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세력의 존재’ 반드시 증명하겠다”
“‘개혁세력의 존재’ 반드시 증명하겠다”
  • 김승현 
  • 입력 2007-04-19 09:31
  • 승인 2007.04.19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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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의 외로운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상황은 이전보다 더욱 악화됐다. 믿었던 손학규 전지사는 탈당했고 뜻을 함께 했던 젊은 소장파 의원 상당수는 이명박 전시장과 박근혜 전대표 진영에 몸을 실었다.
원 의원은 이런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경선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당내 개혁세력의 존재를 증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민 또한 깊어 보였다. 그는 “이러다가 영원히 당에 분칠만 하는 장식품 정도로 결국은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참 힘들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빗줄기기 흩날리던 지난 13일 오전, 의원회관에 서 그를 만났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50%를 오르내리고 있지만 원 의원은 불안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손 전지사의 탈당에 대해선 “당 지도부나 유력 주자들의 노력이 부족했다”면서 “범여권 주자가 나타나 정책 대결이 시작되면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할텐데 그러면 그 공백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서청원, 최병렬 전대표 등 ‘올드보이’의 컴백에 대해서도 상당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한나라당이 결국 과거 세력으로 돌아간다는 매우 안 좋은 조짐으로 보고 있다. 소탐대실이다. 지금 한나라당만 무대에 올라 막 가고 있는데 나중에 공격받을 수 있는 빌미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올 대선 판세를 전망하며 한나라당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50 대 50 구도로 흘러갈 것이라며 중도 유권자들을 끌어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원 의원과의 일문일답.

- 경선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 젊은 개혁 세력의 비전과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개혁세력의 존재 증명이 가장 큰 이유다.

- 젊은 소장파 의원들 중 상당수가 ‘빅2’ 진영에 가세했다. 외롭지 않나.
▲ 어렵고 힘든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불리하고 세가 부족해도 존재 증명의 의미가 크다. 집권 가능성을 중심에 놓고 생각한 정치인들은 결국 현실을 선택해 유력 주자 캠프로 간 것 같다. 하지만 경선에서 보다 다양한 비전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당과 우리나라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중점을 두는 가치가 다른 거다.

- 손 전지사가 탈당했다. 향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 현재는 한나라당 혼자만 부각됐기 때문에 표가 안 날 수 있는데 범여권 주자가 나타나 정책 대결이 시작되면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손학규로 표현됐던 개혁 세력의 공백이 컸다는 걸 나중에 새삼스레 느낄 것이다.


▲ 손 전지사는 당내보다 당외 지지세력이 많았는데 이게 그대로 옮겨 갔다. 당내 분포를 봤을 때 아무래도 무게가 다르기 때문에 쉽게 연결이 안 되는 측면도 있다. 어차피 손 전지사가 빠진 공간을 반사이익으로 채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손 전지사가 5% 정도, 저 같은 경우는 1% 안팎의 미미한 지지율이다. 하지만 수치보다는 과연 한나라당에 개혁세력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느냐는 질적인 문제가 중요하다. 개혁 중도세력이 장식품으로 사용돼 색칠하기, 페인트칠하기 정도에 그쳐서는 중도 유권자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 대승부가 벌어질 때 한나라당의 역량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 원래는 손 전지사와 함께 개혁의 폭을 넓히려고 했지만 현재로서는 힘이 부족하다. 특히 양대 주자의 대세론으로 흘러가다 보니 당에서 역동적인 모습이 잘 안 나오고 있다. 이미 상당부분 좀 지루해지고 있는 양상 아닌가.

- 손전지사가 탈당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 민심대장정 이후 활동하면서 당내 개혁세력화가 불가능하다는 좌절감에 결단을 내리신 것 같다.

- 사전 연락은 없었나.
▲ 깊은 토론은 없었고 나가기 직전 심정을 털어놓으시며 같이 하자고 전화하셨다. 지금 시점에서 손 전지사가 느낀 고민과 좌절감은 내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다. 하지만 손 전지사 결단에 우리가 선뜻 같이 하기엔 준비와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씀드렸다. 잘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경선시기나 방법을 정하며 말들이 많았다.
▲ 손 전지사는 자신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 안 됐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좌절감 내지는 불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을 거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손 전지사를 경선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봤다면 다른 주자들이 양보를 한다든지 당 지도부가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이런 게 좀 부족했다. 적극적으로 잡으려는 입장이나 노력이 없었다.

- 손 전지사의 고민에 공감하면서도 경선을 준비중인 이유는.
▲ 손 전지사는 이번에 본선 주자로 나가는 것을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 나는 아직 한창 젊고 이번에 못 나간다고 해도 좌절로 느낄 처지가 아니다. 비록 소수이고 비주류라 하더라도 개혁세력이 뿌리를 내리고 언젠가는 주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길게 보더라도 전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서거나 그런 상황이 온다면 고민은 어차피 할 수밖에 없다.

- 과거 정풍 운동 당시보다 당내 개혁세력이 퇴보했다고 보나.
▲ 한나라당의 체질 개선을 요구했던 개혁 세력이 지금 양대 주자 진영에 가담을 하고 있다는 면에서 훨씬 약화됐고 나빠졌다. 예를 들어 MB 진영에 가담한 의원들은 MB를 대통령으로 만들면 당의 체질개선도 가능하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지 의문이다.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오면 중도 정당이 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 오세훈 시장의 당선은 당내 개혁세력의 승리라고 평가받았다.
▲ 국민들이 참신하고 깨끗한 개혁세력을 갈망하고 있다는 가능성은 보여줬다. 하지만 당내 개혁세력이 자력으로 쟁취한 것은 아니었다. 개혁세력의 강화로 연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완의 가능성은 보여줬지만 거기서 그쳤다.

- 이 전시장과 박 전대표를 간단히 평가해 달라.
▲ 이 전시장의 장점은 실물경제 경험과 추진력이지만 국가의 대북정책이나 양극화 해소 문제, 교육정책 등 우리 삶의 문제 전반에 대한 시대정신과 노선은 명확하지 않다. 앞으로 그런 점을 봐야 할 것 같다. 박 전대표는 원칙에 충실하고 과거 퍼스트 레이디로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이 강점이다. 단점이라면 모든 걸 너무 이념적인 문제로 끌고 갈 뿐만 아니라 그 이념이라는 게 좀 편협하다. 과연 반대세력, 다양한 세력들을 끌고 갈 수 있는지 우려스럽다.

- 이 전시장과 박 전대표가 ‘대운하 구상’과 ‘대처리즘’을 전면에 내걸었다.
▲ 대운하 구상에 대해선 잠정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검토는 더 해봐야 하지만, 환경과 생태계 문제를 희생하면서까지 경제효과가 있는지 회의적이다. 이건 고속도로 뚫는 문제와 전혀 다른 것이다.
대처리즘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대타협을 바탕에 둔 네덜란드나 핀란드의 사례가 더 필요하다. 대처리즘과 반대되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다.

- 빅2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 현재로 보면 필승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 검증 과정에서 얼마나 상처를 입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 전시장은 ‘검증’의 벽을 넘어야 하고 박 전대표는 지지층과 참여세력을 얼마나 넓힐 수 있을지가 변수다.
기본적으로 범여권 후보가 가시화되고 한나라당 후보들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진행되면 50대 50구도로 접근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한나라당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시간이 갈수록 박빙으로 갈 것이다.

- 지금까지 정치 활동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 가장 어려웠던 것은 탄핵 당론으로 갈 때 결정을 요구받았던 순간이다. 결국 당론을 따랐는데 소신을 좀 더 지켰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당내 개혁의 목소리를 내달라는 차원에서 영입된 건데 결국 부딪히다 보면 ‘이러다 영원히 당에 분칠하는 장식품 정도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 참 힘들다.
한나라당이 체질개선에 실패한다면 당내 개혁세력들은 존재 이유 문제로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갈 가능성도 많다고 생각한다.

- 한나라당이 변화하기 위해선 무엇부터 바뀌어야 하나.
▲ 우선 대북정책에 있어 과거 반공냉전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따뜻한 정신을 담은 그런 평화 공존의 통일 정책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사회의 약자와 가난한 자에 대한 따뜻한 시각과 이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특정 지역에 편중된 것도 문제다.

- 서청원, 최병렬 전대표가 정치권에 복귀하고 있다.
▲ 한나라당이 과거세력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매우 안 좋은 조짐이라고 본다. 소탐대실이 될 것이다. 그분들이 (당직에) 계실 때도 미래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 복귀한다고 하니 여러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많은 의원들이 워낙 강력한 두 주자를 너무 의식하고 있다. 나쁜 말로 하면 눈치를 본다고 할까. 지금은 한나라당만 무대에 올라 국민들 비판 여부와 상관없이 막가고 있는데 이게 나중에는 과거 세력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 그 공격의 빌미를 스스로 계속 만들고 있는 거다.

- 올 대선의 최대 화두가 ‘평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그렇게 단순 구도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정상회담 등이 있을 수 있고 평화협정이 착수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런 대형 이슈가 현재 준비돼 있다고 본다. 평화 이슈가 큰 화두로 등장하겠지만 그 구도를 미국 자체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으로서도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나라당이 반대해야 구도가 되는 것 아닌가. 마지못해 따라가기는 하겠지만 한나라당이 비켜갈 것이다.

- 범여권 통합 후보 논의가 한창이다.
▲ 범여권 후보는 언제든지 40%대 까지 치고 올라올 수 있는 역사적 또는 지역적, 계층적 지지기반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는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워낙 차갑기 때문에 노무현 세력의 재집권이라는 이미지로는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다.
이걸 어떻게 분리할 것이냐가 관건인데 친노 직계세력의 포함 여부를 놓고 아직 방향을 못 잡은 것 같다. 지금 노 대통령이 임기 말년이지만 레임덕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치적 영향력과 이슈를 계속 갖고 있다. 누가 중심을 잡을 건지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보인다.

- 당내 개혁세력을 대표해 어떤 공약을 준비중인가.
▲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일단 양극화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법으로 4천만원 이하의 월급생활자의 근로소득세를 폐지하자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 부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미북수교를 통한 북한과의 평화공존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다 구체화된 공약을 준비중이다. 한가지만 더 이야기한다면 약자들을 위한 따뜻한 보수정책을 강력하게 펼쳐야 한다고 본다.

- 이번 경선의 목표는.
▲ 사실 안 좋은 결과도 각오하고 있다.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내 개혁 세력도 근본적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본다.

- 만약 그런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 오늘은 오늘의 고민을 하는 거고 내일은 내일의 고민을 하는 거다.

-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 경선 과정, 특히 전국 순회 정책투어에서 지금까지 추구했던 바를 지속적으로 주장할 것이다. FTA와 대북 정책, 사회양극화, 교육문제 등 뜨거운 쟁점들이 많다. 그 열기가 100분 토론 이상으로 가야 한다. 필승 결의대회 하는 이벤트성 행사에 그쳐서는 한나라당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없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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