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과 대통령 지지율
올림픽 메달과 대통령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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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3-09 09:28
  • 승인 2010.03.09 09:28
  • 호수 828
  •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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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혼란에도 불구하고 벤쿠버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대통령 지지율 상승이 멈추지 않았다. 올림픽 폐막날인 지난 1일 주요 여론조사 결과는 한나라당 내분 등의 악재로 45%대의 하락 추세였던 대통령 지지율이 모태범 선수의 첫 금메달 획득 후 48% 가까이로 급반등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한국 선수단의 선전이 이어지자 이 대통령 지지율이 5%나 상승해 올림픽 최대 수혜자는 MB정부라는 말이 나왔었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다음날 이 대통령은 체육계 인사들과 현지 조찬회에서 “저도 올림픽을 통해서 위로를 받고 국민들도 격려하는 좋은 계기가 될 줄로 안다”고 말했다.

이후 청와대의 ‘스포츠 마케팅’이 불붙었다. 청와대는 박태환 선수가 수영 400m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지켜보는 이 대통령의 응원 장면을 공개하고 대통령이 박 선수와 축하 전화통화를 했다는 브리핑을 했다. 올림픽 기간 계룡대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장성들에게 “우리의 젊은이들이 올림픽에 가서 금메달을 따고 국민의 사기를 올리고 있다”고 했다.

급기야 대한체육회가 당시 올림픽 선수단 귀국에 맞춰 세종문화회관부터 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퍼레이드를 열었다. 경호상의 문제로 무산되긴 했지만 한때 이 대통령도 이 자리에 참석하는 방안이 검토 됐었다고 한다. 이런 청와대의 각별한 ‘올림픽 사랑’은 당시 정국 상황과 무관치 않았다.

국민적 관심이 베이징으로 쏠리면서 그때 일어난 KBS 정연주 사장해임, 비리 재벌 총수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 등이 여론의 역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무렵 청와대 관계자는 “금메달 1개에 지지율이 1%씩 올라가는 분위기”라며 “올림픽을 정례화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을 했다.

청와대는 아예 베이징 올림픽을 지렛대로 해서 추석 후 40%대의 지지율을 회복 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9월 ‘MB정책 대공세’를 예고하는 이 대통령 목소리에 힘이 실렸던 것을 기억한다. 이때 여권 일각은 “이 대통령이 반짝 지지율을 두고 자만에 빠져 정책 밀어붙이기에 나선다면 제2의 촛불집회가 올 수 있다”는 표현을 했다.

이는 이 해 6월 촛불정국이 한창일 때 10%대까지 떨어졌던 지지도가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30%대에 진입한 사실을 겸허해 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2002년 5월 한·일 월드컵 직전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율은 34.7%였으나 월드컵 후 7월 조사에서는 45.9%로 무려 11% 이상이나 상승했었다.

사람들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국력과 국격의 상승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경기 결과에 환호하고 선수단을 격력 하는 대통령 모습은 지지율 상승에 큰 효과를 낸다. 단기간의 이런 상승효과는 뚜렷한 개혁 정책의 성공이나 국가 대형사업 완수 등에서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문가들 견해다. 그러면 올림픽 끝나고 열기가 사라지고 나면 지지율 하락세가 불 보듯 한 것이다.

다행이 벤쿠버 올림픽 선전으로 국면전환의 기회를 잡은 MB정부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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