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홍씨 사건 또 터진다”
“제2의 홍씨 사건 또 터진다”
  • 이석 
  • 입력 2005-09-05 09:00
  • 승인 2005.09.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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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경·언론계를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고 있는 홍모씨 로비사건. 이 사건은 갈수록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채 수많은 의혹만 남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거물 브로커 홍모씨의 로비 행적을 엿볼 수 있는 증언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네팔 인력 송출업체인 (주)문드롭스오버시즈의 한국 지사장 김윤문씨가 그 주인공. 김씨는 홍씨가 운영하던 인력송출 회사의 경쟁업체 지사장으로, 지난 2004년 1월 방송된 MBC 2580 보도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장본인이다. 이 사건이 처음 불거질 당시 김씨는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치명타를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그동안 입을 다물어 왔다.

그는 그동안 수차례 <일요서울>의 인터뷰 요청도 한사코 고사했다. 그때의 악몽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는 게 홍씨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입을 열기로 결정한 것은 현행 인력송출 제도에 대한 모순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31일 가진 <일요서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현행 인력송출 제도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홍씨 로비사건이 재현되지 말란 법이 없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씨는 인터뷰 과정에서 홍씨의 전방위 압박으로 인해 겪었던 또 다른 일화도 털어놓았다.

그는 기자를 보자마자 “홍씨가 광범위한 로비를 통해 회사를 압박함으로써 적지 않게 마음고생을 했다”면서 “아직도 그때 생각을 하면 치가 떨린다”고 털어놓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자가 김씨를 만난 것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O백화점에 위치한 김씨의 사무실에서였다. 이때까지도 김씨는 “그때 얘기는 꺼네지도 말라” “그냥 커피나 한 잔 마시고 돌아가라”는 말만 반복했다. 여러 차례의 설득 끝에 김씨는 조금씩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다음은 김씨와의 일문일답.

홍씨 로비사건이 터진 까닭은.

▲현행 인력송출 관련 제도의 문제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97년 인력송출업체 선정권을 네팔 등 외국 정부의 노동부에 위임했다. 그러나 계약 해지권은 여전히 국내에 있다. 때문에 브로커들은 정·재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인력송출 업체에 접근한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들은 인력송출업체에 선정되도록 힘써보겠다며 거액의 로비자금을 챙긴다. 홍씨도 마찬가지다.

로비자금으로 본 손실은 어떻게 메우나.

▲브로커에게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인력송출업체들은 이 돈을 외국인 노동자들로부터 메운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현재 해외인력수급 현실은 어떤가.
▲인력송출업체가 뽑은 산업연수생들은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국내 기업으로 보내진다. 때문에 한국에 빨리 오기를 희망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수수료(130여만원) 외에 400만~800만원의 급행료를 무는 게 비일비재하다.

그런 점을 홍씨가 알고 협박했나.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신문은 물론이고, 수사기관, 출입국관리소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압박이 들어왔다. 심지어 국정원 직원이 찾아와 조사해갔다. 검찰이면 몰라도 대공을 담당하는 국정원이 나를 찾아올 이유가 어디 있는가.(김씨는 한때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한 적이 있는 인물. 지난 17대 총선 때 새천년민주당 은평을구 경선에 출마했다. 현재도 새천년 민주당 중앙당 청년위원회의 부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때문에 김씨는 자신의 행동이 자칫 외압으로 비치지 않을까 조심을 많이 했다고 한다.)

또다른 사례는 없나.

▲한번은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찾아왔더라. 긴급 체포장을 가지고. 세상에 출입국 관리소 직원이 긴급 체포장이라니 말이 되느냐.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요절을 내고 싶었지만, 외부에 안좋게 비춰질 수 있어 참았다.(김씨를 겨냥한 압박은 상상을 초월했다고 한다. 홍씨의 압박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곳에서 들어왔다. 그러나 김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더 이상의 언급을 회피했다. 지금 와서 떠들어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것이다. 국익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경찰에서 조사중인데, 아는 내용은 없나.

▲분명한 사실은 홍씨의 로비를 받은 인사는 현재 언론에 거론되고 있는 인물 이상일 것이다.

어떻게 확신하나.

▲내가 알고 있는 인물만 여럿 있다. 하지만 언론에는 거론되지 않았더라. 홍씨로부터 로비를 받은 인사가 지금보다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인력송출구조 전반을 점검중인데…

▲이번 사건의 원인은 무엇보다 상황에 맞지 않는 현행 인력송출구조에 대한 점이다.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할 경우 제2, 제3의 홍씨 사건이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 다행히 정부는 오는 2007년부터 산업연수생 제도를 완전히 폐지할 예정이지만 이 경우 또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어떤 문제인가.

▲가장 우려되는 것이 불법체류자 문제다. 그동안 해외 노동자는 국내 지사가 관리해 왔다. 임금 체불에서부터 이직에 이르기까지 직접 이들을 돌보아 주었다. 그러나 고용 허가제가 시행될 경우 노동부가 이들을 관리해야 하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 경우 불법 체류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MBC, 홍씨 돈받은 직원 3명 해고대가성 보도 사실상 인정(?)

로비스트 홍씨 문제로 여론의 압박을 받아오던 MBC가 결국은 ‘초강수’를 뒀다. MBC는 1일 홍씨로부터 향응을 받은 K국장, 향응과 함께 각각 100만원과 200만원을 받은 K차장, H차장을 해고 조치했다. 또 홍씨로부터 향응과 선물을 받은 나머지 2명에게도 각각 정직 3개월과 근신 15일의 징계를 내렸다. MBC측은 “자체 감사 결과 브로커에게서 금품과 향응을 받아 회사의 명예를 손상하고 직무 관련 금품수수를 금지한 방송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돼 이같이 결정했다”고 중징계 이유를 설명했다. 이로 인해 MBC가 홍씨로부터 대가를 받고 해외인력송출업체 비리를 보도한 것을 사실상 인정한 꼴이 됐다. 이와 관련해 MBC측은 “이번 결정은 자체 조사를 통해 사건에 본사 직원이 연루된 것이 확인됨에 따라 내린 것”이라면서 “직원 해고가 대가성 보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 홍씨 리스트 연루자 빠르면 주내 입건

현재까지 브로커 홍씨 사건에 연루된 인사는 44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이중 정치인(현직 국회의원 포함) 3명, 검찰(수사관 포함) 5명, 경찰 15명, 언론인 7명, 금융권 관계자 4명, 육군중령 2명 등으로 상당수가 사회 지도층이다. 물론 이들은 자신들의 금품 수수나 청탁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홍씨 리스트에 언급된 한 인사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몇번 술을 마신 적은 있지만 금품을 수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도 “식사비조로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청탁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재 이들의 혐의를 상당 부분 밝혀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홍씨 로비에 연루된 전직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A씨를 소환 조사했다. A씨는 검사로 재직하던 때와 변호사 개업 이후 홍씨로부터 현금 600만원을 받고 홍씨의 법률자문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때문에 A변호사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로비에 연루된 인사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경찰측은 내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내주 말까지는 홍씨의 금품로비 수사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A변호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끝나는대로 홍씨 로비에 연루된 관계자들의 입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석  su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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