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l 대구 김을규 기자] 대구시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육아휴직 활성화에 주목하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이른바 ‘라테 파파’, 즉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올해 7월까지 대구시청 소속 남성 육아휴직 신청자 수(25명)는 전체 육아휴직 신청자 수(85명)의 29.4%로 전년도 같은 기간 신청 건수(14명) 대비 79% 증가했다.
남성 육아휴직자 수의 증가에 힘입어 전체 육아휴직 신청자 수도 전년 동기 대비 51.8% 증가하는 등 육아휴직률이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라테 파파’는 커피를 손에 들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의미하는 말로 1974년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등 남녀 공동 육아 문화가 자리 잡은 스웨덴에서 유래했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생 문제를 겪은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이 출생율 회복에 가장 주효했던 정책이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적극 장려하는 등 일․가정 양립과 양성평등을 실현한 것이라는 점에서 대구시의 ‘라테 파파’ 증가율은 눈여겨 볼만하다.
대구시도 이 부분을 출생율 제고의 핵심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작년 9월 권영진 시장의 핵심정책인 '민선7기 대구형 신 인사혁신안'에 출생 및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담아 시행 중이며 효과를 보고 있다.
직원들이 일반적으로 육아휴직을 고려할 때 망설이는 이유는 ‣부서원들에게 업무상 부담을 주는 데 따른 ‘눈치’ ‣휴직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휴직 복직 후 승진 또는 전보 인사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등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구시는 ‘휴․복직 부담-제로(ZERO)시스템’ 도입, 육아휴직을 사전 예고할 경우 출생 및 육아휴직 즉시 결원을 보충해 주고, ‘승진 대디(Daddy) 육아휴직 의무상담제’를 시행, 남성 공무원이 승진하면 육아휴직 사용 시기와 제도 등에 대해 인사부서 직원과 상담하도록 해 남성 육아휴직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아울러, 대구시는 육아휴직자의 경제적 부담을 보다 경감시키고자 지난 해 국가출생장려정책의 일환으로 인상된 휴직수당과 더불어, 다자녀 공무원에 대한 맞춤형 복지포인트 지급을 확대하고, 육아휴직자에 한해 2개월 이상 근무 했을 경우 성과상여금을 100% 지급하고 있다.
육아휴직으로 인해 인사상 손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 부분은 직장 내 분위기상 여성보다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쉽게 포기하는 주된 이유로 꼽혔다.
대구시는 이와 관련, 근무성적평정이나 승진 심사 시 육아휴직 전력으로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전보 인사 시에도 육아휴직 복직자의 경우 상담을 통해 어린이집 인접 기관 전보 등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경력인정과 관련해서는 작년 관련 법 개정으로 둘째자녀 부터는 최대 3년을, 부부가 순차적으로 휴직한 경우에는 첫째자녀도 소급해 3년까지 경력 인정이 확대된 점도 육아휴직을 보다 쉽게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대구시는 지난 4월 전국 최초로 ‘맘 케어 오피스’를 개소, 임신부 공무원들이 별도의 공간에서 안락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조코(JOCO, Job-Off Children-On)’라는 ‘육아휴직자 전용 밴드’를 개설해 인사부서 직원들로 하여금 휴직자들에게 각종 안내와 더불어 인사상담의 창구로 활용토록 하는 등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들을 촘촘히 운영하고 있다.
한편, 대구시의 육아휴직 활성화 조치들은 타 지자체를 포함한 많은 공공기관에서 큰 관심을 보이는 등 ‘신 인사혁신안’을 발표한 작년 하반기부터 벤치마킹을 위해 문의와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세계 최저이자 통계작성 이후 사상 최초로 0명대를 기록하게 됐다. 이런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우리시를 포함한 공공기관은 ‘모범적 고용주’로서 역할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초저출생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해법을 마련해 시행에 앞장서 이를 민간으로 확산하고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모든 지혜와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을규 기자 ek8386@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