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 이대로 둘 것인가,
우리 교육 이대로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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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2-23 09:29
  • 승인 2010.02.23 09:29
  • 호수 826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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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고등학교 졸업식 때면 밀가루를 뒤집어 쓴 졸업생들이 거리행진을 했다. 쳐다보는 시민들이 우스꽝스러워 했고 낭만을 느꼈다. 또 하나의 추억거리가 이렇게 만들어 졌었다. 이런 졸업식 뒤풀이가 언젠가부터 조폭집단 흉내를 내며 ‘막장 졸업식 뒤풀이’로 변질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걱정하는 소리가 컸지만 졸업 시즌이 지나고 봄이 가까이 오면 어느새 우리는 이 일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그 틈에 졸업식 막장 뒤풀이는 바닷물 빠뜨리기, 옷 벗기기 폭행에 이어 남녀 알몸 뒤풀이로까지 발전했다. 온 사회가 개탄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경찰이 조사에 나섰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학교 선후배 관계가 군대보다 더한 상하관계를 이루고 폭력의 대물림이 법칙으로 작용했다. 심지어 선배에게 돈 갖다 바치기 위해 광고 전단을 돌리고 앵벌이까지 하는 지경이 됐다. 갈수록 잔혹해지는 학교 울타리 안 모습이다. 이래도 정치권은 별 말이 없다. 하긴 그 사람들 눈에는 지금 보이는 게 ‘4대강’, ‘세종시’ 뿐일 것이고 염려되는 바가 6.2 지방선거에 관한 사항일 것이다.

작년 후반기부터 ‘백년대계(百年大計)’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국가의 먼 장래를 세우는 국가 백년대계의 일이 교육문제만큼 중차대한 일이 몇 가지나 되겠는가. 지금의 ‘세종시 문제’ 열정이면 교육제도 개혁을 열 번 성공 시키고 남을 것이란 생각이다. 교육정책을 주관하는 일선 교육 관료들은 진급 보직 뇌물을 받고, 관련업체 상납금 챙기기에 혈안 된 정황이 얼마 전 속속 드러났다.

배움을 주고받는 학교 터전이 이토록 썩어진 데는 제도적 맹점이 클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 교육을 혁명해야할 시기다. 서너 살부터의 유아교육에 여섯 살 유치원 과정이 필수 교육된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학교 과정을 굳이 6년으로 빗장질 해둘 필요가 없다. 5년이면 초등학교 교육이 충분하다.

초등과정 1년을 줄이는데 따른 막대한 예산 절감 효과를 중등교육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쓸 수 있을 것이다. 당면한 교육현장 문제가 또 있다. 소위 대학 입시난을 해결 한답시고 지방 소도시마다 인가해서 만들어진 수많은 전문대학들이 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학생 수가 정원에 크게 미달되는 학교가 태반인데다 재단 측 가난으로 존폐를 염려하는 대학이 적지 않다.

사정이 이러므로 ‘지방대학 발전기금’에 주민 혈세를 보태야 하는 실정이다. 고등교육은 교육의 정점이라 할 수 있고 사회로 나가는 마지막 관문이다. 때문에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가 취업이나 사회적 지위 형성에 결정적 요인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가난한 농가에서 소를 팔아 마련한 학생 등록금으로 세운 건물이란 뜻에서 말이다.

기술인력 공급이라는 취지로 육성된 전문대학들이 얼마 안가 숱하게 공동화 될 위기에 처해 졌다. 현 교육제도를 확 바꾸지 않고서는 국가 백년대계의 걱정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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