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가 어떤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지 판단 결과가 크게 주목된다. 한 전 총리 재판과 관련해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검찰태도를 문제 삼았다. 정 대표는 “검찰이 해도 해도 너무 한 것 같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증언을 하면 위증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한번 수사를 하고 그 증인이 법정에 나와서 증언을 했는데 그 내용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다시 불러서 수사를 하는 것은 큰 무리수”라며 검찰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검찰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곽영욱 전 사장의 입 뿐이었다. 그런 곽 전 사장의 진술이 재판정에서 오락가락 하자 검찰이 퍽이나 당황했을 것이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검찰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진 결과라는 지적이 일었다. 검찰이 곽씨의 진술 등을 유도한 기획 기소였다는 말이 나왔다.
이 사건의 무죄 판결과 더불어 닥칠 후폭풍이 6.2지방선거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럼 궁금해지는 것이 왜 검찰이 충분하게 수사도 되지 않은 이 설익은 사건을 작년 12월에 성급하게 터트릴 수밖에 없었느냐의 점이 될 것이다. 당시의 정국 상황이 우선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여론이 들끓고 미디어법 기습적 통과로 인한 여론의 비판이 강할 때였다. 때맞춰 터져 나온 여권 실세 공성진 의원 뇌물사건은 여권의 도덕성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했다. 그에 더해 한상률 사건으로 도곡동 땅의 실소유자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또 한 차례 위기가 몰아친 것이다. 뭔가 반전 카드가 절실한 여권 사정이었다. 흩어지는 보수층 마음을 붙들 수 있는 방법이 반드시 있어야 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5만 달러 뇌물수수 의혹이 제기된 것은 작년 12월 4일자 어느 조간신문 머리기사를 통해서였다. 검찰 출석을 불응하는 한 전 총리가 체포영장에 의해 강제 구인당해 조사받은 날이 그로부터 2주 후인 12월 18일이었다. 1차 조사 4일 만에 전격 기소된 이 사건은 올해 1월 28일 공판 준비기일 지정 후 3월 8일 첫 공판을 열었다.
돈을 ‘직접 건넸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이 재판 과정에 ‘두고 나왔다’로 변했다. 곽씨의 진술번복으로 허를 찔린 검찰 반응이 즉각적인 위증수사로 나타났다. 한 전 총리를 기소하기까지의 야권 등의 공격이 떠올랐을 것이다. 당황스런 검찰이 다분히 급하고 초조했을 것이다. 무리한 위증수사 공방을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5만 달러의 진실게임’을 지켜보는 국민들 눈이 많다. 자칫 사건 본질이 정치 논리에 묻힐 수 있다. 검찰의 의연한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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