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軍)이 이 모양이었는데
우리 군(軍)이 이 모양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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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12-07 17:33
  • 승인 2010.12.07 17:33
  • 호수 867
  •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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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방부가 야당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장관급 장교(장군)자제들 중 일반사병으로 복무하는 병사는 총 39명이었다. 이 중 자대 배치된 육군은 32명으로, 보병, 포병, 기갑병 등 이른바 전투병으로 근무하는 사병은 6명에 불과했다. 반면 보급병이나 군악병, 복지지원병, 전산운영병, 배차병 같은 근무여건이 좋고 사병들 간에 ‘아무나 갈 수 없다’고 여겨지는 주특기를 가진 장군의 아들이 태반을 넘었다.

해군 복무자 5명 중 3명도 해군사령부 등에서 육상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를 접수한 야당 국회의원은 “장군의 아들 중 상당수가 수당이 많은 해외에 근무하면서도 레바논, 아이티 등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 배치되고, 아프간 등 위험지역에 배치된 사병이 단 한명도 없다는 점도 의아스럽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레바논 평화유지군 동명부대와 아이티 재건지원단은 사병 급여가 매월 200만원에 달하는데다가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에 사병지원 경쟁률이 11대1에 달하는 정도다. 그는 “공정한 사회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에서라도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감 현장에서 나사 풀린 우리 군(軍)의 상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제2의 천안함 사건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실시한 지난 7~8월의 한-미 연합훈련과 서해 합동훈련 당시 우리 군 장성 3명 중 1명은 휴가 중이었다.

천안함 사건 때 군은 흐지부지 책임회피에 급급했고, 군 통수에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들은 우왕좌왕 갈팡질팡 했다. 통수의 문제는 군 자체의 문제로 직결된다. 불량전투화, K-21장갑차 침몰, 링스헬기 불량정비, K-9자주포의 불량부동액 등 우리 군의 기강은 가히 무장해제 수준이었다. 상관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희화적 상황은 말을 잊게 만들었다. 10년 햇볕론의 결과였다.

햇볕을 북한에 쪼여 북한 당국자의 마음을 녹인 것이 아니라 남쪽을 덥게 달구어 안보 외투를 벗도록 한 것이다. 전교조 등 좌파교육은 우리 군을 비하하고 통일저해 세력으로 묘사했다. 국방과 안보는 정치적 용어가 됐다. 대한민국 군이 이 모양이었는데 북한이 무엇을 두려워했겠나. 지금 우리 내부의 지도층, 정치권, 군의 문제를 거론하며 질타하는 것으로 시종 하는 것도 소득 없는 자위행위일 뿐이다.

새로 내정된 김관진 국방장관 후보자는 6.25전쟁 이후 가장 중요한 국방책무를 수행해야할 엄중한 사명을 통감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해방이후 60여년의 위대한 성취와 국민 생존권을 굳건히 보전할 수 있느냐의 위험한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북한이 군비 증강으로 결핍된 통치력을 보전하려는 어리석은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는 동안 우리 안보담당자들은 항상 경제력과 군사력의 우위만 과신해 왔다.

만성적 안보불감증에 매몰 당해 있었다. 군인정신은 사라지고 군이 한낱 행정조직으로 전락돼 갔다. 위장 평화의 꿈이 이처럼 허망하게 깨질 줄을 짐작이나 했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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