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후보론-명예회복 의기투합 “큰일 낸다”
국민후보론-명예회복 의기투합 “큰일 낸다”
  • 홍성철 
  • 입력 2005-09-21 09:00
  • 승인 2005.09.2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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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발 정계개편 시작됐다.”고건 전 총리의 정치 행보가 정치권 핫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권주자 인기도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대권도전과 관련해 그는 그동안 침묵 내지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그는 최근 공식적인 행사장에 자주 모습을 보이는 등 심상찮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언론과 정치권의 확대해석을 예상하고도 그는 지난 12일 심대평 충남지사가 주도하는 중부권 신당 서울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를 고 전 총리의 본격적인 대권행보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정가 주변에서는 ‘고건-심대평-한화갑 연대설’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고 전 총리의 대권 행보 이면에는 DJ(김대중 전대통령)의 보이지 않는 지원이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른바 ‘고건-DJ 대권 밀약설’이다.‘고건-DJ 밀약설’은 DJ와 고 전 총리의 각별한 정치적 인연과 현재 처해 있는 정치적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사람은 호남이라는 태생적 동질감을 공유하고 있다. 정치적 인연도 깊다. ‘행정의 달인’이란 별칭이 붙어다닐 정도로 고위 공직을 두루 섭렵한 고 전총리가 DJ와 정치적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98년. 97년 대선에서 승리한 DJ는 이듬해(98년) 치러진 지방선거(6월)를 앞두고 고 전 총리를 서울시장 후보로 전격 영입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각별한 정치인연 ‘이심전심’

고 전총리가 관선 서울시장(노태우 정권시절)에 이어 민선1기 서울시장에 등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DJ의 보이지 않는 후광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 정치권 일각에선 DJ가 2002년 대선 전에 고 전총리에게 대권출마를 권유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 두 사람의 각별한 정치적 인연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2002년 대선때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고 전총리를 낙점한 것도 ‘DJ정권 승계’라는 정치적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하지만 노 대통령이 집권 초 DJ정부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햇볕정책과 관련된 ‘대북송금’ 특검을 받아들임으로써 노 대통령과 DJ 사이에는 앙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가교역할을 하는 상징적 존재였던 고 전 총리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실제 고 전총리는 총리 재임기간 동안 크고 작은 현안문제에 직면했을 때 청와대 및 여권과 상반된 논리로 보이지 않는 대립구도를 형성했다.

2003년 10월 재신임 정국 당시에는 “현 국정혼란의 책임은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 그리고 내각에 있다”고 주장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바 있고, 이라크 파병문제와 관련해서도 반대 의견을 내놓았던 일부 청와대 비서진을 비롯해 당시 강금실 법무장관과 노 대통령 측근 국무위원들을 싸잡아 강도높게 질책하기도 했다. 특히 고 전총리는 지난해 5월 탄핵에서 풀려난 노 대통령이 삼고초려하면서 각료 제청권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전격 사퇴했다. 사퇴를 눈 앞에 둔 총리가 새 장관을 제청하는 것은 헌법정신 훼손 내지는 편법 운영이라는 게 당시 고 전총리의 각료 제청권 거부 및 사퇴의 변이었다. 43년 공직생활을 명예롭게 마감하고자 하는 고 전총리의 소신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언행을 둘러싼 뒷말도 무성했다.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하고 있는 대망론을 펼치기 위해 노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을 것이란 시각과 함께 DJ에 대한 정치적 의리도 내포돼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돌았다.

DJ복심 고건 1순위

노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으로 따지자면 DJ는 더하다. 대북송금 특검에 이어 안기부 도청사건과 관련해 “DJ 정부 때도 불법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국정원의 발표는 DJ의 명예와 자존심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국정원 발표이후 DJ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은 상처입은 그의 불편한 심기를 잘 대변하고 있다. 이처럼 고 전총리와 DJ는 노 대통령과 현 정권에 대해 애정과 함께 적잖은 앙금도 가지고 있다. 정계개편과 향후 대권구도와 관련해 갖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고건-DJ 밀약설’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현 정권에 대한 두 사람의 공통된 애증관계가 자리잡고 있다.특히 대망론을 품고 있는 고 전총리 입장에서는 DJ의 지원이 절실하다. 비록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정치적 기반이나 조직, 자금 등 대망론을 펼치기 위한 전제조건이 충족돼 있지 않은게 고 전총리의 현실이다.

그가 민주당이나 중부권 신당 세력들로부터 끊임없는 구애를 받고 있으면서도 섣불리 결단을 못내리고 있는 것도 자신의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이런 상황에서 DJ의 지원과 후광을 등에 업는다면 고 전총리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가 구상하는 대망론 또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고 전총리는 군소 정당에 입당해 대권에 도전하는 것보다 내심 자신을 중심으로 한 신당을 창당하고 국민후보를 기치로 대망론을 펼치고자 하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하물며 정치권은 오죽하겠는가. 고 전총리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민주당이나 중부권 신당 세력들도 그의 인지도를 활용하고자 하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따라서 고 전총리는 정치적 지분을 가지고 있는 영향력 있는 거물급이 자신을 도와주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고 전총리가 처한 이러한 정치상황에 비춰 볼 때 DJ만한 구원자가 없다.

비록 DJ가 퇴임과 함께 정계를 은퇴했지만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특히 호남권에서 DJ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DJ가 고 전총리를 간접적으로나마 지원을 한다면 호남 민심은 물론 호남권에 지역적 기반을 두고 있는 민주당 또한 고 전총리의 대망론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지난 16대 총선이후 군소정당으로 몰락, 당세가 축소된게 민주당의 현주소지만 아무런 정치적 기반이 없는 고 전총리에게는 더 없는 우군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DJ와 민주당의 지원을 등에 업는다면 그 시너지 효과 또한 상당할 것이다. 정치권 주변에서 나돌고 있는 ‘민주당-중부권 신당 연대론’도 자신과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한 신당창당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이는 고 전총리가 그리고 있는 이상적인 대권구도이기도 하다.DJ도 정치적 선택을 해야할 시점이 다가온 것으로 정치권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DJ의 성격이나 정치 스타일에 비춰 볼 때 그가 차기 대권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40여년 한결같이 자신을 절대적으로 지지해 준 호남 민심이 현 정부에 대한 배신감 내지는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만큼 마지막으로 호남을 위해 봉사할 마음은 절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개인적으로는 대북송금 특검과 안기부 도청 사건 등 참여정부로 인해 훼손된 명예와 자존심을 차기 대권에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회복하고자 하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즉 차기대선에서 호남을 대변하고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시킬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정치는 생물’이라고 자신이 얘기 했듯이 “정치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도 언제든 바뀔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복잡한 차기 대권구도 및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DJ가 내심 마음에 두고 있는 후보 1순위는 고 전총리일 것이란 분석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고건-DJ 대권 밀약설’이 나돌고 있는 기본 배경이기도 하다.

홍성철  anderi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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