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는 “언제든 KBS에 출연할 준비가 됐고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KBS에 출연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적어도 물어볼 권리는 있다고 생각했다”며 억울하다고 했다. 한편으로 KBS가 고소를 할 만큼 뭐가 억울했을지 입장 바꿔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KBS 임원들이 연기자 밥줄을 쥐고 있다고 생각해 연기자를 함부로 대하는 것이냐는 울분을 나타냈다. 김미화를 명예훼손 혐의로 즉각 고소한 KBS는 당일 밤 9시 뉴스시간에 이 고소 소식을 아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런 지나친 김미화 공격이 오히려 의구심을 키운 면이 있다. 언론이 개인의 발언을 문제 삼아 명예훼손 고소한 것이 사건 파장을 고민한 나머지 일 것이다.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권력 감시와 비판을 사명으로 하는 언론이 고소 고발이나 소송위협에 시달리는 건 언론 숙명의 과제다. 거꾸로 언론이 개인의 입을 막으려는 처사가 골리앗이 다윗을 공격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김 씨가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들어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정말 블랙리스트가 있는지 밝혀달라고 트위터에 쓴 짤막한 글 한 줄의 영향을 KBS 9시 뉴스 영향력에 비할 수 있을까.
김미화가 지난 4월 KBS2의 ‘다큐멘터리 3일’ 내레이션을 맡은 이후 한국방송에 거의 출연하지 못했다. KBS 심의실이 김미화 내레이션에 대한 평가 결과를 공개했지만 의혹의 덩어리는 여전하다. “우리는 그냥 ‘딴따라’ ‘광대’”라고 주장하는 김미화는 자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한적 없고, 반MB도 아니라면서 자신을 ‘친노’ ‘반MB’ 인사로 매도했다는 명목으로 모 언론 대표와 기자를 상대로 1억원의 손배 소송을 냈던 사람이다.
때문에 KBS와 김미화 측은 반드시 이번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개그맨 심현섭 씨가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도왔다는 죄(?)로 노무현 정권 출범 후 KBS에서 추방당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KBS 뿐 아니라 모든 TV매체가 경쟁하듯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물들에게 주요 프로를 맡겼다. 대한민국 TV가 ‘노사모 연예분과위’의 전리품같이 됐던 것이다.
이제 정권이 바뀌었다고 KBS가 노무현 정권이 했던 일을 그대로 따라 하면 스스로 정치권력의 나팔수를 자처하는 꼴이 된다. KBS가 지난해 고정프로그램 MC였던 개그맨 김제동 씨를 교체한 과정에도 ‘정치적 퇴출’ 시비가 일어났다. 이번 ‘블랙리스트’ 의혹이 방송계의 소모적인 유언비어 전쟁이 되지 않도록 법정에서 명확한 흑백이 가려질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영방송이 정권 취향에 맞춰 프로그램 출연자를 정하는 일이 자발적 형태로 이루어지는 소위 ‘알아서 기기’ 라면, 이는 ‘블랙리스트’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 정권 얼마 안 돼 KBS 화면에서 보기 어려워진 얼굴이 몇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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