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혁신경영 미래성장 동력 확보
치밀한 혁신경영 미래성장 동력 확보
  • 현유섭 
  • 입력 2007-07-18 12:30
  • 승인 2007.07.18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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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 - IMF 10년 재벌그룹 어떻게 변했나?
<4> 효성그룹

1997년 1월 재계 14위였던 한보그룹이 부도를 내기 전까지만 해도 외환위기가 일시에 닥쳐올 것이라고 예측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해 7월 기아자동차가 부도를 내자 그 파장은 급격하게 밀려왔다.
기아의 부도가 사회에 미친 파장은 그 이전까지 위기를 가져온 한보, 대농, 삼미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쌍방울과 태일정밀 등이 쓰러졌고 11월에는 해태가 화의를 신청했다.뉴코아 그룹과 한라그룹, 청구 등도 부도를 내고 말았다.
또 쌍용, 한화, 동아 등도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등 외환위기는 현실화됐다. 그때 효성그룹도 외환위기의 늪을 벗어나기 위해 혁신경영 선포식을 갖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실시한다.
성과 중심주의 경영을 정착하기 위해 업무 중심의 경영시스템을 도입, 책임 경영을 강화했다.
올해 창립 41주년을 맞은 효성은 타이어코드, 스판덱스, 중전기 사업 등 3개 핵심 사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1997년 이후 우리나라 재계는 끊임없는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수익성 향상에 주력했다.

효성도 경영혁신팀을 구성, 구조조정과 혁신경영에 대한 연구에 돌입했다. 1990년대 들어 그룹 규모가 거대해진 반면 수익성과 경쟁력이 둔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중복투자가 발생하는 등 전체적으로 효율성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한 데 따른 자구책이었다. 또 당시 해외 현지법인 및 종합무역상사인 효성물산의 누적된 부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효성은 외환위기 당시 계열사 분리, 매각, 합병 등을 시행,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우선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업무 중복과 권한·통제의 집중화 등이 심화, 의사결정 과정의 둔화로 전반적인 조직 효율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 결과 대외경쟁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약화됐다.

매출증대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영업부문이 약화되었고 차입 경영에 따른 재정적 부담이 증가한 상태였다.


주력사 통합 매출액 감소 불구 영업이익 232억 증가

효성은 영업이익이 4~5%에 불과한 상태에 이르러 기업의 생존 자체에 위험성이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이에 따라 효성은 두 가지 초점을 갖고 혁신경영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과 경영효율의 극대화였다. 효성은 당시 대다수의 기업들이 기업의 매각이나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근본적인 혁신에서 해결방법을 찾았다.

조석래 회장은 1997년 12월 5일 본사 강당에서 전체 임직원회의를 갖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선언했다.

조 회장은 이날 “기업의 진정한 목적은 외형성장이 아니라 이익 극대화에 있는 것인 만큼 주인의식을 갖고 가치창조와 수익 극대화에 주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효성은 혁신경영의 주요 쟁점을 경영효율의 개선작업으로 선정했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지속돼 온 성장 위주의 기업 경영방식을 혁신하는 동시에 규모 중심의 사업을 수익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를 위해 계열사의 대폭적인 통폐합을 통한 조직구조의 슬림화와 효율성 극대화에 주력했다. 주력 4개사의 통합으로 그룹역량을 전문화, 집중화해 나갔다.

효성은 그룹의 조직을 수익성 구조 위주의 성과체제인 업무별, 팀별 구조로 전환해 경영효율성을 제고했다.

효성은 1998년 9월 효성 T&C를 ㈜효성으로 사명을 변경한데 이어 11월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효성물산 등을 ㈜효성에 합병하는 등 주력 4개사를 통합했다.

당시 효성의 주력사 통폐합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타 그룹들이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의 가이드라인에 의해 단순히 비수익 사업을 철수하는 구조조정에 그쳤지만 효성은 현금흐름을 중시한 구조조정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효성은 주력사 합병으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거뒀다. 4500억원의 합병차익이 발생했고 무상주 발행과 자본금의 대폭 증액이 이뤄진 것이다. 또 합병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효성T&C와 효성생활산업의 화섬 부문 등 유사업종의 통합에 따라 공동 생산설비를 함께 사용함으로써 원가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영업 인력의 통합운영도 가능해졌다.


43개 사업단위 29개로 축소 슬림화

주력사 4개가 뭉친 ㈜효성은 1998년 상반기 매출이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향상됐다. 2조8000억원에 이르던 매출액은 2조5000억원으로 위축됐지만 영업수지는 232억원이 증가했다.

효성은 외환위기 당시 또 하나의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해외 현지 법인의 부실이었다. 이는 재무적인 부담으로 이어졌고 과도한 차입금에 따른 비용 증가의 문제를 낳았다.

이에 따라 효성은 1997년 43개였던 사업 단위를 2000년 29개로 축소시켰다. 전체 구성원도 1만2070명에서 8054명으로 34%를 감축했다.

효성은 1부실 사업을 매각하거나 통폐합했다. 매출은 높지 않지만 순익 기준으로 그룹 내 수위를 다투던 화학부문의 우량기업 효성BASF와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 중공업 부문의 효성ABB를 매각했다. 효성BASF는 합작사인 독인BASF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효성ABB도 합작선인 스위스 ABB사에 지분을 매각했다.

1999년 1월 효성의 폴리아마이드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부문의 영업권과 설비, 운영자산 등을 프랑스 로디아에 팔았다.

같은 해 4월에는 국내 최초로 개발한 인조 대리석 스토넥스 사업부문의 영업권과 설비, 운영자산을 듀폰에 넘겼다.

효성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은 바로 수익성 향상이라는 답으로 돌아왔다. 1997년과 2000년 그룹 내 수치를 비교하면 매출규모는 인원 감소에 비례 3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804억원에서 4230억원으로 10.2%가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6.1%에서 10.0%로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상환부문에서도 부채비율이 465%에서 174%로 대폭 축소됐으며 차입금 의존도도 58.23%에서 43.76%로 크게 감소했다.

이는 대외신인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1998년 4월 BB-등급이었지만 2000년 12월 A-로 6단계가 상승했다.

효성의 핵심역량 가운데 가장 먼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 부문은 스판덱스였다. 효성은 1998년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공급처 확보를 통해 하루 생산 10t규모의 Q-5프로젝트를 완공, 양산체제를 갖췄다. 또 일부 핵심부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설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수출비중을 60%로 늘려가면서 외환위기 체제 아래에서도 증설을 거듭해 나갔다.

효성은 스판덱스 사업의 성패를 수출 활로개척에 두고 남미 시장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미국과 일본 업체들의 덤핑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따라 효성은 스판덱스 화섬 원사 브랜드를 ‘크레오라’로 확정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성과는 1년 남짓 지나면
서 나타났다. 생산량의 60%를 수출하는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2000년에는 Q-6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구미공장을 준공, 세계 2대 스판덱스 브랜드로 도약했다.

효성은 이후 섬유산업의 메카인 이탈리아 공략에 나서는 등 크레오라를 국제적인 브랜드로 키워냈다.

효성은 스판덱스 사업의 확장을 위해 중국을 선택했다.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역수입된다고 하더라도 인건비를 비롯한 제반 경비를 감안했을 때 승산이 있다는 매력 때문이었다.

효성은 2000년 6월 중국 절강성 가흥시와 현지 법인인 효성 스판덱스 가흥 유한공사를 설립하기 위한 투자 의향서를 체결했다.

이어 연간 생산 3600t 규모의 스판덱스 생산공장의 건설에 들어갔다.


스판덱스 부문 세계시장 점유율 듀폰 이어 2위

현지 공장은 2001년 10월에 준공됐다. 이후 공장 증설을 시도, 연 8200t에 불과하던 공장 생산규모가 2003년 1만2000t, 2005년 1만4400t으로 증가하는 등 중국 최대의 스판덱스 공장으로 부상하게 됐다.

효성은 스판덱스 부문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33%의 미국 듀폰에 이어 세계 2대 생산업체의 위상을 갖게 됐다.

효성 관계자는 “핵심 사업분야에 역량을 집중, 이익을 극대화를 실현하고 기업인수합병을 통해 주력 사업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효성 타이어코드 사업부문 세계1위

타이어코드 사업부문은 효성그룹 내에서 가장 두드러진 사업이다.

효성은 2000년대 들어 타이어코드사업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타이어코드는 품질심사가 까다롭기 때문에 높은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급에 대한 협상자체가 어려운 특성이 있다.

효성의 기술력 원천은 효성중앙연구소이다. 중앙연구소는 신소재와 신기술을 개발하면서 효성의 경쟁력을 이끌어왔다.

효성은 2002년 11월 세계 최대의 타이어 브랜드인 미쉐린과 3억5000만 달러 규모의 타이어코드 공급을 계약했다. 미국 스카츠빌 지역에 위치한 미쉐린 타이어코드 공장도 인수했다. 미쉐린과의 협력은 효성의 타이어코드 사업부문을 세계 1위로 올려놓는 계기가 됐다.

효성은 2003년 그룹 내 중전기 부문의 사업성을 분석한 결과, 중국시장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자원지도를 바꾸는 대역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효성이 주목한 것은 서부에서 생산한 전기를 동부로 보내야 하는 중국의 상황이었다.

이미 국내 중전기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던 효성은 전력 수요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중국 진출을 결정했다.

효성은 2003년 9월 중국 하북성 보정시에 현지 기업인 보정천위집단과 함께 합작법인인 보정효성천위변압기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이어 2004말부터 배전 변압기 연간 생산 1만1000대 규모의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효성은 2006년 3월 중국에서 시장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 강소성 남통에 위치한 변압기 생산업체 남통우방변압기유한공사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중국 정부의 품질공인을 취득한 5대 기업 중 하나였으며 배전 변압기부터 220㎸에 이르는 초고압 변압기까지 일괄 생산하는 업체였다.

효성은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3대 메이저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을 수립했다. 또 중국내 전력 계열사업을 확대해 차단기와 전동기를 비롯한 중전기 분야 사업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효성은 올해 글로벌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방침이다. 우선 타이어코드, 변압기, 스판덱스 등 해외 생산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글로벌 비
즈니스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현유섭  hys0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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