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비극 드라마
이 시대의 비극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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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10-05 12:27
  • 승인 2010.10.05 12:27
  • 호수 858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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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부 승인 없이 북한에 잠입해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고 북한 체제 등을 찬양한 혐의로 구속기소한 한상렬 목사에 대한 1심 첫 공판이 지난주 월요일에 열렸다. 그는 6월 12일 중국 선양과 베이징을 거쳐 항공편으로 평양을 방문해 지난 8월 20일까지 70일 동안 북한에 머물면서 북측 고위 관계자와 공작원을 만나고 북한의 선군 정치와 주체사상을 찬양하는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상렬 목사는 2008년 8월 촛불시위 당시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되어 그 해 11월 ‘법원 허가 없이 해외 출국하지 못 한다’는 등의 조건을 달아 보석으로 풀려난바 있다. 그 후 선교 활동을 가장해 제3국을 통한 밀입국에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석으로 풀려난 3개월 후인 지난 2월 전북 경찰청에 ‘선교지도 방문차 인도로 출국하겠다’는 내용의 출국 요청서를 내 법원의 확인서를 발부받아 여권을 발급 받았다.

이렇게 북한 잠입에 성공한 한상렬 씨는 6월 22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안함 침몰은 이명박식 거짓말의 결정판”이라며 이 정부를 비판했다. 다음날 자신의 환영 군중집회에서는 “우리는 민족반역자 이명박을 기필코 역사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며 이 대통령의 대북 정책과 천안함 관련 대책 등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한 씨의 이런 모습은 방송 화면을 통해 전 국민에게 알려졌다. 이번 한 씨 공소사실에는 2005년 9월 인천 맥아더동상 철거투쟁을 주도한 혐의와, 2006년 4월 통일연대 간부들과 함께 방북해 북한 공작원에게서 평택 미군기지 투쟁 등 반미투쟁 강화 지령을 받은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조사에서 묵비권으로 일관한 한 씨가 조사관과 나눈 일상적 대화에서는 “북한은 더러워서 가서 살기는 싫다”는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보연대는 지난 9월10일 “이명박 정부가 되지도 않는 증거를 들이대며 펼쳤던 소위 유엔안보리의 천안함 외교전은 처참한 실패로 끝나 국제적 망신만 당하고 말았다”며 한 목사가 ‘천안함 사태의 책임이 남한 정부에 있다’고 한 것은 이적행위가 아니라는 재판 전 성명을 발표했다. 27일 첫 재판의 한 씨 변호인단은 한 목사는 남북교류 협력의 물꼬를 트기위해 순수한 의도로 방북한 것이라며 “통일문제에 관심이 많은 남북한 인사들이 대등한 관계에서 토론한 것이고 누구의 지시나 지령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일성 부자를 찬양한 적도 없다고 했다.

궁금한 것은 이들 진보단체나 한 목사가 곧 2만 명 선을 돌파할 탈북자들에 대해 조금의 관심이 있느냐는 점이다. 지금의 북한은 지난 80년대 말 문익환 목사나 임수경 씨의 방북 때와 현저하게 달라진 상황이다. 북한 사람들이 변화하고 있는 사실이 탈북자들 입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한 목사가 탈북자들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북한 주민들 역시 밀입국한 한 목사에게 관심 없었을 것이다.

다만 북한 정권이 그를 이용하는 광경을 즐겼을 만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삶에 지친 북한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북한, 중국 간 국경을 넘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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