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타결이 일깨운 것
한미 FTA 타결이 일깨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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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12-14 13:45
  • 승인 2010.12.14 13:45
  • 호수 868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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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골자는 ‘쇠고기 방어 성공, 자동차 추가 개방’이었다. 미국의 협상조건 변경 요구에 우리 정부는 자동차 수입에 상당부분을 양보했으나 쇠고기 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현재 수준을 지켜냈다. 마침내 FTA의 긴 여정을 마감한 것이다.

2008년 미 대선에서 한미 FTA 반대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내심 FTA가 주는 경제 이익을 계산하고 있었다. 다만 자신의 반대를 정당화 할 재협상 카드가 필요했던 터다. 이번 추가협상에서 미국이 일부 분야는 2007년 원안보다 나아진 부분이 있지만 몇몇 부분은 더 불리해졌다. 협상이 지연되면서 미국경제가 혹독한 대가를 치루고, 국제적 경제이슈에서 미국의 글로벌 신용도가 큰 타격을 입게 되자 오바마 정부가 타결을 서둔감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FTA에 대한 미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치적 박차를 가해야한다. 그가 2008년의 한미 FTA를 지지하고 2009년 미의회 비준을 압박했더라면 상황이 훨씬 나았을 수 있다. 그는 미전국자동차노조(UAW)의 요구에 너무 끌려 다닌 나머지 다른 분야 협정을 방치한 ‘통상 리더십’ 부족 평가를 받게 됐다.

그러면 우리 상황은 여야 없이 상당히 긍정적이어야 할 텐데 전혀 그렇지를 못하다. 한나라당은 ‘잘된 협상’이라고 평가하며 야당에 ‘조속한 비준’ 협조를 요청한 반면, 야당은 ‘매국 협상’이라고 맹비난하며 일찌감치 ‘한미 FTA 비준 반대’를 당론으로 정해 협상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한미 양국의 이익 균형을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자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한나라당 대표의 평가와, “국민 모두가 굴욕을 느끼고 배신을 느끼고 국가적 수치를 느낀다”는 민주당 대표 주장이 여야 비준 타협은 물 건넌 양상이다.

야당은 한국의 쇠고기 시장을 완전히 열겠다는 미국의 공세에 맞선 협상단 성과마저 일축했다. 하긴 쇠고기 시장 추가개방이나 한국에 유리한 유예조건을 지켜낸 건 이 땅의 국민들이다. 2008년 봄 정부의 졸속협상에 반발하며 촛불을 든 국민들이 없었다면 미국이 과연 한국의 사정을 감안 했을까 싶다. 촛불시위가 결과적으로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준 게 사실이다.

때로는 국가 반역에 해당되는 행위까지가 시간이 흐르면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일본 군국주의의 호전성과 천황 숭배사상을 반대했던 일부 일본 지식인들이 당대에는 핍박당했으나 역사는 그들을 양심적 선각자로 기억한다. 뚜렷한 목표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우리시대에도 많다.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전세방에 살면서도 수십억 원을 기부한 가수에서부터 북한 실상을 알리기 위해 대북 삐라를 살포하는 사람들까지, 이런 의기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 사회는 아직 살만한 세상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큰 곤욕을 치룬 일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이 쇠고기 부분을 애써 피해가는 도리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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