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은 것”
탈당?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은 것”
  • 김대현 
  • 입력 2007-02-07 11:18
  • 승인 2007.02.07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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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bh@dailysun.co.kr

손학규 전경기지사 인터뷰
‘메이크업 아티스트, 운전담당, 일정담당, 공보담당, 여비서, 복수의 지지자, 그리고….’
지난 2월 2일 오전 9시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 소재 사조빌딩 3층. 한나라당 손학규 전경기지사의 20평 남짓한 대선캠프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당내 경쟁자인 이명박 전서울시장과 박근혜 전대표와의 차별화 전략이 효과를 거둔 측면도 있지만, 최근 범여권의 잇단 ‘러브콜’로 인해 국민통합 후보로서 기대치가 높아진 탓이다. 손 전지사는 범여권으로 ‘말을 갈아타는 문제’에 대해 부정적이다. 하지만, 정치를 ‘생물’에 비유하는 등 개연성까지 완벽하게 차단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국민대통합의 필요성에는 더욱 적극적이다. 일각에선, 이를 계기로 당내 대권주자와 차별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여야를 넘나들 수 있는 후보 이미지로 지지율을 반등시키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경쟁 후보들에 대한 비판의 강도 또한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일요서울>은 이슈메이커로 부상한 손 전지사를 직접 만나, 최근 정치권 동향과 관련된 궁금증과 향후 행보에 대해 들어봤다.



한나라당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손학규 전경기지사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후보 지지율 1위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에 대해 손 전지사측이 뚜렷한 거부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어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손 전지사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고 운을 뗀 뒤, “이명박 전서울시장이 대세론을 형성하다보니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 같은데, 이대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국민통합의 새로운 정치질서 필요

그는 또, “나는 지역과 이념을 아우르는 더 큰 한나라당을 만들어 국민통합의 새로운 정치질서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전지사는 기자가 뽑은 대권후보 1위에 랭크될 정도로 전문가 그룹이 인정한 ‘블루칩’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민적 인지도와 여론조사 지지율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게 사실이다. 이는 줄곧 손 전지사의 ‘한계’로 지목
될 정도였다. 100일간의 야심작, ‘민심대장정’ 결과를 브리핑할 당시에도 ‘북핵사태’라는 이슈에 밀리는 ‘악재’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손 전지사가 자신을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범여권 세력의 ‘러브콜’이 쇄도하면서 그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뚜렷한 ‘대항마’를 찾지 못한 채, 핵분열 직전에 놓여 있는 열린우리당발(發) 훈풍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

일부 정치 분석가들은 “손학규 전지사가 일부 통합세력의 ‘러브콜’을 적절하게 활용할 경우, 국민적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자칫 정도에서 이탈하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면 오히려 국민적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손 전지사는 최근 들어 외부인사 영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미래지향적 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개혁, 통합, 글로벌 마인드 등을 고루 겸비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손 전지사는 이와 관련 “한풀이식으로 정권을 잡겠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면서 “집권을 위한 경쟁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외부인사 영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손 전지사는 본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내 경선이 9월경으로 연기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음은 손 전지사와의 일문일답.

- 실명 소설 논란을 빚은 ‘나비야 청산가자’를 읽었는지.
▲ 아직 읽지 못했지만 내가 대통령이 돼 북핵문제와 남북긴장을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내용이라고 전해 들었다. 작가 김진명씨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한 것 같다.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사람으로 나를 꼽은 건 기분 좋은 일이다.

- 최근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는데.
▲ 순간의 지지율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시대정신을 놓치지 않고 일관된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여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치지형 변화를 평가한다면.
▲ 오로지 정권을 연장할 목적으로 추진하는 정계개편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여권은 먼저 실정에 대해 겸허하게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파의 이익보다는 나라와 국민의 이익을 앞세우길 충고한다.

- 열린우리당 핵분열의 본질은 무엇인가.
▲ 정파의 이익만 앞세우며 집권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이제는 국민 모두 잘 살고, 행복할 수 있는 국정운영 비전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한, 국민대통합의 새로운 정치질서가 절실한 부분에는 동의한다.

- 범여권 통합세력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듯하다.
▲ 유보적이라….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이명박 전서울시장이 ‘대세’다보니 이 전시장은 한나라당, 나는 다른 당 식의 가정을 하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이대로 가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 고건 전국무총리가 중도하차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국정 경험이 풍부한 분인데 아쉽다. 나라의 큰 어른으로서 국민대통합에 역할을 하실 것으로 믿는다.

- 이명박 전서울시장, 박근혜 전대표와의 차별성을 말해 달라.
▲ 토목공사와 아날로그 마인드로는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할 수 없다. 21세기는 글로벌, 디지털, 네트워크화된 시대다. 그런데 지금 땅 파고 공사하면 경제문제가 해결된다는 개발논리나 과거 산업화 시대 한강의 기적에 대한 향수에 젖어 있다.
나는 경기도지사 시절 ‘세계 속의 경기도’를 내걸고 지구를 7바퀴 반 이상을 돌았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방, 창조, 통합의 시대에 맞는 정신을 갖고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다. 나는 항상 그 길 위해서 노력을 경주해 왔다고 자부한다.

- 조직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이다.
▲ 현재 당내에 줄 세우기가 만연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공천권을 가진 최고위원이 초선의원들과 원외위원장들을 특정캠프로 몰아간다면 공정경선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과연, 줄 세우기 구태정치로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겠는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왜 졌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 외부인사 영입을 주장하는 이유는.
▲ 한나라당이 기득권의 성을 높이 쌓고 대세론, 과거 산업화 시대에 대한 향수 등에 안주한다면 그것은 망하는 길이다. 우리 국민의 60% 이상이 중도나 진보 성향이고, 한나라당 지지층의 35%가 언제든지 지지정당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이제 한나라당은 미래지향적인 안목을 가진 인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선진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나는 진대제 전장관, 정운찬 전총장뿐만 아니라 산업화와 민주화를 포용하고 선진 대한민국 창조에 나설 분이라면 누구라도 함께 할 용의가 있다.

- 6월로 예정된 당내 경선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 경선시기는 본선에서 최종적으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는다는 원칙에서 검토돼야 한다. 아마도 당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9월 경선 쪽으로 흐를 것으로 본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지방 일정은.
▲ 현대자동차 파업을 말리기 위해 울산에 방문했을 때다. 지금 대한민국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일자리다. 그런데 21세기엔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 경기도지사 시절 13조원 규모의 해외 첨단기업 투자를 유치하고, 77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런데 현대차 파업으로 어렵게 유치한 해외 부품회사 직원들이 일거리 걱정을 하는 걸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 ‘긴급조치’ 판사 실명공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나 역시 70년대 민주화 운동으로 수배와 도피, 투옥을 반복한 사람이다. 이번 판결로 역사의 진실이 밝혀지고 고인들의 명예가 회복돼 벅찬 감회를 느낀다. 그러나 이 일이 정치적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판결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후대에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여권 출신으로 캠프에 영입하고 싶은 인사가 있다면.
▲ 세계적인 스케일과 미래지향적인 안목을 가진 인재, 산업화와 민주화를 포용하고 선진 대한민국 창조에 기여할 인재라면 누구든 환영이다.

- 노무현 정권이 지역주의 타파에 실패한 원인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결국, 이 정권도 지역주의에 기반한 측면이 없지 않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점이 있다고 본다. 진정성을 갖고 화해를 추진해야만 비로소 지역주의를 혁파할 수 있다.

-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만났다는 소문이 있는데.
▲ 노 대통령과는 정권 초기에 몇 차례 만난 것 외에는 접촉한 사실이 없다.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고, 국민들의 불신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구체적 의제와 명분을 갖고 만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강재섭 대표가 오는 9일 노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잘한 일이다. 나는 남북정상회담도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제가 분명하고 내용이 투명하다면 국가를 위해 필요한 사안이다.

- 이번에 정책으로 내놓은 광개토전략의 내용은.
▲ 대한민국은 이제 지식정보, 과학기술, 소프트웨어로 무장하고 세계 속으로 경제영토, 문화영토를 넓혀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제가 준비한 게 바로 21세기 광개토전략이다. 핵심은 인재와 기업이다. 매년 글로벌 인재 10만명을 양성하고 세계 일류기업 10개, 첨단 중소기업 1만개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그게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한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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