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통합신당이라는 급류속에 ‘천-신-정’ 세 사람이 새로운 용틀임을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이기도 한 세 사람이지만 이번만큼은 제각각 행보가 분명하다. 참여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의원은 이미 열린우리당을 탈당, 민생모임을 지휘하고 있고 통일부 수장이었던 정동영 전의장은 탈당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직 신기남 전의장만이 노무현 대통령과 당 사수그룹 입장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이들은 올 들어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며 큰 꿈을 위해 한발자국 내딛고 있다. 신 전의장도 6월 11일 출판기념회를 통해 범여권 대선후보 경선에 본격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서전 격인 책에는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의 비화가 담겨 있을 것으로 전해져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천-신-정’ 세 사람 중에서도 신 전의장은 열린우리당에 가장 큰 애착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100년 정당 만들자고 했는데 3년 만에 이게 뭐냐”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당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정동영, 김근태 전의장을 겨냥한 듯 “당의장 맡았던 사람들은 사돈 남말 하지 말고 자기 책임 때문 아닌가 반성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노 대통령에 대한 입장에서도 그는 가장 우호적이다. 신 전의장은 “대통령과 차별화를 통해 반사이익을 보려는 정치는 사그라들어야 한다”며 범여권 일각의 ‘반노전선’에 거부감을 표시했다.
‘신기한 남자’ 뜰까?
대권을 향한 신 전의장의 본격적인 행보는 오는 6월 11일 출판기념회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릴 행사를 앞두고 신 전의장측은 3권의 저서를 발간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미 천 의원은 지난 3월 자신의 저서인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춤추어라>의 출판 기념회를 통해 사실상 대선출정식을 치른바 있다.
정동영 전의장도 지난 5월 22일, <개성역에서 파리행 기차표를>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평화가 곧 돈이다”라는 모토로 열린 이 자리에는 김 전의장, 한명숙 전총리, 손학규 전지사 등 범여권 유력 정치인들이 자리를 함께 해 주목을 받았다.
신 전의장이 발간 계획중인 3권은 자서전 격인 <신기한 남자는 진보한다>(부제 은빛날개, 두 번째 이야기)와 정치대담집 <좌충우돌, 한국정치>, 그리고 신진보연대의 담론을 모은 <새로운 진보의 나침반>이다.
이중 정치권, 특히 열린우리당 인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신기한 남자는 진보한다>가 담고 있을 내용이다.
본지가 입수한 목차에 따르면 이 책의 상당 부분은 신 전의장 개인과 관련된 자서전적 내용이지만 민감한 부분도 없지 않다.
제1장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성을 쌓는 자 망하리라 ▲열린우리당 창당, 묻어두었던 이야기들 ▲노무현과 신기남 ▲나를 진보시킨 386, 빛고을, 그리고 시련 등으로 구성돼 있다.
“출간 당일 알게 될 것”
신 전의장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과 노 대통령에 대한 후일담을 털어놨다.
민주당에 몸담고 있을 당시 개혁파가 동교동과 싸우고 있었지만 노(무현) 후보나 김근태 의원의 반응이 없어 섭섭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천 의원과 이종걸 임종석 의원을 불러 노 후보를 염두에 둔 개혁 후보 단일화론을 주장했다는 게 신 전의장의 말이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신당을 만든다고 하니 당장 돌아오는 대답이 속도조절론이었다”며 “대통령은 창당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신 전의장의 측근은 이런 이야기들이 책에 고스란히 포함돼 있다고 전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출간 당일이면 알게 될 것”이라고 입을 다물었다. 정치권에선 2002년 대선과 창당 과정에 깊이 관여했던 신 전의장이 작심하고 뒷이야기를 공개할 경우 일부 정치인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대목은 제7장 ‘나의 꿈, 나의 미래’다. 신 전의장은 이와 관련 “젊은 김대중을 꿈꾼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역 맹주가 아닌 진보 정치인으로서의 DJ를 의미한다”며 향후 신 전의장이 추구할 정치 목표를 설명했다.
‘진보정치’를 통해 대권의 꿈을 키우는 신 전의장이 순항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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