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노동계약법’이 법제화 되었지만, 노조 결성이 금지돼 있어 조직적 파업선동은 어렵다. 그 대신 휴대폰과 인터넷이 파업 선동과 동원에 큰 몫을 한다. 노동자들은 휴대폰으로 동료들에게 파업 이슈와 시간 및 장소를 알리며 동참을 선동한다. 파업 중에는 노동자들이 휴대폰 카메라로 경찰이나 기업측의 가혹 행위 현장을 찍어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려 증오감을 확산시킨다. 외국 언론들은 신세대의 노동 파업을 ‘노동반란’이라고 지칭한다.
지난 30여년간 중국 노동자들은 견디기 어려운 근로환경과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파업이란 상상도 못하였다. 그러나 몇 년전 부터 노동자의 의식은 달라졌다. 오늘의 노동 현장은 1977년의 1가족 1자녀 정책에 따라 외동딸 아니면 외아들로 태어나 귀염 받은 신세대로 대체되었다. 그들은 보다 개방된 사회에서 7세 때부터 인터넷에 익숙해 바깥세상을 잘 안다. 그들의 교육 수준도 높아졌다. 작년 고교 졸업생 수는 840만 명으로 2001년 500만 명의 거의 배에 육박한다. 신세대 노동자들은 그 이전의 초등학교 수준인 농민공(農民工)과는 달리 파업을 통해 짓밟힌 자기 권리를 되찾으려 한다.
더욱이 신세대의 ‘노동반란’에는 급성장 과정에서 파생한 빈부격차에 대한 반감도 작용한다. 중국의 상위 소득 10%와 하위 소득 10%의 격차는 무려 55배나 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작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격차는 4.7배 정도로 그친다. 중국의 엄청난 소득격차는 한 달 130달러 내외를 받는 공장 노동자들에게 기업주에 대한 반감을 부채질 한다. 거기에 만연된 정부 관리들의 부패는 정부 권위에 대한 불신과 반발 심리를 자극한다. 앞으로 중국의 ‘노동반란’은 임금 급상승으로 인한 중국의 경쟁력 둔화, 제2의 천안문 사태, 공산당 권력의 붕괴 등을 자초할지도 모른다는 데서 주목된다.
당장 문제는 임금의 급상승이다. 이미 광조우성 선전에 위치한 대만계의 전자기기 회사인 팍스콘(Foxconn)은 노동자들의 연이은 작업환경 항의와 연쇄 자살에 직면, 지난 5월 20%의 임금 인상을 결정하였다. 일부 외국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압력, 작업환경 개선 요구, 중국 정부의 외국기업에 대한 본국 과실송금 억제, 등에 좌절한 나머지 생산기지를 베트남이나 캄보디아로 이전 할 것을 궁리중이다.
다음으로는 대규모 ‘노동반란’으로 인한 제2의 천안문 사태가 터져 나올 수도 있다. 노동자들의 대규모 ‘노동반란’은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시위 때와 같이 피비린내 나는 진압을 불러올 수 있으며 공산당 정권의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
그밖에도 ‘노동반란’의 확산은 1989년 동구 공산권 붕괴 처럼 중국 공산정권의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 폴란드, 헝가리, 동독 등과 같이 중국이 내파(內破)돼 자유체제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반란’에 의한 중국 공산정권 도괴는 아직 공산당 권력이 시퍼렇게 살아있다는데서 쉽지 않다.
하지만 중국이 파업 확산·임금 급상승·제2천안문 사태 등으로 흔들릴 경우 연 10%대의 급성장으로 빚어진 거품경제는 일시에 붕괴될 수 있다. 영국의 저명한 투기자금 관리인인 휴 헨드리는 중국의 거품경제에 대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고 얼마 전 예측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해야 할 13억 중국 대륙의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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