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불경기에 또 다른 악재까지 겹쳐 요식업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음주단속 강화 때문이다. 특히 아침에 단속을 진행하는 ‘숙취운전 단속’을 우려해 손님들의 이른 귀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뚝 끊겼다”며 한숨을 내뱉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리운전 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저녁도 아닌 아침 출근길에 말이다.
때 아닌 대리운전 ‘호황’, 저녁 아닌 출근길에?
지난 2일 밤 성동구에 위치한 한 번화가. 시민들이 북적거리던 거리에 정적이 흐르고 있다. 주점들도 마찬가지다. 최근까지 내부 좌석이 부족해 야외 좌석까지 꺼내놓는 일이 허다했지만 좀처럼 손님들의 발길이 닿지 않고 있다. 손님이 한 명도 없는 음식점까지 있었다.
또 다른 번화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밤이 되면서 간판을 켜놓는 매장들이 많았지만 거리에 시민들이 없었다. 가끔 지나가는 시민들을 볼 수 있었지만 이 마저도 매장이 아닌 아파트로 진입했다.
한 주점 사장을 만났다. A씨는 “8시면 손님이 뚝 끊긴다. 평소에 새벽까지 있던 단골들도 요즘 7~8시면 뭔가에 쫓기듯 계산을 하고 나간다. 매출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일부 지역 또는 서울만의 얘기일까. 원주에서 대형 식당을 운영하는 B씨도 같은 맥락으로 말을 했다. B씨는 “테이블이 텅텅 비어있다. 북적거리던 손님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방문한 손님들도 일찍 귀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모습은 지난달 25일 이른바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되면서 나타났다. 면허정지 기준은 기존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면허취소 기준은 0.1%에서 0.08%로 강화하면서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음주운전 처벌 상한도 ‘징역 3년, 벌금 1000만 원’에서 ‘징역 5년, 벌금 2000만 원’으로 상향됐다.
특히 전날 마신 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가 강화된 음주단속 기준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술을 마시던 시민들도 일찍 귀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저녁 대리운전은 ↓
음주운전 행태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는 누구나 음주단속 강화를 찬성하지만 요식업 자영업자들은 “숙취운전 단속을 지속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대형 음식점 사장 B씨는 “처음에는 왜 이렇게 손님이 줄었는지도 몰랐다. 주변 매장 사장, 단골 등과 얘기를 해보니 숙취운전 단속 때문이라더라. 손님들은 아침부터 단속을 하는데 누가 늦게까지 술을 먹겠느냐고 하더라. 참 난감한 상황이다. 매출이 너무 줄어 힘들다”고 말했다.
술을 파는 매장들이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 사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는 업종이 있다. 바로 대리운전 업계다. 밤에 술을 마시는 손님이 줄었는데 왜 대리운전이 호황을 누리고 있을까. 숙취운전 단속을 우려한 출근길 대리운전 예약 때문이다.
‘제2 윤창호법’ 시행 이후 출근길 대리운전을 예약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대리운전 업계도 “저녁 대리운전이 현저히 줄었다”고 토로하는 실정이다.
현재 직장인들은 회식 날, 차량을 직장에 두고 이동하거나 과음한 다음 날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회식 문화 자체가 줄어들고, 회식이 있더라도 이른바 2차 술자리 없이 1차에서 끝낸 뒤 귀가를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차 문화도 사라져
확연히 달라진 술자리 문화에 요식업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단체 모임 형태의 직장 회식이 줄고, 단체 예약이 있더라도 오후 8~9시 이전에 마무리되면서 매출이 반 토막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2차 술자리 문화가 사라지면서 맥주 판매 매장, 노래방 등도 똑같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점 사장 A씨는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찬성이다. 음주운전 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방치할 사람이 누가 있는가”라며 “그러나 게릴라성 숙취운전 단속으로 인해 손님들이 방문을 아예 안하거나 8시면 모두 나간다. 평소 새벽 3시까지 영업을 해왔는데 지금은 새벽이 되기 전부터 장사를 접어야할 실정이다. 손님이 없는 상황에서 6시간 이상 가게를 열어둘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아침 단속이라도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토로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