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의 궐기…차기대권 “우리 손에 있다”
구관의 궐기…차기대권 “우리 손에 있다”
  • 이금미 
  • 입력 2005-09-12 09:00
  • 승인 2005.09.12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昌(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두 거물 정치인의 움직임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사람이 비록 ‘정계은퇴’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쿠데타’가 불발 위기에 처하면서 이들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조기 대선 실시라는 극한 상황이 도래할 경우 대권을 노리는 차기 잠룡들은 이들의 우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노 대통령 및 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가속되면서 호남과 보수·기득권층이라는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이들의 배후 조종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연정 정국의 향배에 따라 이들의 영향력은 차기대권 구도에까지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이들이 의기투합해 현 정권에 대응하는 연합전선 구축도 가능하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두 거물 정치인과 노무현 정권과의 약연이 연결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거물 정치인의 역할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먼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이는 김 전 대통령이다. 그는 최근 그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광주를 방문했다. 얼마 전엔 국민의 정부 때도 불법 도청이 있었다는 국가정보원의 발표 이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병원에 입원해 여권 지도부를 당혹케 했다.

‘반노’라는 공통분모

그의 최근 행보가 현 정권을 향한 불만으로 비치고 있는 이유는 참여정부 출범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의 정부 최대 치적이었던 남북정상회담은 노 대통령이 대북특검을 수용함과 동시에 빛을 잃었다. 여기에 권노갑 전 고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핵심 측근들마저 ‘영어의 신세’로 전락하면서, 김 전 대통령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게다가 김 전 대통령이 직접 만든 민주당을 근간으로 참여정부가 출범했음에도 현재의 민주당은 소수정당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현 정권과의 악연은 이 전 총재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처지다.

두 차례의 대선 패배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측근들이 구속되는 시련을 겪었다. 그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이 등장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불법 도청에서 그 역시 자유로운 처지가 아니다. ‘X파일’은 한 때 그를 정조준했다.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이 전 총재가 다시 정계에 복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두 번이나 대선에 실패, ‘불임정당’ 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준 장본인인 그에게 불법 도청 파문은 정계복귀의 가능성을 완전히 끝난 것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연정정국이 정계개편 및 개헌론으로 진화하면서 이들의 역할론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김 전 대통령과 이 전 총재의 현 정부에 대한 배신감과 불만은 두 사람의 역할론이 제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치적 기반 건재

가장 중요한 배경은 이들이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호남과 보수·기득권층의 지도자로 여전히 자리매김하고 있음은 이들이 차기 대권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광주 방문은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다. 국민의 정부 당시 국정원 도청 파문과 대연정 제안 등으로 호남 민심의 이반 현상이 감지되는 가운데, 지난 해 11월 이후 10개월만의 광주 방문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자리에는 국민의 정부 국정원장을 지낸 임동원 세종재단 이사장과 같은 시기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정길 변호사도 동행해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치권은 김 전 대통령의 광주 방문을 계기로 호남권 현역 정치인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관측이다. 노 대통령의 연정론 제안 이후 여당의 호남지역 의원들은 불만을 제기했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차기 대권구도에 맞춰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연정정국은 이 전 총재에게도 기회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총재의 정치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보수·기득권층과 아직도 한나라당에 남아 있는 그의 추종세력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혼란정국이 지속될 때 그에 대한 정계복귀가 등장하는 이유는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최근까지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쏟아낸 ‘돌출 발언’을 두고 이렇다할 대응 논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안으로는 당권 및 대권을 두고 계파간 갈등국면을 빚고 있는 상황. 이러한 시점에서 몇몇 의원들의 이 전 총재에 대한 정계복귀 주문은 킹메이커라는 역할론을 넘어 ‘이회창 대망론’까지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당내 구심점이 없다”는 한나라당 각 계파들의 불만은 그의 공백 기간 내내 지속됐으며, 그러한 와중에 이 전 총재의 측근 의원들은 ‘昌 복귀론’을 주문해 왔다. 이와 관련, 한 핵심당직자는 “혼란스런 연정정국은 이 전 총재의 복귀 명분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호남+반노세력 연합

더군다나 이 전 총재의 복귀를 위한 외곽 지원부대도 뛰고 있다. ‘창사랑’ 등 그의 지지세력들은 그가 아직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으나, 여건만 성숙된다면 언제든지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또한 지난 해 4월 선친 묘 이장은 꺼지지 않은 ‘대망론’ 불씨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 92년 대선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한 김 전 대통령이 95년 다시 정계에 복귀해 ‘명당’으로 소문난 곳에 선친 묘를 이장했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은 97년 대선에 승리했다. 실제로 지난 해 5월 기자와 함께 이 전 총재의 선친 묘를 찾은 한 풍수학자는 “당대 발복(發福)이 가능한 명기 서린 땅”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맹형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호남과 반노 정치세력을 아우르는 ‘빅텐트 정치연합’을 결성해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 여기에는 김 전 대통령과 이 전 총재의 정치세력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과 이 전 총재는 지난 97년 대선 때 맞붙은 전력을 갖고 있어 한 배를 탈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 DJ, 昌 핵심측근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핵심 측근들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먼저 김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김대중 정권의 실세였던 이들은 대부분 줄구속되거나 피소 당해 수난을 겪었다. 물론 아직도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도 있다. 우선 국민의 정부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한광옥 박지원 김중권은 여전히 정치권과는 거리가 멀다. 한 전 실장은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나라종금 퇴출저지 청탁 등의 불법자금 수수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3,000만원의 판결을 받았다.

박 전 실장은 대북송금 특검과 관련, 현대비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자유로운 신세가 됐다. 정치권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이는 김 전 실장이다. 비록 17대 총선에 낙선했으나, 그는 차기 대권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태세다. 최근엔 이명박 서울시장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론을 제기, 정치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그의 정치 재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김대중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이자 막후 실세였던 권노갑 전 고문은 수감중이다. 현대비자금과 관련, 5년형을 선고받은 권 전 고문은 지난 1월 서울교도소에서 의정부 교도소로 이감됐다. ‘동교동 가신그룹’으로 통했던 김옥두 최재승 이윤수 윤철상 전 의원 등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낙선,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측근들도 처지는 마찬가지다. 우선 대선 당시 이 전 총재의 법률 고문과 사조직 관리를 맡았던 서정우 변호사와 당내 이 전 총재의 최측근이었던 최돈웅 전 의원은 거액의 불법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수감, 지난 광복60주년 8·15 사면복권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또 다른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서청원 전 대표는 자유로운 신세가 아니다. 그나마 이 전 총재의 측근들이 언론에 주목을 받고 있지 않은 이유는, 17대 총선을 계기로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양정규 목요상 하순봉 전 의원 등이 이 전 총재의 측근들로 통한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