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위내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개정안’(이하 민주화보상법개정안) 처리를 두고 여야, 친박 반박간 신경전이 대단하다. 6·3동지회 회원이 다수 포함될 개정된 안에 따르면 법안을 발의한 이재오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명박 전서울시장이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될 개연성이 높다. 반면 64년 한일회담을 추진한 박정희 전대통령은 반민주인사로 낙인될 수 있어 행자위 소속인 박근혜 전대표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에 여당에서는 친박 인사들이 의도적으로 개정안 통과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특히 무산배경이 이명박과 박근혜 권력투쟁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행자위에서 벌어지는 여야, 친박 반박간의 갈등 내막을 파헤쳐 봤다.
지난 8일 국회 행자위에 계류중인 민주화보상법개정안이 여야 만장일치로 법안소위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14일 전체회의에서는 권경석, 유기준 의원 등 친박 의원들의 반발로 처리가 무산됐다. 이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박근혜, 이명박 한나라당 계파간의 갈등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런 주장을 일축하며 ‘법리적 하자’가 있다고 반박중이다.
6·3동지회 포함이 ‘관건’
이재오 최고위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의 핵심은 민주화운동 인정시기를 현행 ‘1969년 8월7일 이후’에서 한일회담 반대 첫 시위가 열린 ‘1964년 3월24일 이후’로 확대했다. 이럴 경우 6·3세대를 민주화운동 관련자 범위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이 주 골자다.
대표적인 6·3동지회 회원은 이 최고위원을 비롯해, 김덕규 전국회부의장, 김덕룡 전원내대표, 이명박 전서울시장, 손학규 전경기도지사, 열린우리당 문희상 전의장이 있다. 이들은 1964년 한일 국교정상화회담을 굴욕적 회담으로 규정하고 전국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였던 인사들로 최근까지도 모임을 유지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이 반박 인사의 대표적인 인물인데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 전시장도 민주화운동인사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이 전시장은 고대 상과대 학생회장이던 시절인 64년 6·3시위를 주도했고 이로인해 법원에서 5년형을 선고받아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됐다. 이 전시장은 6개월후 대법원에서 징역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출소했다. 대학 졸업후 현대건설에 입사한 이 전시장으로선 6.3투쟁이 유일한 민주화투쟁 경력이 됐다.
6·3동지회 vs 박정권·박근혜 대립 양상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박진영에서는 민주화보상법개정안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한일회담을 주도했던 박정희 전대통령은 반대로 반민주인사로 낙인찍히게 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행자위엔 박 전대통령의 딸이자 한나라당내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전대표가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대표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시절 ‘침묵’을 지켰던 안에 대해 왈가왈부를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더욱이 아버지에 관한 일이기에 더 조심스럽다는 게 측근들의 평이다.
이에 친박 인사들이 나섰다. 행자위 소속 권경석 의원은 “빨치산과 남파간첩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절차상의 하자를 들어 반대했다. 유기준 의원 역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도 민주화의 요청만으로 명예회복을 해주게 되는 문제가 있다”며 안티를 걸었다.
반면 친이 인사로 알려진 이상배 의원이나 정두언 의원은 친북 성향의 인사들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되는 것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민주화 운동 인정 시기와 관련해서는 개정안에 찬성의 입장을 보이며 같은 당 인사들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유인태, 한나라 지도부가 ‘반대’
한나라당의 이런 입장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파워게임의 희생양으로 법안이 전락됐다고 한탄하고 있다.
유인태 행자위 위원장은 지난 1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행자위 법안소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안을 전체회의에서 처리하려 했지만 한나라당 지도부가 처리하지 말자고 하는 등 내부 권력투쟁 조짐이 보인다”고 우려했다.
특히 유 의원은 1974년 박 정권 당시 유신헌법에 반대하다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사형 선고를 받은 바 있다. 박 정권과의 악연이 그의 딸 박근혜 전대표와 함께 같은 상임위 활동으로 계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행자위 의원들은 여당의 이런 주장에 “말도 안된다”며 “여당이 박근혜와 이명박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준철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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