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의 ‘봉은사’ 외압논란
점입가경의 ‘봉은사’ 외압논란
  •  기자
  • 입력 2010-04-06 09:40
  • 승인 2010.04.06 09:40
  • 호수 832
  • 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봉은사 명진스님의 ‘외압설’ 논란이 확산 일로다. 작년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조계종 총무원장과의 만남 자리에 동석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영국 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명진스님의 말이 옳다고 확인했다. 외압설과 좌파발언에 대해 부인하고 침묵했던 안상수 의원의 말이 거짓이라는 김 씨의 주장은 사태를 진실게임 양상으로 몰았다.

안 원내대표는 명진스님의 주장에 대해 “기억도 안 나고 명진스님에 관해 아는 것도 없다”고 했다. 또한 “불교계가 자신들 집안싸움에 애꿎게 자신을 끌여들여서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안 의원은 “조계종 총무원장과 안 의원의 만남을 직접 주선했다”는 김영국 씨 주장과 “안 의원의 부적절한 발언이 100% 사실”이라는 김 씨 확인에는 “외압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봉은사 외압논란에 국민이 관심을 더 가지는 것은 이 정부 초기 여러 가지 면에 불교계와 갈등을 일으킨 배경 때문이다. 광우병 사태 때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수배자들이 조계사 내부에서 천막농성을 벌이자 경찰이 조계사를 나서는 당시 총무원장 지관스님의 차량을 막고 과도히 검문검색을 했다. 차량내부는 물론 뒤 트렁크까지 검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교계의 반발은 절정에 달했다.

경찰청장의 공식사과에 이어 정부가 재발방지와 종교차별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다. 이후 갑자기 조용해진 불교계에 대한 온갖 억측이 생겨났다. 막대한 자금 유입설이 파다했다. 때문에 이번 봉은사 문제는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져야 한다. 사실관계가 더욱 분명할 것은 안상수 의원이 한 사람의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라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란 점이다.

지난 1월 국정원의 조계종 사찰 의혹이 제기되고 계속해서 일어나는 정부의 불교개입 논란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외압논란의 진실여부와 상관없이 안상수 원내대표가 불교계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된 자체만으로 그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정부가 종교계를 정권 입맛에 맞게 하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이번 ‘외압논란’ 같은 제2, 제3의 사태가 또 발생할 것이다.

불교 뿐 아니라 종교계 전체가 정치와의 유착관계는 종교의 타락이다. 현 정권 출범 후 불편해 보인 정부와 불교계 관계를 교묘히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을 것이다. 김영국 씨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명진스님 말은 모두 사실”이라고 확인한 것은 말을 옮긴 당사자가 발언자 손을 들어준 격이 돼 진실 확인의 객관성이 부족하다.

당시 고흥길 국회문광위원장까지 동석했던 안 대표와 자승스님의 만남이 사사로운 자리가 아닌 만큼 대화록이 있을만하고, 봉은사 직영 전환을 결의한 중앙종회 회의록이 없을 리 없다. 종단은 진실을 가리기 위해 이를 공개할 용의가 있어야 하고, 안 대표는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해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는 말보다 적극적으로 사실규명을 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대응을 피하면서 파문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듯한 태도도 문제다. 이번 파장은 집권당 원내대표가 “현 정권에 비판적인 강남 부자 절의 주지를 그냥 나둬서 되겠느냐”고 교체 압력을 넣었다는 게 본질이다.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