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호흡곤란, 소문악화
일단 DJ가 최근 입원하기 직전의 상황이다. 그는 지난 10월 초 광주에서 열린 김대중 컨벤션센터 개관식에 참석했으나, 지난 추석연휴 때부터 식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퇴원 후 동교동측에선 DJ의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폐부종도 소실됐다고 전했다. 동교동 자택에 머물며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됐다는 것이다. 앞서 DJ는 국민의 정부 도청 파문이 불거진 8월10일에도 폐렴 증세로 입원, 12일간 치료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 DJ의 입원이 위중설로 번졌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청정국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국가정보원이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도청이 있어 왔다”고 발표한 이후 DJ측은 여권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동교동측은 “도청사건을 국민의 정부에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며 현 정권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대통령 퇴임 후 현정권 사이에서 불거진 불미스런 일에도 침묵을 지켰던 DJ였다. 대북송금 특검, 민주당 분당, 노벨상 로비설 등을 겪는 와중에도 ‘칩거’ 이외에 어떠한 정치적 액션도 취하지 않았던 그다. 때문에 당시 DJ의 입원은 도청국면이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현정권에 대한 무언의 압력으로 비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른 바 ‘병상정치’다. 그렇다면 작금의 시점에서 또다시 DJ의 위중설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의혹’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두 번째 병원행의 주요 병증이 ‘호흡곤란’이라는 것.
DJ 위중설, 의혹 세가지
DJ는 지난 9월22일 오전 급작스러운 호흡곤란과 탈진 증세로 입원, 당시 병원 관계자를 통해 숨쉬기도 어려운 상태였으며 특수한 호흡기를 달 것을 검토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퇴원 후 조용한 DJ의 행보.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바닥을 치고도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집권여당에 대한 호남민심 이반은 지난 17대 총선 이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열린우리당의 자성의 목소리가 입증해주듯, 호남민심을 얻으려는 정치인들은 정신적 지도자인 DJ로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07 대선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 동교동은 문턱이 닳도록 현역 및 예비 정치인들이 북새통을 이뤄야 정상이다. 그러나 동교동은 조용하다. 동교동 소식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의하면, ‘DJ의 복심(腹心)으로 통했던’ 박지원 전 비서실장만이 동교동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인사다. 과거 동교동 가신그룹 출신으로 17대 총선에서 낙선, 지방선거를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는 전직 의원들의 방문도 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 이상이 아니라면, 평소엔 방문 예약 후 접견이 가능했던 동교동이다. 이는 DJ의 위중설이 사실이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가운데서도 DJ는 가능하면 면회 온 인사들을 맞아온 게 사실이다. 마지막 하나는 모든 공식 일정을 ‘연말’에 맞춰 미뤘다는 데 있다. 우선 일정이 취소된 사례도 있다. DJ는 11월13일부터 1주일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도서전에 초청받아 가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건강 악화로 인해 의료진의 건의에 따라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음은 방북계획이다. DJ는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했던 북측 대표단으로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북초청 의사를 전달받고 이를 수락했다. 그러나 이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영남대 명예박사 학위 일정 등도 ‘연말’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고령…사태 심각성 커져
이같은 의혹과 관련해 DJ의 한 측근 인사는 “폐부종과 당뇨병, 투석(透析)치료까지 병행해야 하는 상태라서 자칫 심각한 상태에 빠질 수 있었다”면서 “때문에 퇴원 후 동교동측의 ‘건강 호전’이라는 공식 발표에도, 82세라는 고령의 나이 때문에 위중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그에 의하면 정치권 및 언론사를 중심으로 ‘DJ 위중설’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10월25일 오후, DJ는 자유로 등지로 바깥나들이에 나섰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DJ 위중설이 누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여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과 10월, 그의 갑작스러운 입원 때보다 사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민의 정부 도청 사실이 공개된 이후 가뜩이나 돌아선 호남민심이 더욱 악화된 상황에서, DJ의 위중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고령의 나이인데다 자칫, 병세가 악화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태풍이 여권을 강타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의 검찰 소환 이후 도청 국면이 DJ를 향해 치닫고 있지 않은가. ‘DJ 서면조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검찰 주변의 소문, 또 김 전 차장과 국민의 정부 국정원장들의 공모(共謀) 혐의도 제기되고 있다. 그뿐인가. DJ의 장남 김홍일 민주당 의원은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한 상태다. 지난 10월25일 서울중앙지법은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1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불구속 기소된 김 의원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추징금 1억5천만원을 선고했다. 형이 확정되면 김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여전히 동교동에서 들리는 DJ의 건강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전직 대통령들의 건강은
칠·팔순 고개 넘어도 건강은 ‘이상무’
‘김대중(DJ) 전대통령의 건강 악화설’이 등장한 탓에, 전직 대통령들의 요즘 건강 상태에도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고의 권좌에서 국가의 명운을 걸고 결단을 내려야하는 ‘대통령’이라는 직책임에도, 역대 대통령들은 재임중 특별한 이상 징후를 호소하는 경우가 없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퇴임 이후엔 특유의 건강관리로 건재함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흘러가는 시간을 막을 장사는 없다. 이들도 ‘칠순(七旬)’ 고개를 넘어 대부분은 ‘팔순(八旬)’이다. ‘졸수(卒壽)’를 바라보고 있는 전직 대통령도 있다. 현재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은 최규하(89) 전두환(77) 노태우(76) 김영삼(81) 김대중(82) 전대통령 등 5명이다. 이 가운데 건강상태가 가장 좋지 않은 전직 대통령은 앞서 언급한 대로 DJ다.
또한 최고령인 최규하 전대통령의 건강 상태도 염려스럽다는 주변의 전언이다. 워낙 고령인데다 거동이 불편한 탓에 외부 공식행사는 물론 면담도 어렵다는 것. 최근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모친상 장례식장에 놓인 조화에서 그의 이름만을 볼 수 있었다. 한편 3년 전부터 나돌곤 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건강 이상설은 요즘 잠잠하다. 전립선 증세가 악화돼 병원을 찾은 이후, 건강에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두환 전대통령과 김영삼(YS) 전대통령은 건강 체질인 것으로 알려진다. 젊은 시절부터 축구 등의 운동을 통해 체력을 단련해 왔고, 퇴임 이후에도 가벼운 운동으로 건강 관리를 해왔다는 후문이다. 특히 고령의 나이에 배드민턴 라켓을 휘두르는 YS의 모습은 익히 알려진 바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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