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진실할 때 서로 통한다. 거짓과 위선이 난무하는 가운데서 소통을 말 할 수 없다. 공정하지 못하고 남을 억울하게 해서 얻은 이익이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는 주어진 권력과 힘을 자기 이익을 위해 행사했던 권력층 인사들이 날개 없이 추락하는 장면을 한번 두 번 봐 오지 않았다. 근래 하루가 멀게 접한 상황이다.
지금 이 정부 임기 반환점을 달포 좀 지난 지점에 도달했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과반에 가까운 국민 지지를 얻어 2008년 새 봄에 호기 있게 집권자의 행보를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난리가 벌어졌다. 소위 ‘고소영’으로 빈축 받은 인사파동이 일어나면서 도덕적 회의감이 절정에 달했다. 대운하 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났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 명목으로 해치운 쇠고기 파동이 반 이명박 정서를 불태웠다.
난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깜깜해졌다. 국제적으로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고개를 쳐들었고, ‘이어도’와 고구려 역사에 대한 중국의 역사 왜곡 작업이 시작돼 앞뒤의 외교전을 불렀다.
내적 문제는 KBS, YTN으로 이어지는 언론 장악 음모설, 휘청대는 부동산 정책, 치솟는 물가 등 도무지 이 정부가 예뻐 보일 구석이 없었다.
와중에 편향적 종교 관념이 유례없는 불교 사태까지 불렀다. 불교계의 정부 압박 시위가 전국의 사찰에서 행해졌다. 대통령이 태극기를 거꾸로 든 사건도 있었다. 다만 경제적 어려움이 대외적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 현상이 맞물린 시대 상황 때문이라는 인식이 존재했다. 당시 경제 문제를 이명박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국외적 요소를 국민이 잘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나라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것은 강한 CEO 이미지를 부각해서 정권 창출에 성공한 이명박 정권의 태생적 문제와 직결해서였다. 이 정권을 밉게 본 또 하나의 이유는 문제 터질 때마다 외부 탓만 하는 정부 태도가 온당치 않아서 였다. 우리 국민들은 누가 아무리 큰 실수를 저질러도 ‘모든 게 내 탓이요’하고 나서는 데는 아주 관대한 속성을 지녔다.
근래 한국 정치권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은 ‘공정사회’는 잘못된 부분에 남의 탓을 않는 기득권층의 정직함이 담보 돼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공정한 틀을 마련해도 지도층의 정직성이 결여 돼면 ‘공정’을 기대 못한다. 우선 국민가슴으로 나타나는 민심이 공정사회를 믿지 않는다.
신기루라는 말이 있다. 멀리서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사라지는 헛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 신기루는 불안정한 대기층에서 빛이 굴절하면서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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