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실세 K씨 입김으로 사장 뒤바뀌어
여당실세 K씨 입김으로 사장 뒤바뀌어
  • 이석 
  • 입력 2005-09-12 09:00
  • 승인 2005.09.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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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없던 경남기업 인수하게 된 계기

사실 김 회장은 경남기업을 인수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84년 단행된 해외건설업 통폐합 조치로 인해 경남기업을 떠안다시피 끌어안아야 했다. “82년 봄 정도로 기억합니다. 정부로부터 경남기업 계열사인 경남금속을 인수할 것을 제안받았습니다. 경영상태를 점검해 보니 최악이었습니다. 부실금액만 100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냥 돌려보내니 이번에는 경남기업을 던지더군요. 대통령의 지시라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인수가치는 전무했습니다. 당시 돈으로 7,000~8,000억원은 투입해야 정상화가 가능했습니다.

이번에도 거절을 하자 전두환 대통령이 해외건설업 통폐합 조치를 단행한 것이지요.”당시 대우건설은 리비아에만 진출해 있었다. 때문에 사우디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경남기업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경남기업 인수를 위해 대규모 실사단이 구성됐다. 대우그룹쪽에서만 250명이 실사단에 투입됐다. “250명이 3개월 동안 정밀 조사해본 결과 5,000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해 보였습니다. 정부에 얘기하니까 ‘대통령의 지시’라면서 막무가내더군요.”

S사장과 톱배우 J씨와의 스캔들

이 과정에서 김 전 본부장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인수 비화도 들려주었다. S사장과 톱배우 J씨의 스캔들이 그것. 김 전본부장은 실사 과정에서 600억원 정도가 장부에서 빠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본을 추적해 보니 캐나다, 영국, 미국, 싱가포르 지사를 거쳐 파리 지사로 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파리지사에 용도를 확인해 보니 변호사 비용이란다. 7년간 변호사 비용으로 나간 돈이 600억원이라는 것이다. 실사팀은 S사장과 톱배우 J씨의 관계를 의심했다. 이전에도 사내에서 S사장과 J씨의 관계자 적지 않게 나돌았기 때문이다. S사장과 J씨의 해외체류 동선을 비교해보니 역시나 모두 동일했다. 총무부장을 다그치니 S사장과 J씨 앞으로 이 돈이 나간 사실을 실토했다.

당시 S사장과 J씨의 채홍사 역할은 가수 L씨가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본부장은 모든 사실을 확인하고 관리은행인 외환은행에 손실처리해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외환은행측은 이 600억원을 자산으로 처리했습니다. 대표이사의 인정상여금으로 돼있더군요. 이 경우 대우그룹은 60%를 세금으로 내야 했습니다. 청와대, 외환은행과의 협의 끝에 이 세금을 면제받은 것이지요.”김 회장은 외환은행과의 줄다리기 끝에 2,000억원의 종자돈과 5,000억원의 차입금도 유치했다. “경남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보니 종자돈 2,000억원은 필요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주)대우, 대우자동차, 대우조선 등 계열사에 12%의 이자를 받고 빌려줬습니다. 이 돈이 경남기업 운영에 상당한 도움이 됐던 게 사실입니다.”

인수한 경남기업 CEO 선출 비화

99년 워크아웃 당시 비화도 털어놓았다. 당시 정부는 대우 출신이 계열사 CEO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중 예외가 있었다. 다름 아닌 경남기업이다. “경남기업은 제가 인수에서부터 청산 과정을 모두 담당했습니다. 때문에 워크아웃이 시작되자마자 CEO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경남기업 CEO에는 대우 출신이 아닌 M씨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었습니다. 외환은행측에 물어보니 여당 실세인 K씨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 “삼성도 눈독”

경남기업은 지난 87년 대우그룹 계열사로 공식 편입됐다. 그러나 한때 삼성측에서도 경남기업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은 김 전 본부장의 증언이다. “경남기업 인수를 위한 실사가 마무리됐을 때였습니다.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이병철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만나보니 경남기업의 실사결과와 인수조건을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당시까지만 해도 삼성건설은 설립한지 얼마 안된 회사였다. 때문에 경남기업의 실사결과 인수조건을 알면 이병철 회장이 직접 정부와 협상해 경남기업을 인수하겠다는 게 요지. 이 전 회장은 김 전 본부장에게 부장 특채의 조건까지 내걸며 설득했다. “당시 저는 기획조정실 과장이었습니다. 때문에 이 전 회장이 경남기업 실사결과를 알려주는 조건으로 부장 타이틀을 약속했다고 들었습니다. 제안을 거절하기는 했지만 ‘이병철 회장이 정보나 사람 관리에 귀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석  su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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