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대선구도가 아직은 흐릿하다. 한나라당 대선후보경선은 대중들의 관심 속에 흥행몰이를 올렸고, 범여권 후보군들은 아직도 ‘인물’ 싸움이 한창이다. 하지만 이달 말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범여권은 대선구도의 밑그림이 그려질 것이란 관측이다. 남북정상회담이 대선정국의 큰 변수로 작용할지는 그 때 가봐야 알 것이라는 시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8월말로 잡혀있는 범여권의 예비경선(컷오프) 후 대선인물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나를 가장 두려워한다.”
최근 범여권 후보들의 견제움직임에 손학규 후보는 한마디로 이같이 쇄기를 박았다. 범여권 주자들의 네거티브 전략을 마냥 좌시하지는 않겠다는 발언이다.
하지만 범여권에서 1위를 달리는 손 후보의 대세론이 무색할 정도로 지지율은 답보상태다. 최근 들어서는 지지율이 마의 10%대를 넘지 못하는 실정. 손 후보는 지지율을 끌어올릴 그만의 전략과 관련, “묘수가 아닌 정공법으로 돌파 할 것이다”며 “꾸벅꾸벅 정도를 걷겠다”고 했다. 그는 또한 범여권 대통합 후보로 ‘혁신’과 ‘통합’의 시대정신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나라당과 헤어진 건 큰 짐”
하지만 그에게도 아킬레스건은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을 탈당, 범여권 주자로 정치적 외도를 시도한 그를 놓고 참 말들이 많다. 그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과 뜻이 맞지 않아 헤어진 결과는 큰 짐이다”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커다란 멍에로 일종의 천형 같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며 이같이 심경을 전했다.
그는 특히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서는 “정치적인 정략으로 보는 것 자체가 정략”이라고 했다. 사실 손 후보는 DJ(김대중 전대통령)와 노무현 정권의 대북기조를 계승하려는 후보로 손꼽힌다.
손 후보는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남북관계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남북관계에도) 원칙을 갖고 접근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꼽았다. 또한 ‘상생의 경제협력 방안’ 등도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했다. 손 후보의 이같은 시각은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남북간의 상생적 윈-윈전략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손 후보는 DJ의 정치 개입에 대해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국가원로이고, 세계평화의 전도사”라고 추켜세운 뒤 “지금은 누구를 지지하거나 편들지 않고 있다”며 ‘DJ-손학규 연대설’을 우회적으로 부인했다.
다음은 손학규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후보 중 1위다. 하지만 마의 10%대를 넘지 못하고 있는데 지지율을 끌어올릴 전략은.
▲ 묘수가 아닌 정공법으로 돌파할 것이다. 뚜벅뚜벅 정도를 걸을 것이다. 순간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다. 지지율 정체는 나를 포함한 대권후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범여권 전체의 문제이다. 우리 대통합민주신당이 아직 국민들에게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희망적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 후보는’무색무취’이미지가 있다. 손 후보만의 경쟁력은.
▲나는 독재시대에는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고, 남북평화 공존을 위해 햇볕정책을 지지했다. 나의 경쟁력은 혁신과 통합, 안정적 국정수행능력, 글로벌 리더십이다. 안정과 번영, 경쟁과 화합, 성장과 분배 등 상호 모순된 요구를 회피할 수 없다. 그렇기에 다음 정부는 혁신과 통합의 ‘창조정부’가 필요하다. 누구보다도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검증된 후보다. 글로벌 기업 CEO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글로벌 대한민국을 실현할 사람이 바로 나다.
- 현재 민주당은 DJ(김대중 전대통령)의 정치개입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김대중 전대통령은 이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국가원로로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평화의 전도사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금 누구를 지지하거나 편을 들고 있지 않다.
-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은 DJ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시각이 많다.
▲ 대통령을 지낸 국가원로를 존중하는 모습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모습에 대한 언론과 정치권의 의식이 김 전 대통령을 더욱 영향력 있게 다루는 것이다. 1인 보스 정치는 이미 옛 이야기가 되었다. 또한 정당의 공천도 상향식으로 하고 있다. 이미 은퇴하신 전직 대통령의 과도한 조명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 손 후보는 범여권 후보들의 견제를 받고 있다. 대처전략은 있나.
▲ 네거티브를 해서라도 견제하려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내용의 근거와 정황이 맞아야한다. 단순히 말꼬투리만 잡거나 사실을 왜곡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실에 근거해서 정확한 비판을 해 주기 바란다. 나는 범여권에 가장 적합한 후보이고,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유일한 후보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가 바로 손학규다. 범여권 대통합 후보로서 혁신과 통합의 시대정신에 가장 적합하고, 비 한나라당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손 후보는 한나라당을 탈당, 정치적 외도를 한 것이 아킬레스 건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선.
▲새로운 정치를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았고 대통합민주신당으로의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내 길을 가고 있다. 나는 새로운 정치를 위해 탈당했고, 지금 대통합민주신당으로의 국민대통합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나는 앞으로 한나라당시절이 짐이 되기보다는 보약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 나는 경기도지사 시절, 대한민국 일자리의 70%를 만들었고, 141억불 114개 해외첨단산업을 유치해 편안하게 도정을 운영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시절의 모습에서 오히려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부정적인 측면은 걷어내고, 긍정의 과거와 비전으로 시너지효과를 내 새로운 미래를 창조할 것이다.
-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러지는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컷오프(예비경선)에서 ‘1인 2후보’ 선택방식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이 장점이다.
- 오는 10월 남북정상회담이 가져올 효과는 무엇이라고 보나.
▲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회담이 성사된 것 자체가 이미 남북관계의 진전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에도 원칙을 갖고 접근해야한다. 나는 남북관계에 대해 상호체제 존중, 국민적 합의에 의한 남북관계, 국제적 공조 등 3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 또한 향후 남북관계에 있어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 남북 간 추진협의체 구성, 관계국 다자간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상생경제 10개년’ 계획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구상을 갖고 있다.
- 손 후보의 강점은.
▲ 국민과 직접 호흡하고 가슴으로 민심을 느끼는 것이다. ‘(100일)민심대장정’은 희망이다. 주민들의 안타깝고 속상한 얘기를 들으면 나 역시 찢어질 듯 가슴이 아프지만, 미래를 논하며 희망이 싹틈을 느낀다. 내 강점은 강한 체력이다. 20대 수행비서가 몸살로 쓰러질 만큼 빡빡한 일정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별 탈 없이 소화하는 강인한 체력을 가졌다. 짬을 내 하는 운동과 밥 힘이 한 몫 하는 것 같다. 또한 긍정적인 성격과 ‘수처작주’라는 좌우명처럼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는 삶의 자세도 장점이다.
- 향후 대권행보는.
▲ 우선, 국민이 원하는 온전한 국민대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대통합 민주신당’을 국민이 감동 받을 수 있는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대통합민주신당이 나의 마지막 보루이다.
#대통합민주신당 미래신당 시민그룹으로 재편?
대통합민주신당이 최근 미래신당 시민그룹으로 다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노의 남자들’로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안희정 참여정부 평가포럼(약칭 참평포럼) 상임대표,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현 참평포럼 대표) 등은 이전에 서울 종로구 ‘경희궁의 아침’이라는 오피스텔을 구입, 대선전략기획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비호남성향이 강한데다가 친노그룹의 색채 또한 두드러진다. 이런 ‘노의 남자들’이 최근 시민사회그룹과 민주신당에 대거 포진해 있는 상태다. 정치권 일각에선 최근까지 민주신당이 DJ(김대중 전대통령)의 영향력 하에 움직이고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하지만 여의도 정가에선 민주신당이 ‘노무현당’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친노진영의 인사들이 대거 민주신당에 합류한 상태에서 ‘신당장악’을 꾀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민주당 박상천 대표도 이같은 움직임을 겨냥해 “민주신당은 국민적 사기극에 해당한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무늬만 민주신당일 뿐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인사들이 다시 모인 ‘도로열린우리당’이나 마찬가지”라며 “시민사회세력이 합류했기는
했지만 이들 세력 또한 대부분 친노인사들이 장악하고 있어 대선이 또다시 ‘노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 rogos011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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