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의 빅리그 타자 최희섭(28·전 탬파베이)이 ‘마음의 고향’ KIA로 돌아온다. KIA는 지난 5월10일 최희섭과 계약금 8억원, 연봉 3억5,000만원, 옵션 4억원 등 총액 15억 5,000만원의 조건으로 입단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같은 조건은 작년 LG에 입단한 봉중근(전 신시내티)이 받은 13억5,000만원(계약금 10억원, 연봉 3억5,000만원)을 웃도는 조건이다. KIA는 최희섭의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해 최소 봉중근보다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IA의 정재공 단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최희섭과 직접 만나 이번 계약을 이끌어냈다. 소속이 없는 관계로 논란이 일던 이적료는 지불하지 않았다.
지난 99년 MLB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최희섭은 3년 뒤인 02년 9월 빅리그 무대를 밟은 뒤 플로리다 말린스와 LA다저스에서 뛰었다. 그러나 작년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보스턴으로 팀을 옮긴 뒤 부상 여파로 줄곧 마이너리그에 머물렀고, 올해는 초청 선수 자격으로 탬파베이에 합류했으나 끝내 빅리그 복귀에 실패하고 말았다. 미국에서 활약하는 7년여 동안, 최희섭은 메이저리그 통산 36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0(915타수 220안타)에 40홈런, 120타점을 기록했다.
광주일고 출신인 최희섭은 KIA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잠재력이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최희섭이 국내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집단은 최희섭이 다저스 시절인 지난 05년 6월12일 미네소타와의 경기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한 경기 3개의 홈런을 쳐냈던 사실과 작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거함 미국을 침몰시키는 결정적인 3점 홈런을 친 것을 들어 성공할 것으로 내다본
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한국 투수들의 변화구가 미국에 비해 오히려 낫기 때문에 여전히 자신만의 타격 폼을 만드는데 실패한 최희섭이 이승엽같은 거포로 성장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프로야구의 한 감독은 “최희섭이 좋은 선수이긴 하지만 현재 타격 폼과 폭넓은 스윙으로는 한국 선수들의 변화구 공략이 쉽지 않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일단 최희섭은 자리 싸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기회조차 주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서정환 KIA 감독도 “아직 포지션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면서도 “일단 몸상태를 살핀 뒤 차분히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최희섭의 포지션인 1루에는 꾸준한 3할대 활약을 펼쳐 신뢰를 쌓은 장성호가 있다. 그나마 장성호는 외야 경험이 있기 때문에 뒤로 빠질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 용병 래리 서튼과 겹쳐 묘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최희섭 한명의 복귀가 전체 포지셔닝의 변화를 가져오는 셈. 국내에 복귀한 최희섭은 2군에서 컨디션을 조절한 뒤 1군에 합류할 예정이다.
빅리그에서 펑펑 홈런포를 작렬했던 최희섭이 국내 프로야구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남장현 ypshike3@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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