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정치와의 타협, 정치 공학에만 골몰했던 것은 잘못
386 비상한 자기 혁신 없으면 대선, 총선 이후 몰락 위기
김민석 전의원은 최근 들어 대선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치권에 복귀한 뒤 두 달 남짓 흘렀지만 여전히 대선 승리에만 몰두한 채 정치공학적 전략 짜기에 분주한 범여권의 모습이 답답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아들 김홍업 의원이 탈당함으로써 존립 위기에 처한 민주당 상황도 대선 출마를 고려하게 된 배경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17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미국과 중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김 전의원은 “떠나 있으니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자신을 포함한 386세대 정치인들이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김 전의원은 “386 정치권이 비상한 자기 혁신을 하지 않으면 이번 대선과 총선을 지나 몰락할지도 모른다”면서 “그 동안 준비해온 정책들과 비전을 정치권에 제안하고 토론하는 것이 앞으로의 나의 임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김 전의원과의 일문일답.
- 범여권 통합신당 논의가 한창이다.
▲ 솔직히 뭘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뭉쳐서 이기자’라는 이야기만 있을 뿐 내용이 없다. 이 정부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평가도 없고 어떤 정치 하자는 논의도 없다.
최소한 민주당은 이 정부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고 중도개혁이라는 기치라도 있다. 그런데 신당은 전혀 그런 게 없다. 정권 때문에 모인다고 하지만 기본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다 보니 감동도 없고 비전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지분 이야기 하는데 지금 민주당이 요구할 게 뭐 있나. 그런 이야기 하는 게 우습다.
- 통합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신당 참여에 반대하고 있다.
▲ 처음부터 배제론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 정부의 핵심이라 하더라도 반성하고 잘하겠다고 하면 되는 거였다. 예를 들어 천정배 의원 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런데 그런 게 전혀 정리도 안되고 비전이나 방향성도 명료하지 않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민주세력이 대통합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면 ‘그래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한다. 과정과 방법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 꼬여도 너무 꼬였다. 동교동계 분들이 현실 정치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석해도 되나.
▲ 꼭 그렇지는 않다. 좀 더 지켜봐야 겠지만 색깔 불분명한 ‘경선용 정당’으로는 대선 승리가 어려울 것이다. 현재까지는 잘 안 되고 있다. ‘세불리기’를 목적으로 신당에 참여하지는 않겠다.
- 현 상황에서라면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보는가.
▲ 엄청나게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비한나라당 진영이 이긴다는 것은 정말 기적같은 일이다. 적당한 방식으로는 안 된고 기적같은 방식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애매모호하면 대선, 총선 모두 필패할 수 밖에 없다.
- 범여권에서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가 20여명이나 되는데.
▲ 그만큼 대안이 불분명하다는 거 아닌가. 한나라당이 반사 이익으로 높은 지지를 얻었는데 경선 과정이 너무 지저분하니까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분들이 출마를 선언하는 것 같다. 국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누가 해도 상관 없으니까 서민들 잘 살게 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후보들의 내용을 보면 별 다른 대안이나 비전 제시가 없다. 그러다 보니 숫자만 많지 차별성 있는 후보는 드문 상황이다.
- 모든 후보들이 그렇다는 건가.
▲ 비전이나 컨텐츠를 주의해서 보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는 ‘줄푸세’ 이야기를 하는데 그 거 외에는 핵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없다.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구상은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 손학규 전지사가 민생탐방을 많이 하는 것은 좋은 자세라고 보지만 그걸 통해 나오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정동영 전장관의 ‘평화경제론’과 유시민 의원의 ‘사회투자국가론’도 핵심적인 문제를 짚은 건 아니다. 그나마 이 정도지 나머지 분들은 뭘 하겠다고 하는 것도 별로 없는 것 같다.
- 그렇다면 본인이 직접 출마할 의사는 있나.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최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정치를 할 때 처음부터 ‘국가경영’을 생각했고, 이후 늘 준비해왔다. 지난 몇 년간 현실 정치를 떠나서도 국가전략을 고민했다. 하지만 6월 복귀하며 세운 가장 큰 목표는 내가 생각하는 국가전략을 그저 정치권에 제안하자는 것이었다. 돌아와서 보니 여전히 정치공학만 있고 정책은 없더라. 제가 생각하는 국가의 방향, 제 나름의 준비 등이 다른 분들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민주당이 위기에 처해 있는데 간판급 되는 사람들이 다같이 모여 흥행과 관심을 만들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도 적지 않았다. 당 지도부급 인사들도 요청했다. 당초 설정했던 범위를 넘어선 것이지만 현재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 386 정치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졌는데.
▲ 386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실망을 줬다. 그 초기 과정에는 나도 있었다. 지금 386 정치인들을 보면 혼이 마비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날카로움은 사라졌고 남들보다 더 개혁적이거나 더 공부하는 것 같지도 않다. 자책 성격도 있지만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지 않고 정치적 입지만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비상한 결심을 해야 한다. 일반적인 386 세대들은 이미 각 사회 분야의 주력이 돼 버렸다. 정치권의 386들이 비상한 자기 혁신을 하지 않으면 이번 대선과 총선을 지나 몰락이냐 아니냐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본다. 엄청난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 본인이 걸어온 정치 행보 중 아쉬움이 남는 것은.
▲30대 초반에 국회의원이 됐으니 상당히 정치를 일찍 시작한 셈이다. 혼자 입문하다 보니 세력도 없었고 동세대도 없었다. 기성정치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타협해야 했고 정치공학도 발달할 수 밖에 없었다. 국민들은 우리에게 비전과 개혁성을 기대했지만 점차 치열함이 떨어졌다. 그런 오류에 빠졌던 것을 뼈아프게 반성한다.
- 앞으로의 포부를 간단히 말해 달라.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전서울시장과 맞붙었던 경험이 있어 누구보다 대선 정국을 잘 읽을 수 있다.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만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비판과 함께 분명한 대안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내 역할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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