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없지만 호남이 뿌리다.”
범여권 친노그룹 진영에서 정동영 전열린우리당 의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여의도 정가엔 정 전의장의 대중성을 다시 거론하고 있는 분위기다. 범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정 전의장이 합당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해찬 전총리를 측면지원하고 있다는 얘기가 적잖이 국회주변에서 흘러나온 상태에서 나온 말이라 더욱 흥미롭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가운데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와 대적해도 범여권에선 정 전의장이 경쟁력이 있는 상대”라고 말했다. 그가 호남권의 지지율과 전통 지지기반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정 전의장의 부족한 2%를 채워줄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다. 대중성을 지닌 후보에다 +α(알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력 분산형의 ‘중통령의 시대’로 가야한다.”
중산층시대를 주장하고 있는 정동영 전열린우리당 의장은 최근 이같은 목소리를 자주 내고 있다. 그의 정치 보폭을 중산층과 서민층에 맞추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그의 깔끔하고 순수한 정치 이미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시각이다.
DJ시절, 정계에 몸담기 시작한 그는 참여정부 들어서도 다시 정치활동을 하면서 통일부 장관,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거치며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MBC기자출신이지만 ‘뉴스앵커’ 이미지가 더욱 강했던 이유는 그의 탁월한 언변력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런 그가 다시 범여권의 유력대선주자로 부각되는 이유에 새삼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그는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맡아 지방선거를 이끌었지만 참패의 쓴 맛을 봤다”며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호남권의 60~80% 득표율을 얻어야만 승산이 있다. (정 전의장은) 지역적인 기반이 호남에 있고, 지지기반 마련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를 범여권의 유력후보 상대로 평가하는 근거는 호남권 득표율을 담보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역대 대선을 살펴봐도 이렇다. 97년 JP가 박정희의 적수였던 DJ(김대중 전대통령)와 연대해, ‘DJP연합’이라는 드라마틱한 대선을 연출한 것은 한국정치역사상 한 획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청권 표심을 DJ가 확보했기 때문이다.
당시 DJ는 이회창 후보를 39만표라는 근소한 표차로 이겼고, 충청권에선 40만표를 얻어내는 쾌거를 안았다. DJP연합이 없었다면 DJ의 대선승리는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 범여권의 친노그룹 일부지역에선 상대당(한나라당)에 맞설 경쟁력 있는 후보 4인을 거론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
범여권의 친노진영 일부는 ‘이해찬-정동영-손학규-추미애’ 4자구도가 가장 대선경쟁에 승산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대중성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100배 올릴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범여권의 대선주자 4인은 지역적인 안배측면에서도 골고루 분포돼 있다. 이해찬 전국무총리는 충청권, 정동영 전의장은 호남권, 손학규 전경기지사는 경기도, 추미애 전민주당의원은 TK(대구)지역이다.
하지만 이들 4인에서도 각각 아킬레스건은 존재한다. 이 전총리는 ‘노무현 복심’이란 점이 범여권에서 지지율을 얻어내는 데 치명타다.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손 전지사는 보수적 이미지와 더불어 한나라당을 탈당한 것이 두고두고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친노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손 전지사는) 한나라당을 탈당해 정치적인 외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대중들에게 신뢰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했다. 추 전의원 같은 경우는 TK(대구)지역의 뿌리가 작용하고 있고, 범여권의 여성후보로 카리스마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정 전의장의 경우도 콘텐츠 부재에다 ‘신인정치인’ 티를 아직 벗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구동존이(求同存異). 다른 점이 있더라도 같은 점을 취하면서 이견을 좁혀나간다는 뜻이다. 정 전의장의 정치 좌우명이다. 그에겐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있다.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료)라는 이미지. 하지만 지금의 정 전의장에겐 부족한 2%를 채워줄 파트너십이 없다면 범여권의 경쟁구도도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친노그룹 진영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범여권의 경쟁후보자체만으로 경쟁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현실이다”며 “대중성을 겸비한 경쟁력 있는 두 후보가 맞서는 전략이 가장 상책이다”라고 해석했다. 즉, 대선주자의 부족한 점을 즉각 채워줄 수 있는 파트너십 전략이 범여권 승리를 거머쥐는 데 구색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전의장의 장점은 전달의사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그것을 수정 보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는 기자출신답게 기자간담회 및 지방순회일정을 돌때마다 꼼꼼히 빨간 볼펜으로 기록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회의실에서 그때 그때마다 상황보고를 받으면 일일이 체크하는 버릇도 잊지 않고 있다. 연설할 때 힘 있고, 강한 목소리도 그에겐 플러스 요인이다.
김현 rogos0119@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