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당권은 물론 차기 대권주자 운명까지 걸린 대회전이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더했던 것 같다. 재집권에 실패한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 이명박 정권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한 채 표류해 왔다. 집권 후반기의 이 대통령 지지도가 과반을 넘나들고 한나라당 인기 또한 높은 마당이다. 이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잘해 보여서가 아니라 야당이 제 노릇을 못한 이유가 크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후보자들이 한 목소리로 대안 야당으로서의 당 변화를 부르짖었다. 그러려면 우선 자기 과거를 철저히 부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균열이 생기고 낡아 주저앉은 집 위에 올라앉을 생각을 말고 새 집을 지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민주당이 새 희망의 증거를 보이는 길이다.
민주당에 새 인물이 없고 새 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강했다. 그나마 야당 명맥이 지켜진 건 정부 여당 하는 일에 딴죽을 걸어 여론의 호응이 있을 때 얻은 반사이익 덕택이다. 이제 손학규 새 지도부가 비전을 선보일 무대는 현 정기국회다. 지난주부터의 국정감사를 출발점으로 민주당이 ‘제1타깃’으로 삼은 4대강사업에 대한 철두철미한 검증을 국민이 바라고 있다. 4대강사업에 챙겨야 할 사안들이 너무 많다.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 정쟁이 난무하는 국감을 정책국감으로 돌려 놓아야한다.
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민주당 새 지도부의 몫이고 과제이다. 4대강 예산의 재검토와 환경영향 등에 대한 열띤 국감장이 민주당 새 희망의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서민국감’을 내세워 저마다 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인기 발언에다 엄청난 자료를 요청하는 일 따위는 사라져야 한다. 이념정치에 파묻혀 일단 정부정책에 반대부터 하고 보는 습성도 버려야 된다.
한나라당이 겉으로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 체제에 대해 “여야 상생의 정치를 기대한다”고 밝히지만 속으론 오히려 여야 관계의 불화 요소를 걱정하고 있다. 손 대표가 한나라당 출신의 당내 공격을 극복키 위해 여당과의 타협정치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주시한다. 또 자신을 지지해준 민주당내 세력과의 유대 강화를 위해 한나라당을 더 강하게 몰아붙일 수 있다는 판단을 한다.
민주당 대의원들이 손학규를 선택한 것은 이런 대여 강공 목적이 아니었다. 과거사의 책임보다는 현실적 정권교체 가능성을 평가한 것이다. 그 희망의 싹을 지금 지켜보고 있다. 대안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한 야당이 국민을 오랜 세월 식상 시켰다. 손 대표의 “민생·민주·평화에 도움 되는 일이라면 정부 여당에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주목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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