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유치원 3법 산 넘어 산…갈 길이 멀다
[긴급점검] 유치원 3법 산 넘어 산…갈 길이 멀다
  • 강민정 기자
  • 입력 2019-07-19 16:47
  • 승인 2019.07.19 18:21
  • 호수 1316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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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에듀파인’ 행정소송 & ‘특별감사’에 폐원으로 ‘반격’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지난해 여론을 달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치원 3법’에 대한 논의가 시들해지자 사립유치원 측이 반격에 나서는 추세다. 이들은 해당 논의가 한창 들끓던 무렵 집단 개학 연기로 반발 의사를 드러낸 적 있다. 당시 사립유치원 측은 국민의 지탄에 에듀파인 도입에 수긍했으나, 공론화가 수그러든 현 시점에 다시금 반발 의사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이 법안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 현재 국회 차원의 논의가 개진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현재 유치원 3법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살펴봤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지난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유아교육 사망선고 교육부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지난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유아교육 사망선고 교육부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유치원장 학부모 ‘무더기 표’ 쥐고 있어…총선, 유치원 3법 통과 ‘변수’
- 사립유치원-지역의회 커넥션 의혹…감사 막기 위해 외압 행사 등 논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은 국민 여론에 탄력 받아 여야가 합의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1호 법안으로 지정되는 등 금세라도 처리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선거제 개혁과 사법 개혁 법안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사태로 인해 여야 간 갈등이 불거졌고, 이것이 장기 국회 공전으로 확산되면서 유치원 3법은 동력을 다소 상실했다. 

또 이 법안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도 주어진 180일의 심사기간을 유야무야 흘려보내면서 별다른 진척 없이 지난달 25일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로 넘어가게 됐다. 이후 패스트트랙 제도에 따라 법사위에서 90일, 본회의에서 60일 논의 과정을 거쳐 총 330일이 경과하는 올해 11월 22일 본회의에 법안이 자동 상정된다.

감사 면피용 폐원 막을 법적 근거 ‘미비’

유치원 3법 진행 과정은 국회의 더딘 처리 속도에 사립유치원의 반격까지 가세해 더욱 험난해졌다. 쟁점은 교육부가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해 마련한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사용과 감사 여부다.

교육부는 올해 3월부터 사립유치원이 에듀파인으로 교비회계 업무를 처리토록 하는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개정, 원아 200명 이상 대형유치원에 에듀파인을 의무 도입했다. 아울러945개 사립유치원을 상대로 특별감사 처분을 내리는 등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에 앞장섰다.

당초 한유총은 개학을 연기하는 등 이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으나 교육부의 무관용 원칙과 여론의 비판에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3월 15일 기준 에듀파인 1단계 도입 의무대상 570개 원 중 568개 원이 에듀파인을 도입했다. 99.6%이라는 높은 참여율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몇몇 사립유치원은 감사를 거부, 폐원이라는 극단적 카드로 맞서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도교육청과 용인교육지원청 등에 의하면 용인시 소재의 한 유치원은 지난 5월 교육지원청을 상대로 ‘폐쇄 인가 거부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이 유치원은 지난 3월 폐원 신청을 했으나 교육부가 이를 반려하자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해당 유치원은 특별감사 대상으로 지정돼 도교육청으로부터 회계자료 제출을 요청받았지만 이 역시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곳은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도교육청 등은 이 같은 폐원 조치를 저지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며 난색을 표하는 형국이다. 이에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폐원 요건을 각 시·도 교육감이 정하도록 하는 법령을 마련했다.

교육부는 지난 1일 유치원 폐원시 ‘학부모 동의를 3분의 2 이상 얻도록 한다’는 표현을 삭제하고 대신 교육감이 정하는 구체적인 사항으로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수정·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총선 앞두고 의원들, 한유총 ‘무더기 표’ 눈치

이 밖에도 일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은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 의무도입 법령이 위헌이라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이정민)는 지난 8일 사립유치원 관계자 167명이 유은혜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립유치원 측은 지난달 13일 진행된 1차 심문기일에서 “에듀파인이 이렇게까지 갑작스럽게 도입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일반 사립학교에서도 에듀파인 도입까지 3~5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인력이 부족해 원장이 행정 업무까지 도맡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가 에듀파인 도입을 강제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은혜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지난달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여해 “법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틈새를 줘 일부 대형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그렇게 가처분신청이나 헌법소원을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 유치원 3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 처리가 늦어지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실제 사립유치원 측이 교육부 방침에 반하는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제53조의 3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 5월 24일로, 에듀파인 도입 이후 2달여가 지난 시점이다.

에듀파인 도입 당시는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교육위에서 심사 기간 동안 허송세월을 보내는 등 유치원 3법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당초보다 여론이 다소 잠잠해진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이 요소들이 맞물려 사립유치원 측에게 다시금 저항할 빌미를 마련해줬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실제 사립유치원 측은 유치원 3법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에듀파인 도입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유총과 지역의회 사이 커넥션 의혹도 불거졌다.

경기도의회 송치용(정의당·비례) 제2교육위원회 부위원장 등은 지난 5월 30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조광희(더불어민주당) 제2교육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조 위원장이 도내 유치원 2곳에 대한 감사관의 형사고발 조치를 막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난달 21일 이들은 위 사실을 알린 내부 제보자가 보복성 인사 조치를 당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송 도의원은 이날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교육청은 내부고발자를 업무 배제한 데 이어 징계위원회 회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너무나 부당하고 어처구니없는 행태”라고 일갈했다.

한편 내년 총선도 유치원 3법 통과에서 변수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한유총이 표면적으로는 해산됐지만 물밑에서 여전히 연대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이에 지역에서 사립유치원장의 경우 학부모들의 ‘무더기 표’를 쥐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한유총의 조직력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한유총 세력이 유치원 3법을 저지하는 상황에 이들이 보유한 표에 의원들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관건이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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