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정치’ 이제는 그만
‘유괴정치’ 이제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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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4-12 13:00
  • 승인 2010.04.12 13:00
  • 호수 833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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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한나라당은 텃밭인 영남권 특히 대구 경북지역에서 막바지 공천 진통을 겪고 있고 민주당은 호남지역에서 공천 몸살을 앓고 있다. 여 야 모두 공천 작업이 끝나고 나면 만만찮은 후유증에 시달릴 공산이다.

각 정당은 문제점 투성이의 기초단체 정당 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국민 목소리를 애써 외면한 채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 임해 있다. 민주적이고 투명한 공천을 여 야 공히 주장하고 있지만 그동안 빚어진 몇 군데서의 잡음만 해도 기초단체 정당공천은 해당지역 국회의원 입김에 좌우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투명치 못한 공천과정은 공천헌금비리를 일으키고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굴욕적인 노비(?)계약 폐해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2006년 정당공천으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 96명이 비리 혐의로 법정에 서야했다. 이 96명 숫자는 전국 230명 기초단체장 수의 거의 절반수준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9명이 자진사퇴하고 27명이 대법원의 당선무효형 확정 판결로 자리를 물러났다. 경북 청도군과 청송군, 경남 창녕군, 충남 연기군에서는 군수 당선자가 잇따라 비리혐의로 퇴진해 보궐선거에 재 보궐선거까지 세 번의 선거를 치러야 했다. 이런 단체장 비리의 밑바탕에는 공천비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단체장을 포함한 정당소속 지방 정치인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 보며 자기 책임성을 잃게 되는 것이 공천권을 볼모로 한 ‘유괴정치’ 때문임을 모를 사람이 없다. 정치의 주체되는 유권자들을 배제해 민심보다 당심(黨心)에 치중하는 지방정치가 주민 복리문제에 올인 할 리 만무하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지나치게 낮은 이유를 중앙정치권이 똑바로 알아야 한다.

정당 공천제를 함으로써 책임 있는 정당정치를 실현하고 유권자의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는 주장은 중앙 패거리 정치에 지방까지 끌어넣겠다는 말 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지방선거가 지역 정서에 따라 ‘일당 싹쓸이’로 나타나는 사실 하나만으로 부연할 필요가 없다. 국민은 지금 각 정당의 공천기준과 원칙 경선절차 등이 명쾌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사실을 주목한다.

민주당 텃밭인 전남 강진의 황주홍 군수가 지난 2월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뛰고 있다. 그는 민주당 탈당이 “민주당이 싫어서가 아니라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반대라는 소신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호남의 현역 기초단체장 가운데 첫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황 군수는 선두에서 기초단체장의 정당 공천제 폐지운동을 해온 인물로 알려졌다.

기초단체장 정당 공천제는 정당이 공천권을 볼모로 시장 군수를 장악하는 ‘유괴정치’라는 것이 그의 강한 지론이다. 그는 “70% 안팎의 국민이 반대하는데 절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이 폐지를 가로막고 있다”며 “시장 군수의 정당공천제는 이 땅에 남은 최후의 반(反)민주악법”이라고 주장했다. 황 군수는 2004년 11월 재선거에서 당선돼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77.1% 득표율의 전남 최다득표를 기록해 재선에 성공했다. 이런 압도적 지지세가 무소속 출마 선언 후 더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유괴정치’를 그만 둘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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