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익 수석코치(42)가 결국 지난 6월13일 대전지검에 최윤겸 감독(45)을 폭력 혐의로 고소했다. 코칭스태프간 폭력이 법정공방으로까지 비화된 것은 프로축구 2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 이로써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이한 대전 구단은 「존폐 위기론」이 거론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이 코치는 고소장을 통해 “피고소인(최감독)이 지난 3월 말, 자택으로 찾아와 가족이 보는 앞에서 고소인을 때려 오른쪽 눈썹 부위를 20바늘 꿰매는 중상을 입혔고, 이로 인해 부인이 전치 6개월의 우울증을 앓고 있으나 지금껏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며 “동일 사태가 없도록 경종을 울리고, 사건의 진실이 제대로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에 법에 호소하게 됐다”고 고소 사유를 밝혔다.
구단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 감독과 이 코치간의 불미스런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으나 뚜렷한 징계수위나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다.
이윤원 대전 사장은 “지난 4월2일 징계위원회에서 최 감독에게 감봉 6개월의 처벌을 내렸다”며 “동일 사안을 놓고 두 번씩 처벌할 수 없어 일단 검찰의 조사결과를 살핀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4월29일 성남 일화와 리그 8차전부터 한달넘게 자리를 비우고 있는 이 코치에 대해선 “두번 정도 복귀를 지시할 예정”이라며 “이후에도 팀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 사규에 따라 해임이나 정직처분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사실 폭력사태 이후 양측의 뿌리깊은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채 서둘러 봉합하려 했던 구단의 어설픈 사후조치도 문제였지만, 이 코치에게 개인적인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은 최 감독의 도덕성에 보다 큰 의문이 제기된다.
최 감독은 작년부터 들려온 ‘이 코치의 감독 내정설’과 성적부진까지 겹치며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고, 지난 3월24일 이 코치 자택에 찾아가 함께 술을 마시다 급기야 폭행을 가했다.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자 최 감독과 이 코치는 사표를 제출했으나 구단은 동반사퇴를 허락하는 대신,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들에게 각각 감봉과 주의처분을 내리는 선에서 마무리하려 했다. 당시 최 감독은 기자들 앞에서 “미안하다”고 했고 이 코치도 “더욱 잘 모시겠다”며 손을 맞잡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치료차 2주간 휴식을 취한 뒤 팀에 복귀한 이 코치는 구단의 방침대로 최 감독이 선수단에게 전후사정을 얘기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최 감독은 “소모전일 뿐이니 나중에 얘기하자”며 이를 거부했고, 결국 설 자리를 잃은 이 코치는 무단이탈을 결심해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최 감독의 폭행이 이번 한번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축구계에는 최 감독이 예전 부천SK 시절에도 한솥밥을 먹던 동료 코칭스태프에게 폭행을 가했다는 공공연한 루머가 나돌고 있다. 사태를 접한 여러 축구인들이 혀를 차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비록 사태 전말이 외부로 새지 않았고, 아직은 풍문에 그치고 있지만 만약 사실일 경우, 최 감독은 아예 축구계를 떠나야 하는 지경에 몰릴 수 있다.
남자다운 사과 한마디와 선수단에 대한 깨끗한 정황 설명이면 좋게 끝날 수 있었던 대전 시티즌의 비극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남장현 ypshike3@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