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가도의 장애물은 ‘불도저’로 밀어붙인다
대권가도의 장애물은 ‘불도저’로 밀어붙인다
  • 이금미 
  • 입력 2005-09-26 09:00
  • 승인 2005.09.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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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마이웨이.’이명박 서울시장이 대권도전을 위한 독자적인 수순밟기에 나서고 있다. 이 시장측이 독자적으로 대권도전의 길을 택한 것은 조기 전당대회-당권·대권 분리 혁신안을 통해 한나라당을 접수하려는 계획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대연정 불가’를 천명하며 당 결집을 이뤄낸 박근혜 대표와의 한판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 안팎에선 이 시장의 ‘12월 대선캠프 가동설’이 나오고 있다. 이 시장과 박 대표의 힘겨루기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10·26 재·보선을 기점으로 박-이 대권주자 전쟁은 본격적인 막을 올릴 것으로 정가는 보고 있다.

이 시장의 대권마이웨이 선언 시점은 10월1일로 예정된 청계천복원공사 준공식 직후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단 이 시장은 청계천 복원사업의 성공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세몰이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 그는 청계천 준공을 앞두고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와 당직자 등을 만찬에 초청하는가 하면, 열린우리당은 물론 민주당, 민주노동당 인사들과의 회동에도 적극 나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이른 바 ‘청계천 정치’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서울시장 임기 9개월을 남긴 시점에서 그는 자신의 치적을 앞세워 정치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당 출신인사로 정무팀 강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청계천 준공과 동시에 각 대학의 특강 주문도 쇄도하고 있다. 지난 22일엔 경남 창원대학교를 찾아 ‘청년의 삶과 꿈’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오래 전부터 대학 특강에 나서고 있는 이 시장은 자신의 ‘CEO 리더십’ 홍보는 물론 대정부 공격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은 10월 이후에도 그의 특강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바쁜 일정에도 젊은층에 다가가는 모습은 그들에게 대선 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이 같이 이 시장의 활동반경이 넓혀짐과 동시에 정무팀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국회 보좌진의 이동이 잦은 시기인 국감 이후 이 시장의 당력 확보를 위한 ‘영입’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 시장이 지난 5일 신임 정무부시장으로 정태근 한나라당 성북갑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을 임명했으며, 전임 이춘식 전 부시장도 여전히 지근거리에서 그를 보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이미 올해 들어 꾸준히 ‘정무팀’ 강화에 나서왔다. 지난 2월 이 시장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관 출신인 박영준 정무팀장과 나경원 의원의 비서관 출신인 윤상진 정무비서관을 채용했으며, 5월에는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지낸 조해진 정무보좌관을 데려왔다. 정치권 안팎에선 “대외 업무에 있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이 시장측의 해명에도, 대선을 위한 선거용 TF팀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다시 말해, 당세 확보를 매개로 해 ‘대권 전략’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것.

혁신안 통과, 반박세력 완패

정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무부시장이라는 공식 자리가 있음에도 별도의 정무팀을 가동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역대 서울시장의 정무 활동에 비춰, 이 시장의 경우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 그럼에도 이 시장의 한 측근은 “제한적이지만 정무팀 인선이 추가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시장의 행보는 최근 한나라당의 당력이 박 대표에 모아지고 있는 형세와 무관치 않다.‘대연정’을 두고 벌인 노무현 대통령과 박 대표의 회담은 그동안 박 대표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콘텐츠가 부족하다”,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등의 비난을 누그러뜨림과 동시에 한나라당의 대권주자로서 박 대표의 위상을 한단계 높였다. 차기를 두고 박 대표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 시장이 상대적으로 처진 듯한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게다가 혁신안을 두고 박 대표 및 친박 세력과 벌인 승부에서 ‘판정패’ 당한 것도 이 시장의 빠른 행보를 부추기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1일 10시간 가까이 운영위원회의를 열어 당 혁신안을 격론 끝에 매듭지었으나, 혁신안 중 당권, 대권 분리와 지도체제를 포함한 큰 틀을 유지하되 선출직 지도부의 임기를 보장한다는 부칙을 포함시켰다. 박 대표와 지도부의 임기를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보장했다는 점에서 반박세력 일각에선 ‘완패’를 인정하고 있다. 박 대표가 10·26 재·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권주자 박근혜’의 입지를 더욱 굳힐 것이라는 관측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선거용 얼굴마담’이라는 비난이 따라다니지만, 그가 이끌었던 선거를 전후해 차기 지도자로서의 지지도가 상승했던 결과에 비춰 ‘박근혜 체제’로 치러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선전은 2007 대선에서의 시너지 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26 재·보선에서 ‘전승’이 아니면 ‘패배’라고 박 대표를 압박하는 반박세력의 억지스런 견제구 역시 혁신안 통과 이후 박 대표를 향해 급속도로 모아지고 있는 당력을 반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선, 광역단체장의 한계

이 같은 분위기상, 당안팎에서는 이 시장의 ‘마이 웨이’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 출신 인사들로 정무팀을 강화하며 당세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외연을 넓혀 ‘캠프’ 중심의 또 다른 구상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국민 여론조사에서도 결코 박 대표에 뒤지지 않는 그가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지 않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는 설도 무성하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당권과 먼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이긴 사례는 없다. 이 시장의 외연 확대는 대선 레이스와 무관치 않다”고 진단했다. 당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이 시장의 ‘12월 대선캠프 가동’에 대한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인선에 있어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 시장 스타일상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나 당 출신 인사들은 물론 외부 인사 영입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 역시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 차기를 노리는 주자들이 권력구도 변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 이 시장 역시 한나라당이라는 울타리가 필요할 때까지는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이지만, 정·부통령제를 골자로 한 개헌론으로 기운다면 ‘박근혜-손학규’ 라인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시장과 박 대표의 정치적 기반이 ‘영남권’이며, 5공 이미지가 강하다는 공통분모가 이들의 ‘연대’ 가능성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또한 김덕룡 전 원내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박근혜-손학규-김덕룡’ 삼각 편대를 중심으로 한 차기 집권 로드맵 역시 이 시장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물론 이 시장측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시장 임기엔 드러내놓고 외곽 캠프를 가동할 수도 없고, 전혀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 한 측근은 “퇴임 후의 업무 공간이 필요해 그러한 추측이 나올 수도 있으나, ‘대선 캠프’는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측의 부인에도, 이 시장이 품고 있는 복안이 빛을 보게 될 계기는 오는 10월 재·보선 결과가 될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이명박 시장이 대권도전을 포기할 수 없는 3 가지 이유

이명박 서울시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대권에 도전할 것인가. 이 궁금증은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정가 전체의 관심사다. 박근혜 대표와 함께 한나라당 대권주자군에서 ‘빅투’를 형성하고 있는 이 시장의 행보는 차기 대권레이스의 가장 큰 변수라는 점 때문이다.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도 박근혜-이명박의 팀매치가 이뤄지면 ‘불패’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거꾸로 뒤집어 보면 두 사람이 갈라서서 맞붙게 될 경우 ‘불승’이라는 의미다. 정가의 분석은 ‘이 시장은 반드시 대권(차기)에 도전한다’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실제로 이 시장 측근들도 이런 점에는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그가 차기 대선에 반드시 출마할 것이라는 예측에는 몇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는 서울시장으로 이뤄낸 업적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현정국 상황이 그의 대권행보에 가장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판단이며, 셋째는 그의 나이가 올해 64세(1941년생)인 점이다. 특히 그의 나이가 60대 중반이라는 점은 차기 대권도전을 피할 수 없게 하는 생물학적 제약조건이 되고 있다. 만약 개헌이라는 돌발변수가 없이 2007년에 대선이 치러진다면 그의 나이는 66세가 된다. 반면 경쟁자인 박근혜 대표는 이 시장보다 11살(1952년생)이나 아래다. 이는 박 대표의 경우 차기 대선이 아니더라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지만 이 시장에게는 더 이상 도전해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다.그렇다면 이 시장이 한나라당의 대권주자로 간택되지 않을 경우는 어떻게 할까. 일각에서는 이 시장이 당을 뛰쳐나가 독자출마를 할 것이라는 예상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만약 이 시장이 독자행보를 걷게 된다면 한나라당이나 이 시장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한나라당 내부의 지배적 견해다. 두 사람의 충돌은 결국 다른 경쟁자들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시장은 물론이고)의 집권시나리오는 시작부터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드시 일치하는 케이스는 아니지만 지난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치열한 대립으로 덕을 본 것과 유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점이 박근혜 대표나 이명박 시장이 함께 갖고 있는 고민일 수 있다. 결국 이 문제는 박 대표와 이 시장이 대결단을 통해 후보단일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대권쟁취’라는 하나의 목표를 두고 벼랑끝에서 맞붙은 두 정치거물의 타협이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정가는 숨죽이고 있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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