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색국가 ‘배제, 文대통령 지지율 유지될까?
[기고] 백색국가 ‘배제, 文대통령 지지율 유지될까?
  •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 입력 2019-08-02 16:41
  • 승인 2019.08.02 17:48
  • 호수 1318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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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국민은 안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안보가 위기에 처하면 안전, 나아가 생명이 위험해진다. 안보위기가 찾아오면 국민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한다. 정부에 힘을 실어줘 위기를 극복하려는 본능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미국 9.11 테러 당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90%까지 오르기도 했다.

일본과 경제 전쟁이 격화하면서 문 대통령도 안보위기의 수혜를 보고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7월 통합’에 따르면 문 대통령 긍정, 부정평가는 각각 48%, 43%이다. 경제보복 이전 ‘6월 통합’에선 긍정 46%, 부정 45%였다. 긍정평가는 늘고 부정평가는 줄면서 격차가 확대된 것이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대부분 국정지지율이 올랐다(여론조사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50대 남성이 주로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다. 한국갤럽 ‘7월 통합’에서 50대 남성은 긍정 50%, 부정 47%였다. 경제보복 이전 ‘6월 통합’에선 거꾸로 긍정 42%, 부정 51%였다. 국가위기가 심화하자 문 대통령에 부정적이던 50대 남성이 대거 긍정으로 돌아선 것이다.

50대 남성은 6 대(對) 4 정도로 보수성향이 강한 편이다. 이들은 보수 가치를 재생산하던 시기에 군대 경험도 공유한다. 국가, 충성, 애국… 이런 단어에 애착을 느낀다. 50대 남성은 안보위기가 찾아오면 늘 앞장섰다. 1987년 민주화운동에선 넥타이 부대로, 1998년 외환위기에선 금 모으기 운동에 나섰다. 일본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이번 안보위기에서도 50대 남성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면서 안보위기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 한일 경제전쟁은 쉽게 끝나지 못할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과 아베 모두 양국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데다 국내 여론도 살펴야 하는 처지이다. 민주연구원 ‘한일갈등 여론조사 파문’처럼 안보위기를 국내정치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유지될 수 있을까? 한일 경제 전쟁이 장기화되면 피해는 국민과 기업 몫이다. 국민은 경제고통을 감수하고 언제까지 문 대통령을 지지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번 안보위기에서 지지율 상승을 견인한 50대 남성이 변수가 될 것이다.

50대 남성은 경제전선의 맨 앞에 노출되어 있다. 대부분 가장이고 기업의 중견 관리자이자자영업자들이기도 하다. 자신의 노후준비와 부모 부양과 자녀들까지 챙겨야 한다. 이들은 문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이번 사태를 걱정한다. 한국갤럽 7월 4주 여론조사에서 50대(여성 포함)는 경제전쟁으로 한국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응답이 69%로, 60대를 포함 모든 나이대 중에서 제일 높았다.

3040의 문 대통령 지지는 매우 견고한 편이다. 20대도 상대적으로 유보가 많긴 하지만 문 대통령 지지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2040에겐 선택지도 마땅치 않다. 보수 진영은 탄핵 당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향후 문 대통령 지지율은 50대, 특히 남성에 달렸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문 대통령이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면 50대 남성들은 본래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그들에겐 자존심, 명분, 정치보다 가정과 민생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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