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수민족에 대한 아픔 그리고 싶어요”
연극 ‘고래섬’의 여신, 나자명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한 중견 연극배우 나자명씨가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다시 선다. 바로 한국과 일본이 공동 제작하는 연극 ‘고래섬’에서 여신의 역할을 맡은 것.
한일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부산광역시와 일본 문화성의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이번 공연은 오는 9월 21일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과 일본을 돌며 총 25회 이상의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연극 ‘고래섬’은 지구의 환경을 주제로 한국의 부산시립극단 수석연출가 손기룡씨와 일본연출가 시나가와씨가 아시아의 환경을 겨냥하며 공동 제작한 작품. 극중 나자명씨는 인간의 탐욕으로 물들어가는 바다를 보호하려는 여신 역할을 맡았다.
나자명씨는 86년 연극 ‘욥’으로 데뷔해서 88년 뮤지컬 “환타스틱”의 주인공 등으로 활동하다가 88년 일본으로 건너가 92년까지 쇼와 음악예술대에서 뮤지컬과 연극에 대해 본격적인 공부를 하고 왔다. 귀국후 그녀는 ‘코러스 라인’(1992)을 시작으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등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색깔을 국내 무대에 선보였다.
이후 ‘오적’(일본, 1998), ‘슬픔의 일곱 무대’(일본, 2002), ‘레즈씨스터즈’(일본, 2002), ‘발코니’(2004) 등으로 연극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한편, ‘레드볼 씨어터 컴퍼니’라는 극단까지 창단, 공연기획자로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나씨가 이렇게 직접 극단까지 차리게 된 이유는 바로 ‘소수민들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다.
“제3세계, 여성들에 대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싶었어요. 소수민족에 대한 아픔과 고통을 그리고 싶었거든요. 한국도 세계에서 보면 소수민족이죠. 하지만 이런 작품들은 아무데서나 올리고 싶지 않거든요. 상업적인 인기 위주의 작품들만 무대에 올려지면, 그만큼 우리 연극 무대의 다양성은 없어지는 거예요.”
대중적인 것을 좇지 않는 대신 외롭고 힘들겠다는 기자의 질문에 나씨는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 좋아하지 않는 길을 가는 게 행복하단다. “한번 태어나서 의미 없이 사라지면 너무 슬프잖아요.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길 아닌가요.”
이어 그녀는 앞으로도 “소수민족, 제3세계, 여성, 빈민 등 소외된 사람들이나 약자들을 위한 연극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나씨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전시를 준비, 광화문 정갤러리에서 2007년 1월 첫 전시를 할 계획이며, 그동안 창작해온 시 200편중 약70편을 추려 시집도 발간할 예정이다.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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