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연좌농성』 의미
『한명숙 연좌농성』 의미
  •  기자
  • 입력 2010-07-06 09:28
  • 승인 2010.07.06 09:28
  • 호수 845
  • 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주 월요일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무기한 농성을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측근 김 모 씨는 검찰 소환 전 변호인을 통해 “건설업자 한 씨로부터 3억원을 받아 2억원은 돌려주고 1억원은 보관 중”이라고 돈 받은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한 전 총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검찰은 또 업자 한 씨가 건넸다는 9억원 중 1억원이 동생의 전세금으로 사용된 계좌추적 결과를 확인했다.

이 같은 사건 정황에도 불구하고 한명숙씨는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별도의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1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5만 달러 수수 사건 때와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의식해서가 아닌지 모르겠다. 한 전 총리측은 5만 달러 수수 사건 때처럼 이번 사건 수사에도 검찰이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가졌다는 것이다.

물증 없이 곽 전 대한통운사장의 진술만 있던 5만 달러 수수 사건에서는 한 전 총리의 탄압론이 먹혀드는 듯이 했다. 한명숙씨는 이번 사건 역시 같은 선상에서 국민이 봐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무엇보다 자신을 보좌해온 측근 인물이 금품수수 사실을 시인하고 있고, 또 전달된 돈의 일부가 동생 전세금으로 들어간 흔적이 확실한데도 말이다.

물론 한명숙씨가 이런 사실들을 몰랐을 수가 있다. 그러면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진 측근과 동생의 행위에 관한 해명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국민에 대한 예의다. 6.2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는 스스로가 깜짝 놀랄 만큼의 시민 지지를 받았다. 그런 만큼 이 정권이 자신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만에 빠질게 아니라 겸손한 게 옳다.

한명숙, 그는 지난 2월 5만 달러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검찰 출석을 계속 거부하다가 체포영장이 발부돼 강제 소환되자 ‘성경’을 감싸 안은 채 검사 조사에 입을 다물었다. 법정에 나와서는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삶과 양심을 돈과 바꿀 만큼 허투로 살아오지 않았다” “남의 눈을 피해 슬쩍 돈을 챙기는 일을 해본 적 없고 할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의 이 모습이 적잖은 국민들의 동정심을 유발시킨 것이 사실이다.

그런 국민들이 의구심을 가진 것은 재판과정에 드러난 그의 행적 때문이다. 총리 공관에서 점심에는 자신에게 인사 청탁 뇌물을 줬다는 곽 씨와, 저녁에는 9억원의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업자 한 씨와 각각 식사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범법 의혹이 제기되면 수사기관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의혹 당사자로부터 직접 진술을 듣는 게 형사사건의 기본적 절차다.

정치보복과 표적수사 시비는 그가 여전히 유력 정치인으로 공인의 신분인 만큼 국민 여론을 담보로 더욱 떳떳하게 검찰 조사에 임하고 난 뒤의 문제일 것이다. ‘결백’인지, ‘표적수사’인지를 가리는 잣대는 사건의 진실뿐이다. 정권 음모론을 부각시키며 정치적 농성을 통해 핍박받는 야당 정치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결백을 주장할 일이 아니다.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