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1대 총선전략, 두 번째이야기 : 민주당 종로전략은 존재하는가?
[기고] 21대 총선전략, 두 번째이야기 : 민주당 종로전략은 존재하는가?
  • 일요서울
  • 입력 2019-07-12 17:25
  • 승인 2019.07.12 20:19
  • 호수 1315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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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에 있어서 서울 종로선거구는 우리나라 정치 일번지로 불린다. 왜 그렇게 불리게 되었는지, 언제부터 그리 되었는지, 누가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수수께끼의 하나로 정치학 논문의 주요 주제로 다루어도 좋을 것 같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서울의 제1선거구는 3대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서울 중구였다. 그리고 4대부터 8대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서울 종로구가 서울의 제1선거구였다. 12인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로 전환했던 9대에서 12대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서울 종로구와 중구가 하나의 선거구가 되어 서울의 제1선거구가 됐다.

87년 헌법이후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도 아래에서 치러진 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는 종로선거구가 다시 서울의 제1선거구가 됐다. 선관위에서 분류하는 선거구로서의 종로선거구는 그런 의미에서 정치일번지로 불려도 무방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종로선거구를 정치일번지로 부르는 것은 아마도 이 선거구에서 숱한 화제의 정치인들이 탄생하였으며, 동시에 숱한 화제의 낙선자들도 탄생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을 지낸 정치인만 하더라도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등이 있으며, 현역 국회의원인 정세균은 국회의장을 지냈다. 대권을 노리던 손학규, 오세훈 등은 이 선거구에서 뼈저린 실패를 맛보았으며, 정당의 대표로서 유진오, 이민우 등이 정치일번지에 승부를 걸어 당을 살려낸 경험이 있다.

이렇듯 종로선거구는 정치일번지로서 누구에게도 호락호락한 선거구가 아니었다. 웬만한 정치인에게 함부로 입성을 허락하지 않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은 선거구가 종로선거구다.

특히 13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종로선거구에서 재선을 이룬 사람은 재·보궐선거를 포함해서 이종찬(11-14), 이명박(14-15), 박진(16-18) 등 보수계 정치인이 대부분이고, 지난 19대와 20대에서 연거푸 당선한 정세균 의원은 민주진보진영의 후보로는 처음 재선 고지를 밟은 정치인이다. 그만큼 다른 서울 강북지역에 비해 보수색이 강한 선거구가 종로선거구인 것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자 이 종로선거구를 두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정치인들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아내가 평창동을 참 좋아한다는 말로 종로선거구 출마를 공식화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탄생으로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지면서 그도 종로를 발판으로 대권을 노려보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그러나 그가 크게 착각하는 것이 있어 보인다. 종로선거구는 우선 보수유권자가 강한 지역이다. 민주진보진영의 후보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도는 물론 보수유권자로부터도 표를 얻을 수 있는 확장성이 있어야 한다. 정세균 의원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그만의 특유의 친화력과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좌파 이미지가 강한 그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는다.

이낙연 총리의 종로 출마설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으로 나온다면 오산이다. 민주진보진영 대권후보 1위이기 때문에 나온다면 더 큰 오산이다.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어쨌든 중간평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고, 현재 기준으로는 어느 것 하나 국민들에게 후한 점수를 얻을 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한 상태에서 맞이하는 선거다. 대권후보 1위 또한 같은 맥락에서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전략적 사고에 입각하여 종로를 사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종로를 잃으면 과반수는 물 건너간 것이고, 2022년 대권의 향배도 자신할 수 없다. 멀리 본다면 국회의장을 지냈지만 정세균 의원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애원해야 하는 것이 현실일 수 있다<이경립 편집위원>

일요서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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