연정’에 있어 여당의 반응을 되짚어 본다면, 노 대통령의 탈당 수순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약간의 온도차는 있었으나 여당 내부의 반대론자들은 한나라당의 부정적인 시각을 대변하는 듯했던 게 사실이다. 대연정 불발을 통해 노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제안이 여권 내에서 얼마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강한 의문점을 남겼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탈당 이후의 시나리오는 2006년 지방선거 장악으로 이어진다.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를 잡지 못한다면, 정권재창출을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정치권의 시나리오는 일방통로다.

지방선거 연합공천 가능성

여야 정당에 각료추천권을 부여해 거국내각을 구성, 연정을 성사시킨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연합공천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정치분석가들은 한나라당을 제외한 ‘소연정’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등 군소정당을 끌어들이는 플랜, 한나라당을 직접 겨냥한 대연정은 사전 정지작업이었다는 얘기다. 여권 주변에선 민주당에 총리 및 부총리급을, 민주노동당에는 노동부 장관 등 걸맞는 지분을 내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방선거 이전 여권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민심을 수습하고, 마찬가지로 참여정부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개혁세력을 결집시킬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거국내각 구성은 ‘이해찬 총리의 유임’으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집권 후반기까지라고 못을 박기는 했으나, 사실상 분권형 국정운영과 책임총리제라는 서막으로 읽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총리의 유임이 알려진 직후 여권의 한 인사는 “노 대통령의 정치적 구상에 있어 사실상 총리직이 변수로 등장했다”고 전했다. 거국내각 구성시 야당에 대한 정치적 대가라 할 수 있는 ‘총리’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묵시적 약속. 이는 대통령 권한을 대폭 이양하겠다는 발언에서도 감지되는 대목이다. 여권의 한 핵심 당직자도 “노 대통령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보아, 그가 언급한 대로 대통령의 권한은 외치에 무게를 두고 2선으로 물러날 것이며 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각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말 그대로 ‘분권’의 시작인 것이다. 이후엔 개헌 공론화, 권력구조 개편 제안, 국민투표로 이어진다.

정치권은 노 대통령이 ‘새 구상’을 언급했을 때의 대전제가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는 새 구상이 권력구조의 개편 문제에 닿아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대연정을 제안하면서 언급했던 선진국 모델은 모두 내각제 및 변형된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였으며, 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리고 새 구상을 언급하면서도 앞서의 절차를 그대로 답습했다. 더 멀리서 찾아본다면 당선자 시절이다. 노 대통령은 “2006년 개헌 논의를 해 2007년 전에 끝내야 한다”고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으며, 이는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마무리를 하겠다는 적극적인 표현으로 읽혀졌던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과 오랫동안 정치철학을 공유한 참여정부 핵심인사들의 면면을 봐도 내각제 개헌론자가 상당수다. 내각제 개편은 노 대통령 정치인생의 목표이자 명분으로 내세웠던 ‘국민통합과 지역구도 타파’와도 무관치 않은 권력구조다. 이를 위해 ‘낙선’이 보이는 선거에도 나선 게 아니냐. 권력구조 개편은 당선 직후부터 치밀하게 진행돼 온 것이며,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실행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명분정치’로 국민지지 마무리

노 대통령과 여권이 구상하고 있는 내각제 개헌론은 차기 대권구도 및 정권재창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2~3%라는 간발의 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차기 대선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고도의 전략에 의해 ‘내각제’라는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것.실제로 참여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한 문희상 전의장은 얼마 전 “17대 대선은 치러지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주변 사람에게 전했다고 알려진다. 이는 2007년 대선 전에 내각제 개헌이 현실화될 경우 17대 대통령 선거는 치러지지 않고 바로 내각정부가 들어설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 내 놓겠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노 대통령의 복심(腹心)에 자리잡은 ‘새 구상’은 권력구조 개편은 물론 임기 단축 및 차기 대권구도까지 염두에 둔 광범위한 정계개편 플랜으로 압축되고 있다. 그렇다면 연초 정치권을 강타할 노 대통령의 새 구상은 실효를 거둘 수 있을까. 우선 ‘정치권 통과’에는 반신반의가 대세다. 대연정 제안에 여당조차도 반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 등 야권 현역의원 중에도 차기 대선을 치르는 것에 부정적인 인사들이 포진해 있어 아직까지는 미지수라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국민투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까.

‘명분정치’에 강한 노 대통령이 이미 이 단계를 거쳤다는 평가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여름 노 대통령의 대연정 발언 직후 각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은 ‘개헌’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찬성’이 50% 이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역대 정부에서 ‘개헌론’이 등장한 바 있으나, 국민적 지지를 얻은 적은 없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랬듯 자신의 권력독점 및 차기 정권창출을 위한 정치적 제스처로 비쳤기 때문이다. 국민적 지지를 얻는 데 있어 노 대통령의 ‘개헌론’은 위험수위를 벗어난 지 오래다.

# JP-심대평 충청발(發) 정계개편 밀약골프회동서 오간 정치 9단의 훈수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와 심대평 충남지사의 만남.’지난 6일 경기도 모 골프장에서 이들의 골프 회동이 있었다. 극비리에 추진한 이들의 만남을 두고 정치권의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JP의 ‘정치활동 재개’라는 분석이 주류다. 지난 40년 충청권 맹주로 군림했던 그는 10선 고지를 눈앞에 두고 지난 17대 총선에서 낙선, 칩거에 들어갔으나 ‘정계은퇴’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중부권을 중심으로 한 신당 추진세력이 ‘창당’을 공식 선언한 가운데 JP가 신당의 주축인 심 지사와 회동했다는 사실은 JP 주특기라 할 수 있는 ‘대선지도’를 그리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관측까지 불러오고 있다.

이른 바 신 DJP 연대를 통해 97년을 재연한다는 시나리오다. 여권에 대한 호남의 이반 현상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호남은 물론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고건 전 국무총리가 JP의 역할론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엔 주변 인사들과의 세력화에 나서기도 했다. 취소되긴 했으나 ‘역사모임’은 JP의 개인 후원회 성격이 짙다는 후문이다. 한편 이날 회동과 관련 심 지사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비공식 일정이라는 해명이다. 그러나 신당 창당, 그리고 JP의 보폭이 커지고 있는 데는 2007 대선이 자리하고 있다는 시각은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날 회동에 앞서 지난 4일 국민중심당(가칭)은 자민련과의 통합에 합의했다. 심 지사와 양측의 현역의원들은 신당 창당에 공동 참여한 뒤 자민련을 신당에 흡수 통합시킨다는 일정을 공개했다. JP는 자민련을 만든 주인공이다. 자민련과 신당의 통합, 그리고 정권창출과 정당연합에 있어 캐스팅 보터(casting voter)로서 탁월한 감각을 발휘해 온 JP의 활동재개로 인해 2006 지방선거를 전후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충청발(發) 정계 개편’이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이란 시나리오가 무르익고 있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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