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정서에 박힌 「미운 검사」
바닥정서에 박힌 「미운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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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8-03 09:29
  • 승인 2010.08.03 09:29
  • 호수 849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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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사회를 시끄럽게 한 ‘스폰서 검사’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가 정해졌다. 지난 4월 이 사건 의혹에 대한 최초의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세상은 가히 벌집을 쑤셔 놓은 듯 했다. 사건진위를 알아보고 있다는 명목으로 여론반응을 저울질한 검찰이 고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하여 50일간 감찰조사를 벌인 성과는 변죽을 울린데 그쳤다.

의혹을 밝히기보다 덮기 위한 시간벌이였다는 혹평이 나왔다. 검찰 외부 인사를 참여시켜 구성한 진사규명위원회도 마찬가지였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상당부분이 제보자 정씨에 대한 신뢰성 여부를 문제 삼는 것이었다. 결국 검찰은 공권력을 투입해 검사들의 비리혐의를 밝혀 낸 것이 아니라 제보자 흠집 내기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얘기다. 제보 내용에 대한 일부 검사들의 관련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당사자가 부인한다는 이유로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는 자기모순도 드러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검사와의 대화 때부터 검찰 개혁 의지를 확고히 나타냈다. 개혁의 요체는 수사권 조정과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었다. 그는 검찰개혁이 불발에 그친 회한이 크다고 자서전에 썼다. 현 정권 역시 검찰 개혁을 천명했다. 검사 잡는 검사가 필요하다는 ‘공수처’ 신설 문제가 심도 있게 제기됐다.

검찰의 집요한 저항에 부딪쳐 비록 지금은 잠재됐지만 ‘스폰서 검사’ 의혹 파문으로 다시 공수처 문제가 거론될 여지가 커졌다.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한 것은 우리사회 바닥 정서에 ‘미운 검사’가 박혀 있기 때문이다. 이 미운 검사의 정서가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검찰제도개혁론’으로 요약된 것이다. 개혁 목표는 ‘미운 검사’를 ‘미더운 검사’로 바꾸자는 것이다.

‘미더운 검사’는 검찰이 이기주의 논란에서 벗어나고 공명정대하며 정치검찰 시비를 일으키지 않아야한다. 이를 해결키 위한 최대 공약수가 ‘공수처’ 신설일 수가 없다. 권력 눈치 보는 공수처는 검찰과 조금도 다를 게 없을뿐더러 ‘옥상옥’ 논란만 일으킬 것이 뻔하다. 자칫 칼만 하나 더 늘린 꼴로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수 있다.

때문에 특별검사의 역사적 사명이 막중하다. 지금껏 ‘특검 성적표’는 낙제점 수준이었다. 우리는 1999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사건 이래 2007년 BBK 의혹에 이르기까지 도합 일곱 번의 특검을 지켜봤지만, 한 번도 검찰수사를 뒤엎을 새로운 것을 파헤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이 사건들은 ‘특검’을 거쳤다는 이유로 새로 거론조차 안 된다. 특검이 국민 관심사건의 불을 끈 결과가 됐다.

이런 관점에서 ‘스폰서 검사’ 의혹 사건 특검팀의 역사인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진 뇌물수수 및 향응제공 사건의 전말을 분명하게 수사해야 한다. 시효가 지났다거나 기소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수사대상을 축소하는 것은 국민 기만행위다. 이번 특검은 검찰이 스스로를 수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출발한 것이다.

‘스폰서 검사’ 사건의 특검팀은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인 검찰이라고 해서 법의 지배하에 예외 될 수 없음을 반드시 밝혀야 할 역사적 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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