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비극 벌써 잊었는가! 대북 쌀 지원 말라
천안함 비극 벌써 잊었는가! 대북 쌀 지원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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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9-13 16:50
  • 승인 2010.09.13 16:50
  • 호수 855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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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쌀을 지원키 위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와 집권당을 앞세워 대북 쌀 지원 환경을 조성해 가는가 하면, 언론을 통해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8월 22일 느닷없이 북한의 수해피해를 거론하며 “대북 쌀 지원 재개를 검토해 보자”고 제안하였다. 9월 1일엔 청와대 국민통합특보이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을 겸하고 있는 김덕룡씨도 “천재지변의 홍수를 겪는 북한 주민을 위해 식량지원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고 맞장구 쳤다. 한 동안 변죽을 울리더니 9월 8일 현인택 통일부장관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쌀 지원은 “한도 내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시멘트는 조금 정도는 생각”하고 있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정부는 대북 쌀 지원 여론이 무르익어갔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쌀과 비료의 대북 지원은 많건 적건, 인도적이건 정치적이건 해선 안 된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천안함 피침으로 인한 국민의 대북 분노가 아직도 하늘을 찌를듯하다는 데서 그렇다. 천안함 전사자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 모씨가 절규한 대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윤씨는 4월 29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의원님 북한에 왜 퍼줍니까. 우리가 주면 무기 만들어서 우리 국민 더 죽이라고…피가 끓어요”라며 울부짖었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비극을 벌써 잊었는가 묻고 싶다. 국민의 피를 끓게 한다.

둘째, 북한은 천안함 공격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요구를 무시한 채 도발과 협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데서 쌀을 지원해선 안 된다. 이 대통령은 5월24일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앞에 사과하고 이번 사건 관련자를 즉각 처벌하라”고 요구하였다. 북한이 적반하장(賊反荷杖)격으로 도리어 남한에 몽둥이를 휘두르는 판국에 쌀 지원에 나선다면, 이 대통령의 북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요구는 빈 말이 되고 만다. 북한은 쌀을 지원받고 싶으면 천안함 같은 잔혹한 도발을 하면, 이 대통령이 겁먹고 쌀을 더 퍼주고 나서게 된다고 간주케 할 수 있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2008년 4월 북한의 “위협적인 발언 때문에 북한을 도와주고 협상하는 것은 앞으로 없다”고 단언한바 있다. 이 대통령이 북한에 쌀을 퍼준다면, 북한의 천안함 도발과 “위협적인 발언 때문에” 북한을 도와주는 꼴이 되고 만다. 본인의 말을 식언한 것이며 북한의 도발을 간접 격려해주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셋째, 정부의 쌀·비료 지원은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공조 체제를 대한민국 정부 스스로가 흐리게 하는 중대 과오를 범한다. 유엔의 대북제재 1718호와 1874호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그것 들이다. 특히 미국은 지난 8월 30일에도 대북 금융제재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북한 로동당 39호실을 비롯한 3곳과 개인 1명을 제재대상으로 추가하였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만이 김정일의 비자금과 군사비로 전용될 수 있는 쌀을 보내주겠다고 한다. 누구 보다도 솔선수범해야 할 나라가 대북제재 국제공조를 앞장서서 흔드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의약품이나 라면 정도로 그쳐야 한다. 쌀 지원은 다과를 막론하고 아직 이르다. 더욱이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을 위한 뇌물이라면 더 더욱 안 된다. 이 대통령은 “도발하면 절대 안준다”는 자신의 말을 지켜야 한다. 북한에 보낼 쌀이 있으면 남한내 굶주리는 극빈층에게 먼저 보내야 한다. 그것이 ‘공정한 사회’ 구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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