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가 살아 돌아왔다
이재오가 살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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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8-10 10:46
  • 승인 2010.08.10 10:46
  • 호수 850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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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재보선에서 생환한 한나라당 이재오 당선자의 선거일 밤 당선 확정 후 첫 일성은 “이번에 내가졌다면 당이 힘이 빠졌을 거다”였다. 그의 말처럼 6.2 지방선거 참패로 위기에 직면했던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마저 패배 했다면 짐작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불어 닥쳤을 것이다.

이재오 정치 생명을 걸고 던진 벼랑 끝 승부수는 한나라당의 위기뿐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 늪에서 얼마간 빠져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4대강 전도사로 불린 이재오에 대한 유권자들의 신임은 이 대통령이 다시 4대강 사업을 밀어 붙일 수 있는 원기를 회복케 했다.

이재오 당선 효과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얼마 전 또 한 차례 선상반란을 일으킨 일부 소장파 ‘친이’ 의원들의 발언권을 급격히 약화 시킬게 틀림없다. 민주당 등 야권의 생각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야권 내에는 재보궐 선거 전에 이미 이재오가 당선되면 박근혜와 전면전을 펼치게 될 것이고, 그러면 한나라당이 쪼개질 테니, 다음 총선 대선까지를 생각하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라는 음모론적 주장이 없지 않았다.

이에 대한 이 당선자의 반응은 “내가 민주당에 장단 맞출 일 있느냐”는 것이었다. 지난 경선 전후나 공천과정에서처럼 사사건건 박 전 대표와 충돌하는 일 따위는 이제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3년 전 한나라당 경선 때 ‘대운하’를 놓고 이 대통령과 격렬하게 충돌했던 박 전 대표가 4대강 문제에서 이재오 의원과의 충돌이 불가피 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음 총선 공천을 둘러싼 마찰 역시 죽고 살기식의 이전투구 양상을 벗어나지 못 할 것이란 관측이 난무한다. 지난 전당대회 결과에서 확인 됐듯이 박 전 대표는 7:3 정도의 한나라당 내 소수파를 안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이재오까지 살아 돌아왔으니 여권 권력판도의 일대 파란과 함께 박근혜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이재오 당선자가 “정치는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이 미덕인 만큼 나로 인해 당에 갈등이 일어나는 일은 없고, 갈등 요인을 제공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재기에 성공한 이 당선자가 한껏 낮춘 자세에서 한 말이다. 한나라당이 최고위원회 이름으로 당내 계파모임 해체를 권고 했지만 해체 기준이나 해체 거부에 따른 제재 방식이 들어있지 않다.

당내 계파가 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것이므로 이 당선자가 계파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은 거의 절대적이다. 다만 기대하는 것은 이 당선자가 국민권익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우리 국민의 애환을 수 없이 접하고 고민해 봤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경험만큼 소중한 정치 자산이 없을 줄 안다.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당내 투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는 이재오를 밉다 할 이유는 없다.

이 당선자는 “2년 넘게 여의도를 떠나 있다 보니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눈에 보인다”고 한 말을 늘 가슴에 담고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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