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심(盧心)이 있는 한 몰락은 없다
노심(盧心)이 있는 한 몰락은 없다
  • 이금미 
  • 입력 2005-08-29 09:00
  • 승인 2005.08.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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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파워는 여전히 건재하다.” 참여정부 집권 후반기 청와대 밖 노무현 대통령의 386 핵심측근인 이광재 의원과 안희정씨는 여전히 정치권의 관심 대상이다. 이들은 노 대통령의 신임으로만 보면 여타의 개국 공신들과 차원이 다르다. 정치인 노무현 시절부터 외부에 노출돼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를 성공시킨 핵심 참모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최근 활동이 자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이 의원은 유전게이트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아졌으며, 안씨는 8·15 사면복권에서도 제외됐다. 그럼에도 이들이 여전히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참여정부 집권 후반기 정권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이광재-안희정’의 막후 실세로서의 역할을 추적해봤다.

유전게이트 특검 수사의 핵심은 이 사건과 관련한 이 의원의 외압 여부이다. 그럼에도 눈에 띄게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 의원이다. 그는 최근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강원도 행정부지사 출신인 조명수 제도개선 비서관을 강력 추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전게이트로 힘이 빠졌다고 여겨졌으나 여전히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는 게 증명됐다는 여의도 정가의 분석이다. 애초 인사수석실은 1수석 3비서관 체제에서 1수석 2비서관 체제로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청와대 한 소식통은 전했다. 권혁인 전 인사관리 비서관이 행정자치부로 돌아간 뒤에도 굳이 행자부에서 충원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 박남춘 인사관리 비서관과 정영애 균형인사 비서관 2비서관 체제로 가려고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비서관 천거

인사수석실 2비서관 체제 전환의 배경엔 김완기 인사수석이 있다. 이 소식통은 “행자부 출신인 김 수석이 버티고 있는데다 인사수요가 줄어 행자부에서 보충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강원도 평창 출신인 이 의원이 자기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조 비서관을 심어 강원 지역 인사의 교두보 확보를 꾀했다는 결론인 것이다. 실제로 조 비서관의 청와대 입성 직후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 의원의 천거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측은 “청와대 비서실에 강원 지역 출신 인사가 거의 없어 조 비서관이 ‘우선 고려’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이 의원과는 무관한 임명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측의 주장은 조 비서관과 이 의원이 모두 강원 지역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 비서관은 강원도 춘천 출생으로 철원 군수, 강원도 농산 국장,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장, 강원도 기획관리실장, 행정자치부 공보관을 거쳐 강원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하고 있었다. 게다가 조 비서관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향인 춘천과 인근 원주, 강릉 지역 등의 자치단체장 및 강원도지사 출마설이 회자됐던 인물이다. 그가 무사히 청와대에 안착한 이후엔 열린우리당 춘천시장 후보로 나서지 않겠느냐는 설이 더욱 무르익고 있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 강원도당위원장이자 태백·영월·평창·정선이 지역구인 이 의원이 최근 춘천, 원주, 강릉 등 강원도내 빅3의 지자체장 선거에서 ‘전략공천’ 의지를 밝힌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여권내에선 이 의원에 대한 강원도지사 출마설이 무성하다.

그런 만큼 인사수요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강원도 출신 인사를 청와대에 입성시킨 것이라는 해석이다. 여권 일각에선 잠재적 경쟁자인 조 비서관과 이 의원의 모종의 역할분담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유전게이트가 터진 이후에도 지역구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의원의 강원도 ‘잠행(潛行)’은 하한정국이 끝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지역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는 “이 의원의 지역민심 다지기를 두고 지역 정가에선 2006년 지방선거에 강원도지사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적 보고서 작성

노 대통령의 또 다른 386 최측근 안씨의 막후 실력 행사 여부도 관심 대상이다. 노 대통령과 안씨의 정치적 인연으로 인해 지난 8·15 대사면을 앞두고 정치권은 안씨의 사면복권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어 그의 열린우리당 복귀설과 함께 10월 재·보궐선거 출마설 및 청와대 입성설도 등장한 터였다. 참여정부에 미칠 부담을 감안, 자진해 사면을 포기했으나, 이로 인해 노 대통령이 더욱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전언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과 안씨는 오랫동안 정치 철학을 공유해온 사이인 만큼, 대통령이 자주 안씨를 불러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소리가 나지 않을 뿐,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을 미치는 인사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안씨는 국정 운영과 관련, 정기적으로 노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한나라당이 입수, 노 대통령의 연정 구상 등 정국 운영에 대한 지침서로 작용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 ‘정치지형 변화와 국정운영’ 보고서가 안씨가 적을 두고 있는 고대 아세아연구소에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안씨의 막후 실세로서의 역할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안씨가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것은 아니나, 사전에 검토한 것으로 안다”면서 보고서와 안씨의 관계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안씨는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다만 측근들의 입을 통해 그의 근황이 전해질 뿐이다. 그는 최근 “참여정부 기간 내에 청와대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 출범부터 청와대행을 포기하고 정치에 뜻을 두었던 만큼, 사면복권을 기다리면서 18대 총선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집권 후반기 청와대, 신임 이병완 비서실장 체제로 시동 걸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8월25일 사의를 표명한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 후임에 이병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임명했다. 이 비서실장의 등장은 청와대 비서실 내부 역학구조에도 미묘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무형’, ‘관리형’이라 불리며 보수층과 참여정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던 전임 김우식 실장과 달리 신임 이 실장은 정치적 감각은 물론 카리스마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론인 출신으로 이 실장은 국민의 정부 당시 국정홍보조사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문한 이후 민주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을 거쳐 참여정부 들어서도 청와대 요직을 두루 거친 인사다. 기획조정비서관과 정무기획비서관(정무팀장 겸임), 홍보수석 등을 역임하며 청와대 비서실 ‘실세’ 중의 한 사람으로 부상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번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는 임기 후반기를 맞는 노 대통령이 새로운 국정 운영과 연장선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 실장은 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비서실장에게 요구되는 정무·정책적 능력을 두루 갖춘 인물로서, 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추진하는 데 적격이라는 게 청와대 내부의 평가다.특히 이 실장이 참여정부 전반기 위기 국면에서 보여준 정무적 감각과 카리스마는 비서실장의 새로운 상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초 이기준 교육부총리 인선 파문 과정에서 이 실장은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 구성원들의 일괄사표 제출을 주도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또한 이 실장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뢰도 각별하다는 것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홍보수석 자리를 떠난 뒤에도 대통령의 홍보문화 특보로서 노 대통령과 자주 면담을 해왔다.

때문에 그동안 시스템 중심의 청와대 비서실 운용이 실세 비서실장인 이 실장에게 힘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홍보수석 당시 지금의 당·정·청 수뇌부 ‘12인 회의’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8인회 모임’의 멤버로 참여하기도 했다. 신임 이 실장은 한국일보 경제부장을 지냈으며 예금보험공사 이사,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홍보조사비서관, 국내언론 2비서관을 역임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정책위 상임부의장을 지냈고, 대통령직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 간사로서 참여정부 출범 준비에 깊숙이 관여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청와대 정무팀장 겸 정무기획비서관, 홍보수석 등을 거쳤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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