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겸 그리고 이영익
모처럼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 프로축구계에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이 일어났다. 최윤겸 대전시티즌 감독(45)이 돌연 사임을 표명한 것.
대전 구단은 지난 3월28일 “최 감독이 클럽 사무실로 찾아와 이윤원 사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최 감독이 사퇴를 결심한 동기가 조금 충격적이다. 애초 알려졌던 사임 이유는 성적부진. 대전은 07시즌 K리그 초반부 3경기에서 1무2패, 컵 대회마저 1무1패의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 사안일 뿐, 이어진 후속 보도는 축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던져줬다. 최 감독이 음주 자리를 갖던 도중, 이영익 팀 수석 코치를 맥주잔(?)으로 내려치는 등 폭행을 가했다는 것. 이마가 찢어진 이 코치는 상처 부위를 18바늘이나 꿰매는 등 병원 치료를 받게 됐고, 이 사실이 항간에 알려지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말았다.
평소 점잖은 이미지로 ‘그라운드의 신사’로 불리었던 최 감독이었기에 파장은 더욱 컸다. 지난 03시즌 사령탑 부임 이후 빠듯한 살림 속에서도 시민 구단의 흥행을 주도했던 최 감독과 이 코치는 이번 사건으로 결국 되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넌 셈이다.
사실 대전 구단의 내부 불화설은 지난해부터 심심찮게 흘러나왔었다. 용병 수급, 주요 선수들의 대거 이탈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팀 운영이 어려웠고, 여기에 최 감독의 조기 퇴진 압박까지 더해지며 코치진과 구단 운영진의 관계는 원활하지 못했다는 게 정설이다.
일단 구단에서는 최 감독과 이 코치의 사직서를 반려했다. 자체 징계위를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대전 구단의 이미지는 망가질 게 확실해 보인다.
남장현 ypshike3@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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