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전의원 - “386 정치인 혼이 마비된 것 같다”
김·민·석 전의원 - “386 정치인 혼이 마비된 것 같다”
  • 김승현 
  • 입력 2007-08-09 11:22
  • 승인 2007.08.09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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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통합신당 논의와 민주당 위기를 동시에 바라보는 김민석 전의원의 고민은 어느 때보다 깊은 듯 보였다. 지난 1일 오후, 여의도에서 만난 김 전의원은 “통합 신당 논의가 꼬일 대로 꼬였다”면서 “공백기를 가졌지만 정치권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대선 정국과 관련해서도 그는 “정치공학만 난무할 뿐 대안과 비전 제시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일침을 날렸다. 386세대 정치인의 선두주자였던 김 전의원은 지난 6월 정치권에 복귀했다.

기성 정치와의 타협, 정치 공학에만 골몰했던 것은 잘못
386 비상한 자기 혁신 없으면 대선, 총선 이후 몰락 위기


김민석 전의원은 최근 들어 대선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치권에 복귀한 뒤 두 달 남짓 흘렀지만 여전히 대선 승리에만 몰두한 채 정치공학적 전략 짜기에 분주한 범여권의 모습이 답답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아들 김홍업 의원이 탈당함으로써 존립 위기에 처한 민주당 상황도 대선 출마를 고려하게 된 배경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17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미국과 중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김 전의원은 “떠나 있으니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자신을 포함한 386세대 정치인들이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김 전의원은 “386 정치권이 비상한 자기 혁신을 하지 않으면 이번 대선과 총선을 지나 몰락할지도 모른다”면서 “그 동안 준비해온 정책들과 비전을 정치권에 제안하고 토론하는 것이 앞으로의 나의 임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김 전의원과의 일문일답.

- 범여권 통합신당 논의가 한창이다.
▲ 솔직히 뭘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뭉쳐서 이기자’라는 이야기만 있을 뿐 내용이 없다. 이 정부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평가도 없고 어떤 정치 하자는 논의도 없다.
최소한 민주당은 이 정부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고 중도개혁이라는 기치라도 있다. 그런데 신당은 전혀 그런 게 없다. 정권 때문에 모인다고 하지만 기본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다 보니 감동도 없고 비전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지분 이야기 하는데 지금 민주당이 요구할 게 뭐 있나. 그런 이야기 하는 게 우습다.

- 통합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신당 참여에 반대하고 있다.
▲ 처음부터 배제론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 정부의 핵심이라 하더라도 반성하고 잘하겠다고 하면 되는 거였다. 예를 들어 천정배 의원 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런데 그런 게 전혀 정리도 안되고 비전이나 방향성도 명료하지 않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민주세력이 대통합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면 ‘그래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한다. 과정과 방법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 꼬여도 너무 꼬였다. 동교동계 분들이 현실 정치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석해도 되나.
▲ 꼭 그렇지는 않다. 좀 더 지켜봐야 겠지만 색깔 불분명한 ‘경선용 정당’으로는 대선 승리가 어려울 것이다. 현재까지는 잘 안 되고 있다. ‘세불리기’를 목적으로 신당에 참여하지는 않겠다.

- 현 상황에서라면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보는가.
▲ 엄청나게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비한나라당 진영이 이긴다는 것은 정말 기적같은 일이다. 적당한 방식으로는 안 된고 기적같은 방식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애매모호하면 대선, 총선 모두 필패할 수 밖에 없다.

- 범여권에서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가 20여명이나 되는데.
▲ 그만큼 대안이 불분명하다는 거 아닌가. 한나라당이 반사 이익으로 높은 지지를 얻었는데 경선 과정이 너무 지저분하니까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분들이 출마를 선언하는 것 같다. 국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누가 해도 상관 없으니까 서민들 잘 살게 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후보들의 내용을 보면 별 다른 대안이나 비전 제시가 없다. 그러다 보니 숫자만 많지 차별성 있는 후보는 드문 상황이다.

- 모든 후보들이 그렇다는 건가.
▲ 비전이나 컨텐츠를 주의해서 보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는 ‘줄푸세’ 이야기를 하는데 그 거 외에는 핵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없다.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구상은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 손학규 전지사가 민생탐방을 많이 하는 것은 좋은 자세라고 보지만 그걸 통해 나오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정동영 전장관의 ‘평화경제론’과 유시민 의원의 ‘사회투자국가론’도 핵심적인 문제를 짚은 건 아니다. 그나마 이 정도지 나머지 분들은 뭘 하겠다고 하는 것도 별로 없는 것 같다.

- 그렇다면 본인이 직접 출마할 의사는 있나.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최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정치를 할 때 처음부터 ‘국가경영’을 생각했고, 이후 늘 준비해왔다. 지난 몇 년간 현실 정치를 떠나서도 국가전략을 고민했다. 하지만 6월 복귀하며 세운 가장 큰 목표는 내가 생각하는 국가전략을 그저 정치권에 제안하자는 것이었다. 돌아와서 보니 여전히 정치공학만 있고 정책은 없더라. 제가 생각하는 국가의 방향, 제 나름의 준비 등이 다른 분들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민주당이 위기에 처해 있는데 간판급 되는 사람들이 다같이 모여 흥행과 관심을 만들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도 적지 않았다. 당 지도부급 인사들도 요청했다. 당초 설정했던 범위를 넘어선 것이지만 현재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 386 정치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졌는데.
▲ 386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실망을 줬다. 그 초기 과정에는 나도 있었다. 지금 386 정치인들을 보면 혼이 마비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날카로움은 사라졌고 남들보다 더 개혁적이거나 더 공부하는 것 같지도 않다. 자책 성격도 있지만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지 않고 정치적 입지만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비상한 결심을 해야 한다. 일반적인 386 세대들은 이미 각 사회 분야의 주력이 돼 버렸다. 정치권의 386들이 비상한 자기 혁신을 하지 않으면 이번 대선과 총선을 지나 몰락이냐 아니냐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본다. 엄청난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 본인이 걸어온 정치 행보 중 아쉬움이 남는 것은.
▲30대 초반에 국회의원이 됐으니 상당히 정치를 일찍 시작한 셈이다. 혼자 입문하다 보니 세력도 없었고 동세대도 없었다. 기성정치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타협해야 했고 정치공학도 발달할 수 밖에 없었다. 국민들은 우리에게 비전과 개혁성을 기대했지만 점차 치열함이 떨어졌다. 그런 오류에 빠졌던 것을 뼈아프게 반성한다.

- 앞으로의 포부를 간단히 말해 달라.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전서울시장과 맞붙었던 경험이 있어 누구보다 대선 정국을 잘 읽을 수 있다.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만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비판과 함께 분명한 대안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내 역할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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