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끼리 만의 통합의례
그들끼리 만의 통합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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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8-17 09:41
  • 승인 2010.08.17 09:41
  • 호수 851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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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15 광복절 특별사면령을 또 내렸다. 그동안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부인했던 일들이 다 사실로 나타났다. 연례행사처럼 돼버린 ‘사면’을 올해라고 피해갈 것 같지 않았지만 거명된 인사들이 이처럼 대거 포함 될 줄은 몰랐다.

헌법상의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이 삼권분립 원칙에 안 맞는다는 지적은 오래됐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사법부 판결을 무효화하는 ‘사면’이 사법부와 법의 권위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논쟁이 확전되지 않은 것은 대통령에게 이런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법의 경직성에서 나올지 모를 억울한 피해자를 최종 구제한다는 취지에 따라서였다.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사회정의에 반하지 않기 위한 신중함과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요구되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 역대 정권의 사면이 포플리즘적 이었다는 비난을 받는 것은 이런 사면 기본초자 갖추지 못한 때문이다. 사면이 다분히 포플리즘적으로 이뤄져 대통령 단임 직선제의 민주화 이후 네 정권을 거치는 동안 매년 2회 이상씩의 사면이 단행돼 자그마치 1280만명에게 은전이 베풀어졌다.

이명박 정부가 이 전 벌써 네 차례에 걸쳐 470만명을 사면했다. 사면권 남용은 통치권의 사면행위가 정치적 거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이번 8.15특사 역시 사회 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정치적 포석에 지나지 않다는 혹평이 가해지고 있다. 주요 사면 대상자들이 한결같이 뇌물수수나 공천헌금 등 권력형 비리를 저질러 단죄된 자들이란 점에서 국민 공감은 고사하고 위화감만 키워놓았다.

화해는 지난 정권과의 화해에 불과하고 통합은 갈라진 여권끼리의 통합으로 사회통합에 아무런 도움 되지 않는 다는 비판이다. 그들끼리 만의 ‘통합의례’라는 빈축을 받는다. 이래서 역대 대통령들이 후보시절 이구동성으로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한 것이다. 이번으로 다섯 번째의 사면을 단행한 이명박 정부가 이제 막 임기 반환점을 통과하는 시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9차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각각 8차례의 특별 사면권을 행사한 것과 비교해 이명박 대통령이 한술 더 뜨면 더 떴지 조금도 덜할 공산은 없어 보인다. 일반사면이면 국회 동의가 있어야 하므로 하나같이 특별사면으로 행해지는데 대한 법적 보완이 반드시 있어야 하겠다.

대통령 사면권은 사회통합을 위해 국민 평등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테두리 안에서 행사하라는 것이다. 정치권 이해관계에 얽혀 특권층에 대해서만 법치를 무시하고 관용을 베푼 사면은 국민의 분노를 살 뿐이다. 많은 국민이 이명박 정부가 ‘특권층을 위한 사면권 행사로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사면권의 부적절한 행사를 막기 위해 2년 전 처음 설치된 사면심사위원회가 지금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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